Winter End Credit

Winter End Credit 2

271 by hampun

‘…네가 왜 여기서 나와!?’

“박소… 아니, 그.”

배세진은 이 당혹스러움을 쉽게 숨길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다.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올 땐 그토록 잘 작동하던 스위치가 지금만큼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듯했다.

“네? 아, 저 오늘 첫 근무입니다! 현장 스태프….”

박현우는 또 헛다리를 짚었다. 동시에 제 옆의 다른 스태프의 눈치를 살폈다.

얘는 정말 왜 여기에 와 있는 거지….

반가운 마음을 느끼기도 전에 당황했지만, 부러 티를 내진 않았다.

음, 나잇대는… 일단 자신이 알고 있는 박현우보다 어려보였다. 이것도 이쪽 세계의 법칙이 작용한 결과겠지. 며칠 전에 만난 박문대도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왔지 않은가. 아니, ‘다른 사람’은 아니지. 배세진은 자신의 멤버들도, 그리고 거의 유일한 친구도 현실 세계와 다른 직업과 나이를 갖고 있는 걸 보니 세계관의 연장선이겠거니 하며 대충 넘겼다. 일단 눈 앞에서 벌어진 상황을 처리해야 했다.

모습을 보아하니 박현우는 자신과 완전한 남으로 살아왔을 것이다. 배세진… 아니, 이세진과 접점이 없음이 분명하다. 얼굴로 보이는 나이도 나이지만, 학교를 같이 다녔으면 분명 저를 알아보았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배우로 버젓이 활동하고 있지 않은가. 현실에서만큼 박현우를 만날 일이 없었다고 봐야 했다.

“소현 씨, 장비는 저쪽. B구역에.”

“네! …그럼 수고하세요!”

빠져나가는 데에 선수인 건 그대로인 것 같았다.

후다닥 달려가는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고 있자니 스태프가 다시 말을 걸었다.

“배우님.”

“네?”

“지원 온 학생들이 많거든요. 신경쓰이시는 건가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 아는 사람이랑 닮아서요.”

“이번 촬영이 특히 사람이 많이 필요하잖아요. 감독님이 알음알음 아는 분들 통해서 학생들 데려다 아르바이트로 고용하신 거래요.”

“…….”

“자주 불려 다니는 애들은 오고가며 보셨을 수도 있겠다. 가끔 실수를 해도 그냥 넘어가주셨으면 해요. 안 그러실 분이란 건 알지만, 유독 히스테리 부리는 분들도 계셔서….”

“네, 알겠습니다.”

스태프의 말에 따르면, 단기 알바 정도로 여기에 왔다는 소리다. 업계인들간의 연줄 활용은 어느정도 알고 있기에 어떤 맥락에서 걔가 불려왔는지는 알겠으나, 자신이 아는 박현우는 음악대학 소속 학생이었고, 이변이 없다면 이쪽 세계에서도 그러할 터였다.

‘…저거 저러다 사고치는 거 아냐? 여기 처음이라며? 혹시 텃세라거나….’

수신인이 분명한 불신의 눈초리를 보냈다. 박현우는 뒷통수가 따끔한지 뒷머리를 몇 번 쓰다듬었고, 그걸 본 배세진은 괜히 찔려 노려보기를 관뒀다.

🐧 the best penguin… @greenapeade

눈물이날꺼같애베러들... 나 오늘 알바 다녀왔는데 대배우님이 나를. 노려보심... 해시태그 업계포상

근데 배우님이 사이코패스 역할이면 무섭지 않을까요? ㅠ-ㅠ 오빠.싸패만하더니.나를진짜인간이하로보시는건아니죠 이거 인권침해야

202X.XX.XX 오후 23:53


랩컨할멈 @secondhalmom

@greenapeade 해시태그 업계포상 미쳤나 사실 좋으셨죠?


🐧 the best penguin… @greenapeade

@secondhalmom 위기를 기회로 라는 거죠

박현우는 고생 끝에 다가온 퇴근길에 [지옥같은 나날, 고통스런 일상의 연속] 같은 짤이나 올려대며 자신의 비공개 SNS에 알바 썰이나 풀고 있었다.

그 ‘이세진’이 왜 나를 아는 거지?

내부가 시끄러웠으니 착각한 건가 싶기도 했지만, 박현우는 분명히 들었다. 이세진이 제 이름을 부르려다 만 모습을 보았다. ‘소현’이라는 이름의 ‘소’까지는 분명히 들었단 말이다!

당장에라도 네? 하고 되묻고 싶었지만 당시 촬영 현장은 정신없이 돌아갔고, 제 앞에서 저를 지켜보는 상대는 대배우 이세진, 그 배우가 맡은 배역은 사이코패스, 자신은 연출팀의 셔틀이나 다름없는 무경력 알바생…. 박현우의 머리 회전이 드물게 빨라지는 순간, 임기응변으로 옆에 있던 팀장급 스태프에게 인사나 해버린 것이다.

“나 뭐 진짜 잘못했나? 진짜 발 한 번 밟았다고 노려보는 거야…?”

…두 사람의 오해는 그렇게 깊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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