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에는 부케를

幻燈

판타즈마고리아

phantasmagoria 환등

1 내부에 반투명 그림을 부착한 상자 안에 촛불을 넣고 상자에 구멍을 뚫어, 그림의 형상이 구멍을 통해 외부로 이미지를 투사시키는 일종의 원시적인 빔프로젝터.

2 주마등같이 변하는 광경(환상), 눈의 환각, 착시. 주로 '환등' 이나 '환등상'으로 번역되며, 본래는 영국 경험론 계통의 철학 용어로서 감각기관에 의해 지각된 정보를 의미했다.


가끔 사랑의 시각화나 형상화는 어떤 느낌일까 하고 타념 모으는 취미를 즐겼거든. 그건 너무 불가역적이고 필연적인 운명 범위의 감정이라 눈을 가린다 한들 느낄 수 없을 리 없어서, 아니 어쩌면 눈으로조차 볼 수 없을지도 몰라서. 시야가 다 타버릴 만큼 강해 꼭 끌어안을 수 있을 만큼 연약해 손끝 톡 건들면 산산조각이 나지만 아무리 구르고 넘어져도 결코 사라지지 않아 그런 단잠 푹 빠진 낭설이 역설적으로 실존한다면··· 너라도 믿을 리 없겠지? 응. 고로 포기하기로 했어. 이름을 더 붙여주지 않기로. 우리의 마음이 수식 없이 영원히 사랑 한 글자로 회고될 수 있도록. 이 얼마나 아름다운 개념인지! 사랑의 유의어는 사랑: 그 어떠한 것으로도 대체하여 서술하지 못할 궁극적 원론, 오히려 그렇기에, 형체가 없는 것이기에 이 작은 육신으로도 품어내었던 거야. 객관적으로 직면할 수 없는 감정이기에 오히려 사랑스러운 거야···. 나도 참 이상하지. 보이지 않기에 느끼게 된다니.

──그래서 하는 소리인데 말야.

너도 차라리 처음부터 보이지 않는 편이 나았을까?

왜 너는 구태여, 하필 인간이었던 건지 어째서 내가 너를 간직하는 것도 부수는 것도 감정으로서 느끼는 것조차도 허락해주지 않았던 건지


달 없는 밤 낙 없는 낮: 연거푸 눈꺼풀을 달싹였다. 초점 없는 동공만이 멍하니 천장을 조망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코 끝이 살짝 아려오는 것 같기도 하는데. 마른 기침 몇 번을 내뱉었다. 느끼건대 이제는 진실로 겨울의 시작이다. 입동까지도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말일이면 할로윈이던가. 세간서는 초롱을 밝히며 공포를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일로 열중이겠다. 다만 공교롭게도 나는 이 날에 애오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첫째로는 인정 욕구로서의 애정이었다. 실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망자는 망자로서 존재 명제가 소각되었을 뿐 생자들에게는 이런 이들을 기린다고 하여, 아무런 의미도 소득도 없다! 더군다나 삶을 잃은 자조차 환향할 수 있다는 허무맹랑한 공상론이 진실된 신뢰성을 가질 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종종 인간은 실제로만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잔을 나누고 다과를 쥔다 등불과 등불이 마주한다─ 현실을 가릴 잠깐의 연회성 도피가 나뿐 아닌 다른 인간들도 인간으로서 필요했던 것이다. 천상천하 누구든지 숨을 쉬는 것들은 꿈을 꾸는걸. 오늘이 기념일로서 적용되는 것이 그 증표였다. 나는 위로를 감정하고 또 공상 궤변을 늘이니, 몽중몽의 암시적 승인은 여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뿐이었더라면 괜찮았겠지만 반대로 증적인 감정도 남아있더랬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날은 다정한 만큼 외로운 날이기도 하다. 저조차도 찬기를 함께 느끼던 흐릿한 기억을 기어이 꺼내야만 했으니까. 이것은 내가 '기다리는' 입장이 되어서야 겨우 깨닫게 된 경험성 애도이다. 경계를 붙잡은 채 어떻게든 꾸역거려도 허용된다. 말소 존재의 찌꺼기와 달큰한 한입거리 몇 점을 들고 돌아올 길조차 터내지 않은 주제 어서 돌아와 축제의 날이잖아······. 눈을 감기는 편이 차라리 나았다고 함에도, 뒤로 숨긴 손 끝에선 온다 안 온다 온다 안 온다 알량한 꽃점 기대 숨겨두고 있을 누군가의 꼬락서니가 싫다. 한 생자의 그리움과 이기주의에 공감하여 되레 역스럽다. 동족혐오인지 자기혐오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양쪽 모두 피차일반인가? 그만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인류 백주몽의 날. 어느 쪽의 '나' 든지 긍정받는다는 것이니 기다리진 않았을지언정 씁쓸히 기쁘다. 눈앞에 일렁거리는 환시조차 존속을 허락받을 것만 같고.

몸을 뉘인 후 이부자리를 구겨 덮었다. 소란스럽게 떠들기엔 스스로가 애처로우니까. 차라리 내내 옅게 자는 것 정도로 기념하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건조한 눈을 감았다. 깊은 수면까지는 사치다. 그저 상몽을 꾸고 싶었다.

혹여나 네가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멈출 기미가 없더라. 앞에 일렁거리는 저 형체가 정말 할로윈 유령이기라도 하는 걸까? 혹여나 나를 찾지 못해 헤매고 있지는 않을까···. 아니 오늘 나는 너를 느낀다 찬 공기를 데우는 따스한 기운은 틀림없이 사랑이었고 너만이 만들 수 있었다 한낯 망상질환 심기증이라 양냥대든 뇌까리든 이것만큼은 불가항력이라고, 지금 이 순간 너는 나를 나는 너를 찾아냈다고. ────그런데 이제 와서라니 괜찮아? 네가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되었기에 내가 너를 느낄 수 있게 된 거라면······

어떻게 찾아왔니

제 목도 제대로 겨누지 못하는 주제에

좋은 아침, 잘 자, 해피 할로윈.

돌아갈 밤에는 사탕 챙기는 거 잊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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