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의 하루
하우스 플리퍼2 주인공 시점 단문 아니 부모님 집 꼬라지 감동실화
상자에 들어있던 장난감 기차의 부품들을 책상 위에 가지런히 나열한 주인공은 포장지를 접어 쓰레기통에 넣었다. 어릴 적에나 가지고 놀던 장난감 부품을 충동 구매한 건 현명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캐리어를 끌고 텅 빈 고향 집으로 돌아와 이사 가기 전 그대로 남아있는 방 안에서 완성되지 않은 장난감 기차를 발견했을 때, 주인공의 고질병이 도져버린 걸 어쩌란 말인가. 주인공은 엉망인 걸 보면 참지 못하고 말끔하게 뜯어고치는 병을 치료하지 못해 그걸 평생 업으로 삼은 사람이다. 뭐, 보자마자 쓰레기통에 쓸어 담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깨끗한 걸 좋아하는 주인공도 추억은 소중한 법이라. 선로를 하나둘 맞춰 이어보던 주인공은 나름대로 깔끔하지만, 그동안의 작업물에 비하면 돼지우리인 방 안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이 방은 어릴 적부터 집의 돌연변이나 마찬가지였던 주인공이 관리해 말끔한 편이었다. 그의 부모님은 정리 정돈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특히 엄마의 취향은 화려함을 넘어 특이할 수준이었는데, 보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던 1층의 커다란 얼룩말과 앵무새 벽지는 낡다 못해 아예 벽이랑 분리되어 뜯어지기 직전이었고, 부엌의 수납장은 나무가 다 낡아 그 우스꽝스럽던 색과 물방울무늬가 징그러워 보일 지경이었다. 거의 폐가나 다름없는 이 집을 물려주고 훌쩍 이사를 가버린 부모님이 원망스러웠다. 게다가 치사하다. 주인공은 실력 좋은 하우스 플리퍼고, 추억이란 이름으로 이 집을 유지하기엔 직업 정신이 비명을 지르고 있으니 굳게 마음먹고 싹 갈아엎으려고 청소를 시작하면, 부모님이 그를 위해 집 이곳저곳 숨겨놓은 메모지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집에 돌아온 걸 환영해, 미안하지만 이제 빨래는 스스로 해야 해, 냉장고 안에 피자를 남겨뒀어-피자는 상해있었다!-, 냄비를 그동안 엄마가 못 버리게 했지만 이제 버려도 된단다. 조용한 집 안에 다정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어릴 적엔 복도를 거닐며 이 집을 새롭게 꾸미는 상상을 하곤 했는데, 막상 그게 가능해졌는데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도 최대한 방 안에만 버티고 앉아 바깥의 난장판을 무시하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가, 핸드폰의 알람 소리에 메일을 확인하고 나갈 채비를 하는 것이다. 에이, 의뢰인 집부터 청소하고 생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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