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er Days

BETTER DAYS 08

료켄유사♀

쓈's Universe by 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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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요약 - 유사쿠도 료켄의 마음을 알았다.

유사쿠는 계속 달렸다. 가까운 거리는 절대 아니였고, 높은 오르막길까지 있는지라 유사쿠는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그래도 계속 달렸다. 점점 진해지는 햇빛을 받으며 유사쿠는 코가미 저택 앞에 섰다. 료켄이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를 발견한 유사쿠가 료켄과 거리를 두고 서서 거친 숨을 내쉬었다. 숨을 고르는데 오래 걸렸지만 료켄은 기다렸다. 가쁜 숨이 점점 가라앉는 그 긴 시간 동안 둘은 서로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호흡이 겨우 진정되었다. 유사쿠의 가슴 안쪽에서 감정이 애절하게 끓어올랐다. 깊게 숨을 들이쉬고 가슴 안에 끓어 오르는 감정을 토해냈다.

"역시 나는 널 단념할 수 없어!

좋아해!

사랑해!

너와 미래를 잡고 싶어!"

유사쿠가 양 주먹에 힘을 주고 터져나오는 사랑만큼 크게 소리쳤다.

"나는 괜찮아……! 너와 도망가도…… 너를 혼자 두고 싶지 않아, 너의 곁에 있고 싶어…… 계속……"

뜨거운 눈물이 유사쿠의 시야를 가렸다. 정말 좋아해, 다시 말하는 '좋아해'는 울음과 섞여 유사쿠의 귀에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때 료켄이 달려와 유사쿠를 격렬하게 껴안았다. 최선을 다해 애타는 마음을 고백하는 유사쿠가, 자신이 있는 곳으로 넘어와 손을 내미는 유사쿠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정말로 견딜 수 없을 만큼. 겨우 안을 수 있었던 유사쿠를 다시는 놓지 않으려는 듯이, 품 안에 넣으려는 듯이 유사쿠를 안는 팔에 힘이 들어갔다. 유사쿠의 날숨이 료켄의 어깨에 닿았다.

"료켄……"

"사랑하고 있어. 너와 헤어지고 싶지 않을 만큼, 모든 걸 후회할 만큼……!"

료켄은 유사쿠의 귀에 대고 연신 사랑한다고 말했다. 애타는 마음에 떨리는 거친 목소리로. 그 동안 품기만 했던 사랑을 드디어 유사쿠에게 말할 수 있게 된 료켄의 속삭임이 유사쿠의 안에서 빛났다. 둘의 진심이 이어졌다. 사랑의 마커가 상호링크했다. 유사쿠도 료켄이 힘을 주는 만큼 료켄을 껴안았다. 두 사람의 심장이 아주 가까이에서 빠르게 뛰었다. 서로의 고동이 느껴졌다. 가슴 쪽에서 무척 따뜻한 체온이 퍼졌다. 황홀하고 감미로운 따뜻함. 둘은 애절한 행복에 폭 빠졌다. 이대로 저 아래로 떨어져도 좋다고 생각할 정도로 행복하다. 두 사람을 감싸는 사랑과 운명의 사슬, 그 무게만큼 저 바다에 가라앉아도 좋을 정도로 이 행복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넘칠 듯이 쌓여있었던 애절함을 담아 유사쿠와 료켄은 한참을 그렇게 껴안았다.

료켄이 먼저 팔을 풀고 몸을 살짝 뗐다. 손은 유사쿠의 어깨에 얹었다. 유사쿠도 팔의 힘을 빼고 료켄의 허리에 손을 얹었다. 시선도 서로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강렬한 붉은 빛의 가을 저녁 해가 두 사람 사이에 놓여졌다.

가을이 놓여진 찬란한 에메랄드 눈. 그때와 똑같다. 길모퉁이에서 우연히 부딪혀 만난 그 날.

가을의 햇빛이 빛나는 바다같은 눈. 그때와 똑같다. 길모퉁이에서 우연히 부딪혀 만난 그 날.

그 이후로 10년 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너의 아름답고 순수한 눈동자는 여전하다.

둘은 같은 생각을 했다. 서로 같은 것을 생각했다는 걸 깨닫고 유사쿠가 먼서 훗, 웃었다. 료켄도 미소지었다. 그때처럼 순수한 웃음을 짓고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사랑스러워라.

순간 료켄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유사쿠의 어깨에 얹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번엔 아프지 않았다. 유사쿠도 결연한 얼굴로 료켄의 말을 기다렸다.

"너에게 말 할 것이 있다."

"음.

유사쿠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자수를 할 거다. 죄에서 도망치지 않을 거야. 그래도 너와 이대로 헤어지는 것은 싫어서 말 할…… 아니, 제멋대로인 부탁을 할게."

"부탁?"

"그 날까지 13일이 남았어. ……그 동안 나와 결혼해서, 함께 살자."

유사쿠의 눈에 료켄의 별이 반짝였다. 료켄도 그 빛을 보았다. 혼자 먼저 정한 마음을 말하기 위해 입을 뗐다.

"10일 정도를 함께 사랑하고, 너를 향한 사랑에 한 점 후회없이 자수하고 싶다. ……혼자 멋대로 정해서 정말 미안하다. 나는 또 다시 내 생각만……"

"난 괜찮아…… 나도 미련 없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 료켄. 그럼, 내 프로포즈를 받아주는 거야?"

"그래."

유사쿠가 감정에 북받혀 울먹였다. 료켄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이 흐르는 유사쿠의 눈가를 다정하게 닦아주었다. 유사쿠의 손이 료켄의 재킷을 꼭 붙잡았다. 어제처럼 예쁜 꽃이 있는 건 아니지만 유사쿠는 어제 말했던 진심을 다시 료켄에게 말했다.

"첫째, 좋아해.

둘째, 사랑해.

셋째, 너와 함께하고 싶어. 그러니 결혼해 주세요."

"네. 결혼하겠습니다. 10일, 짧은 시간이지만 최선을 다해 사랑하자."

10년 전 맺었던 약속이 드디어 이루어졌다. 유사쿠와 료켄은 첫사랑과 처음 만난 그날의 노을처럼 짙고 맑은 빛이 내리쬐는 노을 아래에서 키스했다.

**

"앗."

"왜 그러나?"

"다리가……"

갑작스럽게 유사쿠의 다리에 힘이 빠졌다. 설 수는 있으나 다리가 덜덜 떨렸다. 갑자기 격하게 뛰어 다리 근육에 무리가 간 것이 유사쿠의 긴장이 풀어지며 터진 모양이었다. 해가 거의 지면서 더욱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이대로 보낼 수는 없어 료켄이 유사쿠를 안아들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인 만큼 결코 가벼운 무게는 아니지만 번쩍 들려 깜짝 놀란 유사쿠가 료켄의 옷깃을 붙잡은 모습이 퍽 귀여워 가볍게 소파까지 데려갔다. 유사쿠의 운동화는 스펙터에게 맡기고 료켄이 유사쿠의 다리를 주물러주었다. 아버지의 육체가 굳지 않게 마사지를 해온 시기가 길어 능숙한 손길로 근육을 풀어주었다. 확실히 근육과 살이 남자에 비해 부드럽다. 유사쿠의 발가락이 양말 속에서 꼼지락거렸다. 부끄러운가? 이런. 료켄은 그제야 유사쿠의 다리에 손을 대도 괜찮냐고 묻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미안하군, 말도 없이 다리에 손을 대서."

"됐어, 그렇게 놀라진 않았어. 그리고 이제, 저… 사귀는 거니까, 이런거에 익숙해져야……"

"크흠. 아프면 말해."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부끄러워하는 유사쿠의 사랑스러움에 료켄까지 부끄러워졌다. 그렇지. 이제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사이니까 서로 터치가 자연스러워져야 한다. 터치 뿐만이 아니라 이제 겨우 처음 사랑을 시작한 둘은 많은 부분을 맞추고 받아들이고 변해야한다. 길지 않은 시간이라고 서두르지 말고 하나하나씩. 둘은 눈을 맞추고 미소지었다. 행복이 목화솜처럼 포곤포곤 부풀어오른다.

"저녁 먹고 가는 것이 좋겠는데."

"그래."

"스펙터, 미안하지만……"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럼,"

마사지를 끝낸 료켄이 유사쿠의 옆에 가까이 앉았다.

"앞으로 어떻게 할 지 이야기해야겠군."

**

하늘에 별이 반짝이는 밤. 유사쿠가 집에 돌아오자 로봇삐와 아이가 웃는 얼굴로 맞이했다.

"어서오세요, 주인님 \(*^^*)/"

"생각보다 늦었네~. 그 집에서 뭐 했어? 밥먹고 왔어?"

"어떻게 알았어?"

"듀얼 디스크로 다 들었지. 너네가 집에 들어가고는 안 들었지만."

"……후."

유사쿠는 낯선 짐가방을 책상에 올려놓고는 침대에 털썩 앉았다. 아이도 옆에 앉았다. 조금 생각하던 유사쿠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

"응?"

"네가 길을 가리켜 준 덕에 료켄과 이어졌어."

"에~ 유사쿠쨩에게 고맙다는 소리도 듣고 별일이네. 그래도 파트너인 네가 힘들어하는데 이 아이쨩이 뭐라도 해야지. 안 그래?"

"훗."

가볍게 웃은 유사쿠의 볼을 아이가 콕 찔렀다. 장난치지 말라고 손을 잡아 내리자 아이가 그 손을 잡고 짐짓 진지하게 괜찮냐고 물었다. 아이도 둘이 10일 간의 결혼생활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아마 '그걸로 됐어?' 라고 묻는 것 같았다. 유사쿠는 다시 생각했다. 료켄의 앞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집중하며 물어보았다. 10일간의 결혼생활. 그 10일은 지내보며 생각할 일이지만 문제는 그 다음 같다. 결혼 생활이 끝나 료켄과 헤어지고…… 나는 괜찮을까. 료켄을 더욱 더 사랑해서 료켄을 붙잡거나 료켄과 같이 도망치면…… 아니면 료켄을 보내고 결혼 생활에 미련이 남아 괴로워하거나…… 전부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도 료켄이 스스로의 마음에 후회없이 자수하고 싶다고 그랬으니, 유사쿠도 그 마음을 존중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료켄이 유사쿠에게 바라는 것 처럼 유사쿠도 자신의 미래로 나아가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괜찮을것 같다. 물론 미래의 일이니 그 날이 되어서야 결과가 나오겠지만.

"괜찮을 거야. 그러기 위해 하는 결혼이니까, 분명 괜찮을 거야."

"네가 그렇다면 됐어. 네가 행복해하면 그만인걸. 그나저나, 저기 네가 가지고 온 큰 가방은 뭐야?"

"내일 저녁에 료켄의 집에 들어갈 거야. 짐 챙겨야 해."

"엥, 가방에 비해 짐이 얼마 없겠는걸."

유사쿠가 로봇삐를 불러 양말과 옷가지들을 가져와 가방에 차곡차곡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여행이신가요? 묻는 로봇삐에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여행! 멋집니다! 저는 집을 잘 지키겠습니다! 로봇삐의 대답이 기특하고 고마웠다. 쓰담쓰담.

"아, 너도 데려가지 않을 거야. 로봇삐랑 집 잘 지키고 있어."

"에에에에엑~~?!? 이 파트너 아이쨩을 두고 간다고~~?! 왜??? 왜애?????"

"료켄과 둘이서만 보낼거야. 스펙터도 업무 외에는 그 집에 오지 않기로 했어."

"히잉, 궁금하단말야! 아, 내가 시어머니처럼 막 참견할거 같아서 그렇구나!! ...알았어 이상한 소리 안 할게. 그런 눈으로 보지 마셔."

"아주 안 만난다는 것도 아닌데 소란이야."

유사쿠가 한숨을 쉬며 창 밖의 별을 보았다. 깨끗한 밤하늘에 별이 반짝인다.

**

마지막 증거자료 보고서를 결재받으러 온 바이라는 료켄의 결정에 잠시 얼떨떨한 표정을 짓더니 후후 웃어버렸다. 료켄도 타키를 따라 미소지었다.

"단기 결혼이라, 생각도 못했네. 보통은 절대 그런 생각도 결정도 하지 않지. 후후… 오히려 독이 되지 않았음 좋겠지만."

"나도 그 부분이 걱정이긴 해. 유사쿠와 잘 살고, 최대한 미련을 없앨 생각이야."

"그래, 너희가 행복하면 됐어. 아이도 참 특이한 제안을 했네."

아이와 판도르가 어제 새벽에 생각해 낸 두 가지 제안은 첫째, 료켄이 유사쿠에게 마음을 전할 것. 둘째, 남은 시간동안 유사쿠가 원하는 바를 이루게 해 달라. 였다. 두번째 제안은 료켄조차 어이가 없어질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단기 결혼. 괜찮은 건가. 유사쿠를 잠시라도 행복하게 해 달라는 의도는 알았지만 정말 그것으로 되는 걸까, 료켄은 고민을 많이 했다. 유사쿠가 집 근처까지 무의식적으로 올 때까지 계속 고민했다. 판도르가 료켄을 위해 아이와 유사쿠의 대화를 들려주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유도했지만 유사쿠의 괴로워하는 목소리를 듣고 료켄은 마음이 흔들렸다. 그리고 마침내 유사쿠가 다시 사랑을 고백했을 때 료켄은 결심했다. 유사쿠를 행복하게 해주자고. 그것이 우리를 위하는 것이라고. 료켄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내일 무척 바쁘겠군."

"그러게."

타키는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료켄의 표정을 보고 괜찮을 거란 믿음이 생겼다. 소녀와 소년이 잡고 있던 리볼버의 탄환은 하늘로 날아가 불꽃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둘이 아름답게 반짝반짝 빛나는 불꽃 아래 작은 행복을 잡기를 기도했다.

이 밤이 지나면 새로운 한 쌍이 맺어진다.

부디 둘에게 축복이.

**

유사쿠의 갑작스런 결혼 발표에 다들 마시던 커피를 뱉을 뻔 했다. 수업이 조금 일찍 끝나고 유사쿠가 타케루와 아오이를 카페 나기로 데려가더니 또 폭탄발언을 한 것이다. 셋에게는 이 소식은 놀랍기로는 정말 인생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눈을 휘둥그래 뜨고 유사쿠를 바라보았다. 유사쿠는 평온하고 또 개운해보였다. 쿠사나기, 타케루, 아오이가 서로 마주보았다. 쿠사나기가 먼저 실소를 지었다.

"햐. 연애와 결혼을 동시에, 그것도 료켄이 자수하기 전까지만 한다고. 역시 유사쿠야. 언제나 상상을 뛰어넘는 결정을 하는구나."

"유사쿠가 결정한 거니까 괜찮겠지. 결혼 축하해, 유사쿠."

"축하한다!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는데."

"정말 축하해, 후지키군."

"에궁, 나도 축하한다고 말 안 했네. 유사쿠쨩 결혼 추카추카!"

"다들 고마워."

아이, 아오이와 타케루가 박수를 쳐주고 쿠사나기가 유사쿠의 등을 토닥였다. 모두의 진심 어린 축하에 유사쿠가 미소지었다. 참 고맙지만 할 말이 남아있었다.

"오늘 저녁에 둘이서만 간단히 결혼식을 할 거야. 둘이서만."

"하객 없이?"

"……료켄이 그러길바래."

아마 료켄은 스스로의 입장이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기에는 걸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유사쿠도 갑작스럽게 결정된 단기 결혼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해 법적으로 진짜 부부가 되는 것은 아니라 둘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동료들은 새로운 한 쌍의 결정을 이해하고 존중했다. 그래도 아쉽다고는 확실히 말했지만, 유사쿠는 지금 축하 해준 것 만으로도 무척 기쁘다고 대답했다. 다시 한번 고맙다고, 우리때문에 다들 마음고생 시켜서 미안하다고 했다.

"됐어, 너에게 받은 은혜에 비하면 작은 일인걸."

"그럼 준비는 료켄 녀석이 하는 거야?"

"응."

"후지키군. 결혼하기 전에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안될까?"

아오이가 잠시 몇 시인지 확인하고는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짧게 오라버니에게도 알렸어. 대답하고 자신의 부탁을 말했다.

"드레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옷을 선물하게 해줘."

"괜찮아, 그렇게까지 입지 않아도 돼."

처음 올리는 결혼식인데, 그래도. 아오이가 단호하게 말했다.

"후지키군은 나와 오라버니를 몇번씩이나 구해줬으니까, 이렇게라도 은혜를 갚게 해줘."

"그럼…… 알았어."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선물할게. 아, 지금 오라버니가 리볼버와 접선하고 있으니 신랑쪽에 알리지 않아도 괜찮을거 같아."

"그래."

유사쿠와 아오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쿠사나기와 타케루도 예쁘게 입은 유사쿠의 모습이 궁금하다며 짐꾼으로 데려달라고 웃었다. 이런 식으로 주변 사람들과 행복을 나누는 건가, 유사쿠도 작게 웃었다. 넷이서 쪼르륵 유사쿠에게 어울리는 옷을 고르러 도심으로 출발했다.

**

법원에 제출할 하노이측 자료들과 솔 테크놀로지의 더러운 자료들을 조정하는 중요한 작업 중, 아키라에게 아오이의 연락이 왔다. 아오이도 아키라의 일정을 알고 있어 지금 매우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텐데, 이럴 때 보낸 메시지는 분명 중요한 내용이라 판단해 메시지를 읽었다.

"무슨 일이냐, 자이젠. 갑자기 웃고."

"아오이가 후지키군에게 결혼식때 입을 옷을 사주고 싶다고 연락했거든."

"……그렇게까지 할 예정은 아니었다만."

"옷까지는 어느정도 맞추는게 좋지 않을까?"

"후우…… 부케와 면사포는 준비해 놨다고 전해."

유사쿠의 일이라 료켄에게는 거부할 권리가 없었다. 알았다고 할 수 밖에. 그래도 제대로 차려입은 유사쿠의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하면서 두근거렸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입을 옷을 생각했다. 제대로 된 턱시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료켄에게는 몸에 맞는 멋진 정장이 있다. 아버지가 생전에 료켄에게 매년 정장을 맞추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료켄은 꾸준히 좋은 정장을 맞췄다. 대부분 입지도 못하고 버렸지만, 아마 아버지께서는 아들이 당신의 업보에서 해방되어 사회로 나갈 때를 대비하길 원하셨을거라고 료켄은 그렇게 여겼다. 그 정장을 이렇게 입게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자, 서두르자. 신랑이 늦으면 안되잖나."

"훗."

**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유사쿠는 소박한 짐이 든 짐가방을 들고 신혼집 앞에 섰다. 료켄이 문을 열어주었다. 료켄이 짐을 들어주고 유사쿠가 팔에 찬 듀얼디스크를 보았다. 아이가 여! 인사를 했다. 아이는 '녹화'담당으로 특별히 초대되었다. 료켄을 따라 들어가 함께 지낼 신혼방-료켄의 방-에 짐을 풀었다. 작은 짐이라 료켄이 돕자 정리가 금방 끝났다. 낯설면서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그때도 이렇게 오렌지 빛으로 물든 방에서 즐겁게 듀얼을 하고 결혼하자고 했지. 료켄도 유사쿠의 생각을 알았는지 가구가 달라져서 그렇지 그 방이 맞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제 시간이 되었다.

둘은 따로 옷을 갈아입고 준비가 다 되자 그 라운지에 모였다. 코가미 박사가 있던 연명기기에는 하얀 천이 덮여져있다. 저녁 노을이 라운지 안에 점점 채워지고 있다. 유사쿠와 료켄은 서로의 멋진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보았다. 료켄의 까만 정장도, 유사쿠의 하얗고 심플한 원피스도 서로에게 참 어울렸다.

"유사쿠, 지금 정말 아름다워."

"너도 정말 멋있어, 눈을 못 뗄 만큼."

료켄이 유사쿠에게 면사포를 씌워주고 부케를 건넸다. 푸른 리시안셔스와 라넌큘러스가 예쁘게 꾸며진 작은 부케를 유사쿠가 소중히 들었다. 신랑과 신부가 손을 잡고 노을의 한 가운데로 걸어갔다. 음악도, 환호도 없는 행진. 노을이 가장 찬란한 곳에 서자 료켄이 유사쿠의 얼굴을 덮은 면사포를 살포시 들었다. 유사쿠가 미소지었다. 료켄도 미소지었다. 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낸 료켄은 뚜껑을 열고 유사쿠에게 반지를 보여주었다.

"우리의 눈 색이다. 화려한 반지는 아니지만 이게 너의 손에 어울릴거야."

료켄이 유사쿠의 왼쪽 약지에 파란 보석이 박힌 반지를 끼웠다. 유사쿠도 료켄의 왼쪽 약지에 초록빛 보석이 박힌 반지를 끼웠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보석처럼 두 사람의 눈도 사랑으로 빛난다. 사랑해 마지않는 운명의 상대를 바라보며 동시에 말했다.

첫째, 좋아해서.

둘째, 사랑해서.

셋째, 함께 새로운 미래를 잡고 싶어서 결혼합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는 부부입니다.

저녁 노을에 지지 않을 만큼 찬란한 키스는 오래도록 이어졌다. 이렇게 행복한 날에 두 사람의 눈에서 눈물이 자꾸 흘렀다.

"사랑해, 유사쿠."

"료켄, 사랑해……"

10년의 벽을 넘어 두 사람의 약속이 이루어졌다.

지금 이 순간, 후지키 유사쿠와 코가미 료켄은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과 사랑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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