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인격] 로널드와 클로토

두 사람의 조합이 요즘 좋다

-어쩐지 위험한 분위기가 남. 15금 정도 수위

-새벽에 욕망을 가득 담아서 썼음


분장실 안, 어두운 시간, 화려한 두사람과 달리 초라한 분장실에서 두 남녀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희대의 여주인공 벨라 부인의 대타인 클로토와 남자주인공으로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로널드였다.

클로토는 로널드에게 투덜거린지 정확히 10분째인 상황이었다. 그녀는 지치지도 않는듯 입을 열었다.

"오늘 온 그 남자는 냄새가 너무 났어."

"그래? 그거 고생했겠네."

"이빨에서 하수구 냄새가 나는 거 있지! 오기 전에 뭘 먹고 온 거야. 300년 된 치즈는 먹었나."

"그래, 그거 고생했겠네."

"이봐, 로널드씨? 내 이야기 듣고 있어?"

클로토는 얼굴에 분을 바르다가 고개를 돌렸다. 대본에 시선을 박고 있는 로널드가 거울에 비치는 걸 깨달은 것이었다. 로널드는 고개를 들고 클로토의 뽀얀 얼굴을 바라보았다. 황금색 눈동자를 왼쪽으로 한 번 오른쪽으로 한 번 굴리곤 입을 열었다. 

"아니. 힘들다, 힘들다 투정해놓곤 다음에 그 남자 오면 또 웃으면서 인사할 거 아니야."

그의 입꼬리가 매혹적으로 올라가며 클로토를 놀렸다. 늑대가 하나뿐인 반려를 놀리는듯한 표정이었다. 클로토는 분이 있는 항아리의 뚜껑을 닿고 굽이 높은 신발을 실었다. 숱한 연습으로 다져진 매혹적인 걸음으로 걸어가 로널드 옆의 의자를 자신의 쪽으로 잡아 끌었다. 

"나 놀리는 거야?"

"설마, 내가 어떻게 클로토 아가씨를."

그녀가 다가오는 동시에 로널드는 의자를 반대로 쪽으로 빼 자신과 그녀의 사이에 틈을 만들려했다. 클로토에게 한 번 잔소리를 듣기 시작하면 그것만큼 골치 아픈 일이 없다. 그러나 이 여자 눈치도 빠르지.

클로토가 고급스러운 붉은색 원단으로 만든 옷을 차려입은 그의 팔을 부여잡았다. 강하게 잡아 당기는 게 누가 밧줄로 곡예를 하던 여성 아니랄까봐. 로널드는 강제로 다시 클로토의 곁으로 의자를 뒀다. 그러고 자신에게 강렬한 시선을 던지는 걸 무시하며 시선을 천장으로 돌렸다. 클로토는 자신의 남주인공이 될 사내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클로토는 말없이 로널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 남자 표정을 숨기는 척 하고 있지만 빤히 쳐다보면 어느정도 읽을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마주보는 얼굴엔 벌써 '널 놀릴 수 있어 재미있어 죽겠다' 라고 써져있는 거 같다. 잘생기기만 한 이 남자. 하여간에 이런 능구렁이같은 속내를 아는 건 자신뿐일 것이다.

클로토는 됐다는듯 로널드를 쳐내고 아까의 이야기로 돌아갔다.

"그야, 내 팬이라는데. 오늘 부인에게 줄 꽃다발 대신 나한테 반지를 사서 왔는데 어떻게 거절해? 냄새가 나도 웃으면서 대해야지."

"엄청난 서비스 정신이네. 근데 그 사람, 안타깝네. 지금 네 모습 알면 알아서 떨어져 나갈텐데."

클로토가 풍선이 터지듯 비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는 그 쪽이야 말로. 귀부인들에게 마드모아젤~ 하면서 웃음 흘리는 걸 좋아하면서. "

클로토는 목소리를 한껏 내리깔고 로널드의 마드모아젤을 따라했다. 버터 바른 치즈같은 목소리였다. 한껏 조롱하는 클로토의 노력이 통했는지 로널드의 입가에 미소가 싹 가셨다.

로널드는 조소 대신 코웃음을 쳤다.

"귀부인들이 주는 보석이 이 로널드님의 가치니까. 나의 가치를 올려주는 후원자님들께 이 로널드 웃어주는 거 하나 못하겠어?"

클로토가 슬며시 그를 비웃더니 그의 허벅지 위로 몸을 올렸다. 돌같이 단단한 허벅지 위로 올라탄 클로토의 살결이 비단처럼 매끄러웠다. 로널드는 조롱하는 건지 아니면 유혹하는 건지 알 수 없는 그녀의 행동에 눈썹꼬리를 올렸다. 이런 걸로 당황하는 재미없는 남자가 아니라는 것처럼 로널드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얼굴에 휘감았다.

"뭐 하는 거야?"

"그러다가... 열 띈 서비스까지 하는 건 아니고?"

로널드의 입에서 참을 수 없다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낮은 저음이 클로토의 귀를 들뜨게 했다.

"지금 하고 싶은 말이 뭔데?"

클로토의 양팔이 부드럽게 로널드의 뒷목을 감쌌다. 감싸는 만큼 두 사람의 몸은 밀착되어 로널드는 클로토의 달콤한 화장향을 클로토는 로널드의 장미 향수 향을 코끝에서 맡을 수 있었다.

"그냥... 나 오늘 기분도 안 좋은데... 나도 너한테 가끔 보석 주잖아? 근데 왜 이 심심한 여주인공하고는 안 놀아주나 해서."

보석, 그래 그걸 잊으면 안 되지. 로널드는 있는 힘껏 다정하게 웃어보였다.

"심심하다고? 앞으로 바빠질 지도 모르잖아. 그렇게 팬한테 선물까지 받으면서."

장갑 낀 남자 손에 금실같은 머리카락이 휘감겨졌다. 머리카락을 베베 꼬며 그녀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로널드는 이 여자의 속내를 뻔하듯 알았다.

"어머, 지금 내가 매력적이라고 이야기하는 거지."

"그럴 수도 있고."

"벨라보다 더?"

"난 그 여자는 별로야. 너처럼......."

나랑 속내가 비슷해서 읽기 쉬운 여자가 좋지. 로널드는 뒷 말은 그저 미소로 지웠다. 로널드가 얇은 클로토의 팔을 신사처럼 잡고 강하게 잡아끌며 물었다. 

"그래서... 놀아줘?"

대답대신 키스로 응수했다. 두 개의 입술이 더 포개지기 직전 로널드가 옆에 있는 등불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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