対立
-> 키리사키 시도우.
결국 네가 하는 속죄는 그 무엇도 없다는 소리 아니야? 그나마 하는 속죄라곤 열심히 살아가겠다. 열심히 누군가를 살리겠다. 정도? 지나가던 개도 웃겠네. 너희 가족도 참 웃겨 하겠어. (잠시 비소 지으면서 노려보다가 이내 입꼬리 내린 채로 침묵한다. 노려보는 눈빛에는 증오가 담겨 있었다.) 너의 죄가 무겁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어떤 방법으로든 속죄하라고. 네가 살아가는 걸 그들이 원했을까? 그럴 것 같아? 좀 더 생각해 보라고, 키리사키 시도우. 그들이 원한 네 속죄의 방법을. 그리 죽고 싶다 말하고 다니던 그는 어디 간 거야? 이제 와서 살고 싶어졌어? 저런, 안 됐네! 너는 앞으로도 살아갈 수 없을 거야. 과거의 족쇄가 살아가는 너를 붙잡을 테니까. 불가능한 짓을 꿈꾸는 건 멍청한 짓이야. 네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실제로 꿈꿔보고, 절망하기도 했던 주제에. 경계하려는 대상이면 기분 나쁘게 동정하듯 쫑알거리지 마. 이제 와서 누군가를 위하겠다니 그냥 위선일 뿐 아니야? 너는 그 누구도 살릴 수 없어. 결국 그들조차도 내겐 똑같은 살인자들, 즉 한순간에 없애버릴 수 있는 존재들이란 소리야. 그래, 마치 꽃처럼. 한순간엔 아름답다 칭할 수 있어도 그 후에는 사람에 의해, 자연의 순리에 의해 망가지지. 모두의 생존을 원한다고 할 거면, 그를 방해하는 자의 무탈은 빌어주지 말았어야지. 모순되는 거 아니야? 결국 네가 내 앞을 막아선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 나는 얼마나 맞고 부정 당해도 이 정의만은 꺾을 생각이 없거든. 뭐? 약자? (웃기다는 듯이 헛웃음 짓는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약자라 칭해지는 그들은 사람을 죽였어. 같잖은 정 따위로,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두고 떠나는 건 바보 같지. 소리치는 거야? 그렇게라도 하면 내가 멈출 거라고 믿고 싶었어? 네가 얼마나 내게 외치든 나는 내 정의를 꺾을 생각이 없거든. 에스가 말해도 꺾지 않을 테니까. … … 뭐? 멋대로 판단하지 마. 내가 언제 귀를 틀어막았다고? 그래, 범죄란 걸 알고 있어. 하지만 나는 약자를 지키고 싶었을 뿐이라고. 악한 자들에 의해 고통받는 약자를 지키고 싶었을 뿐이라고. 그것뿐이야. 그걸 위해서라면 내가 악이 되어도 상관없어. 내 스스로 정한 가치? 너, 나에 대해 무언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조금의 악이라도 행한 자는 더 이상의 가치는 없는 거야. 참회한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아. 되돌릴 수 없어. 그것이 운명, 자신이 벌여들인 것이니까. 그러니 내게 같잖은 참견은 그만둬, 키리사키 시도우. 그저 내게 너는 역겨운 살인자로 비춰질 뿐이니까. 이제 와서 속죄해도 무언가 달라져? 너는 가족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사람을 몇 명이나 죽였는데. 그에 대한 벌은 제대로 받지도 않은 주제에. 피해자들의 심정은? 그들이 앞으로 살아나갈 수 있는 삶에 대해선 생각해 봤어? 그리고, 애초에 그리 죽여냈으면서 이뤄낸 건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말도 많구나. 글쎄? 그들은 나아지지 않아. 속죄해도, 참회해도 그들은 더 이상 나아지지 않는다고. 뒤에서만 정의를 항상 말해대는 사람들도 똑같아. 사회가 조금 더 나아졌으면 했어, 라고 말해. 결국 실행하지도 않는 주제에. 단죄만으로 참회함을 꺾어버린다면 처음부터 참회할 생각이 없었던 거잖아? 나로 인해 참회할 마음이 꺾여버렸다면, 그저 변명으로밖에 안 보이는데. 그런 역겨운 변명, 원치도 않고 보고 싶지도 않아. 처음부터 참회할 생각 따위 하나도 없던 주제에 이제 와서 참회하려 했는데 너 때문에 전부 망쳤다며 말을 해댄다고? 그저 역겹잖아. 그리고… … 뭔가 착각하는 게 있는 것 같은데. 폭력을 쓰지 않아선 그들은 그 무엇도 나아지지 않아. 너를 괴롭게 한 사고를 벌인 자가 제대로 된 속죄를 했어? 그들이 네게 돌아올 수 있게 도움을 조금이라도 줬어? 그에 대한 답을 하지 못한다면, 내 말이 옳게 되는 거야. 네 말은 틀린 게 되는 거고. 알고는 말하는 거지? 폭력을 행하지 않아선 그 무엇도 나아지지 않아. 뒤에서 정의를 위해, 라고 말해대기만 하면 세상은 여전히 썩어갈 뿐이라고! 넌 그것도 모르면서 내게 참견이나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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