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nerman

성인1 기간, 쥘 린드버그 > 힐데가르트 마치

Oh, Sinnerman, where you gonna run to?

Sinnerman, where you gonna run to?

Where you gonna run to?

All along them days… …

그러니까, 그게 다 거짓말이었다고. 힐데가르트가 조소하고 쥘 린드버그는 일순 변명하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을 느낀다. 아니에요. 그런 건 아니야. 내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해서 당신들과 보낸 시간이 전부 거짓인 건 아니란 말이에요. 나는 늘 같은 모습으로 존재했는데 왜 다들 내게 실망한 것처럼 구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린 저 하늘의 별들처럼 빛났어요. 그렇지 않나요? 물론 그때의 나는 당신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줬어요. 지금은 나의 후원자들이 듣길 원하는 말을 해주죠. 하지만 어른이 된다는 게 그런 거잖아요. 우리가 자라고 변해버릴 수밖에 없다면 최소한 어린 시절의 추억만큼은 욕보이지 않아도 되는 거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당신이 우스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단 말이에요.

그러나 설득력 있는 목소리, 오직 감정 아닌 확신에서 비롯되어 상대를 쉽게도 설득하는 그의 음성은 더이상 입술을 비집고 나오지 않는다. 이마로부터 식은땀이 느릿느릿 배어 나오고 두 뺨이 창백하게 질린다. 쥘 린드버그는 당신의 그림자에 짓눌린 것처럼 몸을 움츠린다. 몸을 구부린 청년 주위로 검은 머리칼이 장막처럼 떨어진다. 고해소와는 아주 다른 한 뼘 그늘 속에서 당신의 목소리는 판결처럼 무겁다.

‘너를 바꾸기 위해서, 세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위해서, ‘정상’이 되기 위해서 했을 네 노력을 호도하려는 건 아니야, 쥘.‘

차라리 호도하세요. 별 것도 아닌 노력이라고 하란 말이에요. 그러면 나는 그 말을 그대로 돌려줄 수 있었을 거예요. 그 별 것도 아닌 노력을 왜 할 수 없냐고 채근할 수 있었을 테고…….

‘나는 있잖아…. 네 한계가 아주 낮은 것에 대해서 사과 받고 싶은 게 아니야.’

나에게 말은 아주 가벼운 것이니 사과하라고 하면 어렵지 않으며,

‘모든 것을 땅바닥에 내던지고, 처음부터 다시 쌓아가라는 게 아니야.’

속죄를 요구하는 이에겐 애초에 죄가 존재치 않는다 궤변할 수 있겠습니다.

영국인이고, 순수 혈통 마법사이고, 백인이며, 비정상성을 가질지는 모르나 그것으로 배제된 적 없는 나의 고통을 이해하려 들지 않고, 고통받는 것조차 가증스럽게 여기시라고요. 내가 오랜 친구들에게 배척당하는 것은 처음이 아닐 것이며, 심지어는 나를 죽이려 드는 이도 더러 있었습니다. 나를 증오하는 자일수록 그저 우습게 여기면 그만입니다. 결국 누구 하나 나를 정말로 죽이진 못했으니까요. (그렇지 않나요?) 내가 죽길 바라는 이 앞에선 보란듯이 살아남고 나를 저주하는 이 앞에선 웃으며 내가 실패한 작가로 집에 돌아가길 바라는 이 앞에선 성공을 과시하는 게 내가 아는 삶입니다.

그런데 당신 앞에선 무어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힐데가르트는 무지갯빛 리본을 매둔 손을 들어 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초목을 닮은 눈에 물기가 고이고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그것이 쥘에겐 끔찍하게만 느껴진다. 그는 더이상 웃지 못한다. 피냄새 가득한 거리에서 하얀 손수건으로 코를 틀어막고, ‘난리도 아니네,’ 남일마냥 한 마디 툭 던지는 게 고작인 이가 타인의 고통에 압도당하고 있다. 당신의 연민 속에 내가 있기에.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슬픔이 타는 인두처럼 그를 살라먹고 있는데 그는 꼼짝할 수조차 없다! (“이게 타야 한다고 생각해?” 기억 속에서 힐데가르트 마치는 신문을 들며 을러대고 쥘 딜루티 린드버그는 시선을 피하며 빵에 꿀을 바른다. 그는 언젠가 자신이 저런 글을 쓰는 사람이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변명하고 싶다. 도망치고 싶다.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언제로? 성공은 달콤하고 영예는 눈부신데.

“그럼 당신이 원하는 게 뭐예요?” 그가 악을 쓰듯 입을 연다. 당신이 보여준 모습의 거울처럼 목소리는 떨리고 눈에 물기가 고여든다. “제가 눈먼 주문에 살해당하길 원하세요? 아니면 아즈카반에 들어가서 죄값을 치르길 원하세요? 이 전쟁의 끝에 제 이름이 문학계에서 싸그리 지워지고, 영예도 무엇도 남지 않은 채로, 지금까지 벌어온 재산은 모조리 압수당하고 비참한 꼴을 당하길 원하시냐고요. 차라리 그렇게 말하세요. 다른 사람들처럼 절 지탄하세요!”

어깨에 얹어진 당신의 손을 뿌리치려는 듯이 팔목을 잡는다. 굳은살 없는 손바닥 아래 리본이— 그 망할 리본이— 느껴지지만 않았더라면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참이나 이를 앙다물고 숨을 씨근거리던 그는 끝내 손을 늘어뜨린다.

“하지만 제가 울고, 앓고, 제가 저지른 일로 말미암아 죄책감에 괴로워하길 바란다면 그럴 수 없다고 말할게요. 그건 제게 있어서 최악의 결과거든요.”

너는… 네가 스스로를 바꾸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있잖아.

“저는 결코 돌아보지 않을 거예요.”

네가 그 손으로, 네 입으로, 너와 내가 진정으로 발 붙이고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을 만들고 있는데.

“세상을 위해 백 번이라도 나 자신을 바꿀 거고,”

내가 이 정도 이야기도 못해?

“그런 제 인생이 행복하다고 믿을 거예요.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

쥘 린드버그는 고개를 젖히며 웃는다. 양털같은 머리카락이 제자리에서 소리 없이 들썩인다.

“당신 정말 지독한 사람이네요, 힐데가르트! 당신이 그리는 세상에 제가 있다는 게 얼마나 절 서글프게 하는지!”

저의 범한 모든 죄를 전능하신 하느님과 신부님께 고백합니다. 이 밖에 알아내지 못한 죄도 모두 용서하여 주십시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