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연성
유료

사랑하는 당신에게

“그 날 밤 말이야.”

소파의 중앙에서 대본을 읽고 있던 치사토가 돌연 운을 떼었다. 카오루는 한 뼘 정도 떨어져 앉아있었고 치사토는 고개는 그대로 둔 채 눈만을 굴려 그를 바라보았다. 마치 말의 뒤를 재촉하는 듯한 눈빛으로. 카오루는 이 뜻을 알고 있었다. 그는 소파 위 거리를 좁혀 치사토의 옆으로 가까이 붙는다. 그래, 다음 대사는.

“그 날 밤?”

“토끼가 도망친 날을 말하는 거야. 기억할 거라고 믿어”

토끼가 도망친 날이라니, 어떤 날이지. 카오루는 대본 연습을 도와주는 지금조차도 치사토의 역할을 알지 못 했다. 이번에는 연극 무대에 선다고 듣기만 했을 뿐, 그 이후는 전혀 정보가 전무한 상태로 이렇게 연습을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가 내뱉고 있는 대사도 어떤 인물의 것인지 알지 못 한다. 분명 이 전까지는 카오루가 적당히 물어오면 질린 듯한 표정으로 대꾸해주곤 했던 치사토였는데 이번에는 그런 표정조차 짓지 않고서 그의 궁금증을 깔끔히 무시해버리는 것이다. 카오루는 대본을 눈으로 따라 훑어 내려가며 자신의 대사가 돌아올 때마다 그저 최선을 다해 연기해나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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