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
2017. 6. 6 / 원피스 - 상디 드림
※ 현대물
상디는 이제 자신의 집인 것처럼 익숙한 그녀의 집에서, 그녀의 침대 옆 부분에 기대어 앉아 그녀를 끌어안고 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었다. 접이식 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은 그녀가 상디의 품에서 손만 뻗어서 이리저리 마우스를 움직였다. 여기저기 사이트를 왔다 갔다 하고 있으니 인터넷 창에 탭만이 늘어나고 있었다.
“이거 어때요?”
“귀엽네요.”
“이건요?”
“예쁘네요.”
긍정의 답만 하는 상디에 그녀가 힐끗 상디를 흘겨보았다.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얄밉다는 듯이 쳐다보는 그 모습이 마냥 사랑스러워 상디는 입가가 느슨해졌다. 슬슬 청첩장을 준비해야한다며 노트북을 꺼낸 그녀가 청첩장을 파는 사이트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있는 것에 상디는 그녀와 결혼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자신의 가게에서 언제나 두 사람이 앉는 지정석에 앉아, 그녀를 모티브로 만든 디저트로 그녀에게 청혼을 했다. 활짝 웃으며 청혼을 승낙한 그녀가 왼손에 자신이 고민 끝에 고른 반지를 끼우게 해줬을 때엔 꿈이 아닐까 몇 번이고 손 안의 체온을 확인했었다.
“좀 더 열심히 골라주세요.”
“…화났어요?”
“화 난 건 아니지만, 으음…, 화났어요.”
뚱한 목소리를 내뱉는 그녀에 상디는 좀 더 그녀를 강하게 끌어안으며 품에 안았다.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깊게 숨을 들이 마시면 그녀가 자주 뿌리는 복숭아의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한 입 베어 물면 과즙이 흐를 것 같은 달콤함에 그녀를 놓기가 어려웠다.
“이렇게 하면 용서해줄 줄 알아요?”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치.”
“저는 처음 본 게 제일 좋은 것 같은데, 어때요?”
그녀도 그렇게 생각했다면서 처음 본 청첩장으로 마우스를 가져가는 것을 보며 상디는 마우스를 잡지 않은 반대쪽 손을 손에 쥐었다. 모니터 안의 청첩장의 상세페이지를 보고 있는 그녀는 상디를 돌아보는 일이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손가락이 서로에게 얽혀있었다.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살살 어루만졌다.
“솔직히 좀 실감 안나요.”
“결혼이요?”
“네, 뭔가 지금도 결혼한 것처럼 같이 살고 있잖아요.”
부모님이 마련해준 신혼집도 있기는 했지만 결혼식 전까지는 그녀의 집에서 함께 지내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도 함께 살아갈 것이지만, 미리 함께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서로를 보고, 함께 밥을 먹고, 같이 잠자리에 드는 생활을 하고 나니 결혼이나 결혼식이라는 것이 잘 와 닿지 않았다.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그래도 될까요?”
“그럼요. 그날은 그냥 예쁜 드레스를 입고, 주변 사람들한테 우리가 앞으로도 더 많이 사랑할거라고 이야기 하는 날이라고 생각해도 되요.”
결혼식은 특별한 날이라고 연신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그녀는 그것이 더 부담이 되기도 했다. 결혼이라는 게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많으니 더욱 더 그랬다. 지금도 같이 살고 있는 데, 혼인신고서에, 호적에 같이 이름을 올리는 것 뿐 그녀는 그녀의 삶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상디를 만나서, 그를 좋아하게 되면서, 그를 사랑하면서, 그의 연인이 되면서 너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상디는 진짜 신기해요.”
“뭐가요?”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고, 언제나 내 편으로 있어주잖아요.”
“당연하죠. 그만큼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상디는 어깨를 가리고 있는 머리카락을 한 쪽으로 모아치우고 그녀의 목덜미에 살짝 입을 맞췄다. 발그스름하게 달아오른 귓가에, 좀 더 강하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콩닥콩닥 뛰고 있는 심장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게요.”
“지금도 충분히 그래요.”
“그럼, 앞으로도 계속 영원히 행복하게 해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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