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봉오리
2017. 5. 14 / 원피스 - 상디 드림
상디는 처음으로 그녀를 봤던 날을 떠올렸다. 그 날엔 이렇게 그녀를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던 터였다. 단순히 그녀는 보호자가 필요한 어린 소녀였고, 자신은 그런 소녀에게 맛있는 것을 먹이고 싶은 요리사일 뿐이었다.
“상디, 우리 마을 구경 가요!”
“원하신다면 어디든지!”
분명 그런 관계였을 터였다. 그의 가슴에 뿌리를 내린 감정이라는 것은 처음에는 눈에도 보이지 않을 아주 작은 씨앗이었다. 그 씨앗이 사랑과 관심을 양분 삼아 작은 싹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작은 싹은 호감이라는 것으로 이름지어져있었기에 상디는 그녀가 이렇게까지 소중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어때요?”
“잘 어울려요!”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그의 앞에서 한 바퀴 빙그르르 돌아 보이는 그녀에 상디는 심장이 터져나갈 것만 같았다. 호감이라고 이름 붙였던 새싹은 무럭무럭 자라났다. 상디가 그 감정에 눈치 채기 시작한 것은 커다란 꽃망울이 맺혔을 때였다. 이름 모를 꽃이 만개하기 전의 어린 꽃봉오리.
“그럼, 이걸로 할게요.”
어린 꽃봉오리는 상디가 감싸 쥐어 피는 것을 막기도 전에 활짝 피어났다. 활짝 피어난 꽃은 싱그러운 향기를 내뿜으며 상디에게 자신의 존재를 주장해왔다. 자신이 여기 있다고, 소중하게 어여쁘게 가꾸어 달라고. 상디는 그 감정에 물을 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소중해져서 온실 안으로 옮겨 심어 소중하게 키워나갈 수 밖에 없었다.
“쇼핑은 즐거우셨나요?”
“네! 우리 손, 잡아요.”
자신의 손에 비해서 작고 여린 그녀의 손을 맞잡은 상디는 손가락 끝에서부터 퍼져나가는 따뜻한 온기에 심장이 간지러워졌다. 체격과는 상관없이 그녀는 이미 상디의 안에 크나큰 존재였다. 한 송이만 옮겨 심었던 온실은 그녀를 향한 감정으로 만개한 꽃으로 가득 차있었다.
“꽃시장인가 봐요!”
“그러게요. 사람이 많네요.”
양쪽으로 길게 늘어진 꽃가게에 그녀가 깊게 숨을 들이마시는 것을 보고 상디도 따라 숨을 들이마셨다. 폐까지 가득 채우는 꽃들의 향기에 싱그러움이 두 사람을 감싸 안았다. 상디의 손을 잡아 끈 그녀는 가게 앞으로 가서 주인에게 꽃 몇송이를 주문했다.
“선물이에요.”
“제게 꽃을요?”
“네.”
베시시 웃는 그녀에 상디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에서 꽃다발을 받아 들었다. 작고 여린 꽃잎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뭔가 뜻 같은 게 있나요?”
“아뇨, 그냥 잘 어울릴 것 같아서요! 꽃을 든 남자. 멋있잖아요.”
“그렇군요.”
웃음기 가득한 상디의 목소리에 그녀의 뺨이 살짝 달아올랐다. 가슴에 사랑이라는 감정이 싹을 틔어 자란 것은 상디만의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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