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디드림

다짐

2016년 이전 / 원피스 - 상디 드림

※ 현대물 

몇 번이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했지만 역시 실전만큼 떨리는 것도 없었다. 상디는 오늘 그녀에게 프러포즈하기로 마음먹었다. 무슨 말로 마음을 전하면 좋을까. 어떤 말을 꺼내야 그녀에게 온전히 자신의 마음을 보일 수 있을까. 쉼 없이 생각했지만 딱 이것이라는 답은 나오지 않았다.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그녀가 의아하다는 듯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언제나 두 사람이 앉는 두 사람만의 지정석에 분위기 있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상디는 손안에 땀이 차는 것을 느꼈다. 바지 위로 손바닥을 닦아도 다시금 손안이 축축해지는 것 같았다.

“무슨 말인데 그렇게 뜸을 들여요?”

“마음의 준비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여전히 떨리네요.”

상디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쿵쾅거리며 뛰는 심장이 조금이라도 진정하기를 빌면서. 처음으로 그녀를 만났던 날, 그녀에게 진심으로 사랑에 빠졌던 날, 그녀에게 자신의 감정을 고백했던 날, 그녀가 자신을 받아주었던 날, 그녀와 처음으로 손을 잡은 날, 처음으로 첫 키스를 한 날. 그녀와 함께한 지난날들에 대해서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었다.

“좋아해요. 아주 많이.”

좋아한다는 말은 제법 자주 하는 말이지만 매번 할 때마다 가슴이 벅차고 심장이 떨렸다. 좋다고 말하는 것보다 더 큰 감정이 가슴에서부터 자라나 목을 단단히 막고 있는 것만 같았다.

“힘들 때 곁에 있고, 외로울 때 기댈 수 있는. 좋은 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슬플 때 당신을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당신이 무엇을 하든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나였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그래요.”

“당신의 소중한 순간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여러 가지 말들을 떠올렸고, 여러 가지 말들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무엇하나 바라지 마지않는 것은 없었다. 그녀의 안에서 자신이 얼마나 큰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보다 더 커지길. 그녀의 안에 자신만이 남길.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것도 아니었다.

“평생 행복하게 해줄게요.”

몇 번이고 숨을 고른 상디는 안주머니에서 반지 케이스를 꺼냈다. 옆에 의자에 내려놓았던 꽃다발과 함께 그녀에게 내밀어 보이며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니까, 나와 결혼해줄래요?”

그녀의 눈동자를 쳐다보며 말을 이어나가자 그녀가 어쩔 줄 몰라 하는 얼굴로 상디를 보고 있었다. 발그스름하게 달아오른 뺨과 호선을 그리고 있는 입가를 보면서도 불안함이 가시지 않았다.

“좋아요. 결혼해요.”

그녀가 냉큼 상디의 앞에 손을 내밀었다. 상디는 케이스 안에 반지를 꺼내 그녀의 손가락에 끼워주고선 짧게 그 위에 입을 맞췄다. 그녀에게도 긴장한 상디의 손이 느껴져서 상디를 꼭 끌어안아 주고 싶었다. 생각했으면 실천을 해야지. 그녀가 벌떡 몸을 일으켜 상디 쪽으로 다가가 그를 끌어안았다.

“고마워요. 너무 기뻐요.”

상디의 무릎에 앉은 그녀가 그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몸을 기대왔다. 온전히 품 안에 안기는 온기에 상디는 깊은숨을 내뱉었다.

“언제나 곁에 있어 줄게요.”

“껌딱지 같이 붙어서 안 떨어질게요.”

“바라는 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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