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2016년 이전 / 원피스 - 상디 드림
※ 현대물
“빨리 와요!”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요!”
상디는 신이 나서 먼저 동물원 입구에 서서 손을 흔들고 있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무더운 8월, 일이 많아서 휴가도 못 갈 것 같다고 울상이었던 그녀가 놀랍게도 일이 빨리 끝났다면서 못 쓸 것 같다던 여름휴가를 받아온 것이었다. 회사에 다니는 그녀와 다르게 자신만의 가게를 가지고 있는 상디였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최대한 그녀의 휴가 일정에 맞춰서 일주일 내리는 무리여도 2일 정도는 가게를 쉬기로 했다.
“지도 챙겨가요!”
입장권을 사고 동물원 안으로 들어서자 광장이 두 사람을 반겼다. 무더운 날씨에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척 봐도 오늘 날씨는 더워보였다. 양산을 쓴 그녀가 상디 쪽으로 양산을 기울이자, 상디가 그녀의 손에서 양산을 빼앗아 들었다.
“제가 들어도 되는 데.”
“원래 이런 건 더 키가 큰 사람이 드는 거죠.”
“그러네요. 잘 들어주세요!”
살짝 웃은 그녀가 지도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어디부터 보러 갈지 물었다. 동물원에 온 목적도 확고했으니 아마 거기부터 가는 게 당연할 거라 생각했고, 실제로 그녀의 생각도 그러한 모양이었다.
“펭귄보고, 다른 것도 보고, 다시 펭귄 보러 가요!”
“펭귄이 그렇게 좋아요?”
“네! 계속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지 모르겠어요.”
신이 나서 그런지 발걸음도 가벼워서 금세 펭귄을 보러 도착했다. 처음부터 동물원에 가기로 결정했던 것도 오후 3시에 사육사가 펭귄 밥 주는 시간이 있다는 점에서였는데….
“…아.”
“오늘 안 하나 봐요….”
아쉽게도 오늘은 펭귄 밥을 주는 시간은 없었고, 펭귄도 3마리 정도가 나와 있을 뿐이었다. 날씨가 더운 편이니 없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어깨가 축 쳐진 그녀를 토닥이며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제법 큰 동물원이었던 터라 목적인 펭귄은 조금 밖에 보지 못했지만 다른 동물들을 볼 수 있었다.
“진짜 크다!”
커다란 유리 너머로 보이는 커다란 호랑이에 그녀가 정신없이 호랑이를 쳐다보다가 상디를 쳐다보며 한껏 흥분해있었다. 호랑이는 그녀보다 더 컸고, 상디가 보기에도 제법 크고 늠름해보였다.
“저보다도 큰 것 같아요.”
“네, 진짜 크네요. 탈 수도 있겠어요.”
“와아, 타면 좋겠다.”
살쾡이, 늑대, 재규어, 사자까지 둘러본 그녀가 눈을 반짝이며 키우고 싶다고 하는 터라 상디는 동물원 내에 있는 기프트샵에서 동물 모형을 선물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펭귄 밥 주는 시간이 오늘은 없어서 아쉬워하던 그녀도 다른 동물들을 보다보니 금세 활기를 되찾았다.
“우리 소프트콘 먹어요!”
바닐라와 초코를 각각 시켜서 천막이 있는 테이블 안으로 와서 앉자 제법 시원하긴 했다. 날이 덥고 평일이여서 그런지 동물원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가족과 연인, 친구들과 온 사람들이 곳곳에 보였다.
“날 더워서 그런지 소프트크림 너무 빨리 녹는 것 같아요.”
“벌써 손에 다 묻었어요.”
“다 먹으면 손 씻으러 가야겠어요.”
소프트콘이 녹는 터라 빨리 먹었더니 입안이 얼얼하기까지 했다. 빨리 먹는 다고 먹긴 했지만 손에 묻기도 했고 입 주변에도 묻은 터라 상디가 티슈로 입 주변을 닦아주며 웃었다.
“많이 묻었어요? 웃겨요?”
“아뇨, 많이 안 묻었어요.”
“그럼, 왜 웃었어요?”
“귀여워서요. 자, 그럼 손 닦으러 가요.”
손을 닦고 나온 그녀는 화장실 옆 쉼터에 앉아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상디의 모습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사실 휴가라고 하면 역시 어딘가 떠나는 것이 좋겠지만, 갑작스럽게 휴가를 얻게 되었다고 했는데 거기에 맞춰준 것도 너무 고마웠다.
“상디.”
“네, 갈까요?”
“고마워요.”
돌연 들려온 그녀의 고맙다는 말에도 상디는 그게 무엇인지 묻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별 말씀을, 하고 답했다. 아직 보지 못한 동물들까지 다 보고 나니 훌쩍 시간이 지나 동물원을 빠져나오면서도 그녀는 연신 기분이 좋아보였다.
“다음에 또 동물원 갈까요?”
“네! 다음엔 다른 동물원도 가요! 여행가요!”
전에 TV에서 봤다면서 다른 지역에 있는 동물원이나 수족관에 대해서 말을 늘어놓았다. 해외에 있는 커더란 수족관에서는 돌고래 쇼를 한다더라, 어디 동물원에 가면 낙타를 탈 수 있다더라 같은 말도 섞여 있었다.
“그럼, 이제 뭐 하고 싶어요?”
“시원한 곳에서 밥 먹고, 후식으론 단 거 먹고, 상디랑 있고 싶어요.”
“다행히 전부 제가 들어드릴 수 있는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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