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디드림

백허그

2016년 이전 / 원피스 - 상디 드림

“상디!” 

“네, 레이디.” 

“지금 바빠요?” 

“아뇨, 괜찮아요.” 

 

한가로운 오후에 딱히 할 일도 없었던 터라 상디는 그녀의 방문이 반가웠다. 대부분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음에도 이렇게 찾아와주면 가슴에서 흘러나온 뜨거운 것이 넘쳐서 심장을 감싸 안아주는 것만 같았다. 

 

“여기 가만히 서 있어요.” 

“서 있기만 하면 될까요?” 

“네.” 

 

활짝 웃는 그녀가 성큼성큼 상디의 앞으로 다가왔다. 상디의 뒤로 빙그르르 돌아간 그녀가 덥석 허리를 끌어안자 상디는 숨을 삼켰다. 허리를 끌어안는 손에 상디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부드러운 손이 손바닥 아래에서 느껴졌다. 

 

“레이디…?” 

 

모든 신경이 그녀와 맞닿은 곳에 이어진 것처럼 상디는 등 뒤에 닿고 있는 그녀가 무척이나 신경 쓰였다.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는 자세이기도 했지만, 그녀의 숨소리나 체온이 상디의 기분을 고조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었다. 

 

“이것도 제법 괜찮네요.” 

“네, 네.” 

 

스르륵 하고 팔이 풀리는 것이 아쉽긴 했지만 상디는 되도록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녀의 뺨이 달아올라 있기 때문이었다. 귀여워라, 살짝 뺨을 어루만지자 어찌할 줄 모르는 것이 눈빛에서 느껴졌다. 

 

“갑자기 이건 무슨 서비스였나요?” 

“…그냥, 그냥요.” 

“마음엔 드셨나요?” 

“네, 음. 꽉 끌어안는 게 좋아요.” 

 

뜨거워지는 목덜미에 그녀는 이제 그만 방으로 돌아가 침대에서 데굴데굴 구르면서 발버둥 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책을 읽다가 나온 백허그에 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상디에게 온 것은 좋았지만, 막상 하고 나니 머릿속이 새하얗게 됐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나는 상디의 향기와 온 몸으로 느껴지는 심장박동까지. 어디 하나 좋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러면, 어…, 가볼게요.” 

 

나가려는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은 상디는 품 안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감촉에 그녀를 좀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단단한 팔이 어깨를 감싸고 숨결이 그녀의 목덜미를 간질였다. 

 

“사, 상디….” 

“뭔가 치사하지 않나요, 혼자만 하는 건.” 

“…그, 그렇죠.”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의 모습에 상디는 조금 더 그녀를 놀려주고 싶었다. 목덜미에 짧게 쪽, 하고 입을 맞추자 그녀가 품 안에서 파드득 놀라하는 것이 느껴졌다.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지르던 그녀는 한참을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겨우 심호흡을 하며 상디를 돌아보았다. 

 

“이건 너무…, 치사해요.” 

“뭐가요?” 

“그런 자세로 뽀뽀하는 게 어디 있어요.” 

“예쁜 걸 예쁘다고 표현하지 않고 어떻게 참죠?” 

 

자주 그녀에게 예쁘다고 이야기해주긴 하지만, 이렇게 귓가에 속삭이듯이 가까운 거리에서는 아니었으므로 그녀는 심장이 귀 바로 옆에서 뛰고 있는 것처럼 쿵쾅거리는 것을 느꼈다.

 

“…어디서 배워요?” 

“뭘요?” 

 

전혀 모르겠다는 상디의 표정에 그녀가 상디에게서 벗어나려고 하자, 상디가 아예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로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려고 하는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끌어안았다. 

 

“앉아있어요.” 

“무거워서 안 돼요.” 

“레이디는 깃털보다 더 가벼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도요.” 

 

상디가 괜찮다고 해도 그녀의 입장에선 전혀 아니었다. 상디는 항상 그녀에게 닿는 것에 조심스러웠다. 소중하다고 생각했고, 소중하면 소중한 만큼의 대우를 해야 했기 때문에 잠깐 만지는 것조차도 닳을 것 같았다. 

 

“먼저 다가와 줘서 고마워요.” 

“…항상 먼저 와주는 건 상디잖아요.” 

“그래도요. 고마워요. 아주 많이 좋아해요.” 

“저도, 많이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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