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레님네(220호)

[짓큐미레] 아루지도 고양이 필요해

<트친으로 알페스를 하면 안 되나요?>에 수록된 글입니다.

꽃샘추위도 물러나고 봄이 오긴 온 건지, 차갑지 않은 비가 내려 하늘이 구물구물하고 습한 날이었다. 외출에서 돌아온 미레는 지친다는 얼굴로 신발을 벗자마자 거실 한 쪽에 매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았다. 오늘은 쓰고 있던 모자도 아무렇게나 벗어 던져버렸다. 보통 외출에서 돌아오면 이렇게까지 지치지는 않았는데, 날씨 탓인지 유독 피곤했다.

 

"많이 피곤해?“

 

반가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미레를 맞이했다. 방금 씻고 나온 것인지 검은색 반팔 티에 츄리닝 바지를 입고, 목에 젖은 수건을 두르고 있는 짓큐 미츠타다가 미레의 앞에 섰다.

 

"응, 오늘 날씨가 이래서 그런가 진짜 피곤해.“

 

 

우는 소리를 내며 어리광을 부리려던 미레는 외출복을 갈아입지 않은 것을 떠올리고는 짓큐의 품을 파고드는 것을 관두기로 했다. 옷 갈아입고 나서 지쳤다고 어리광 피워야지. 그런 미레의 장대한 계획을 아는지 모르는지, 짓큐가 한 발 앞서서 입을 열었다.

 

"저기 앉아, 다리 주물러 줄게.“

 

아름답고 남자다운 얼굴에 다정한 미소가 깃든다. 자수정 같은 보랏빛 눈동자가 저를 응시하자, 미레는 반사적으로 흡, 하고 숨을 멈췄다. 저 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성은 와르르 무너지기 십상이었다.

 

"괘,괜찮아! 오빠 얼굴만 봐도 좋으니까! 하나도 안 피곤해!“

 

지금처럼. 아악. 또 다. 또 이렇게 뇌를 거치지 않은 말을 내뱉고 나서야 이성이 돌아온다. 얼굴이 뜨겁다. 분명 열이 올라 벌개졌겠지. 미레는 고개를 숙여 짓큐의 얼굴을 피했다. 분명 익숙해질 때가 됐는데, 짓큐의 얼굴을 보면 생각이 갈길을 잃어버린다.

 

"정말 내 얼굴만 봐도 좋아? 그렇게나?“

 

훅, 하고 가까이에서 풍기는 약초 향기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면, 사람 마음을 모르는 남자가 거리감 없는 유죄발언을 한다. 그렇다고 뱉은 말을 부정하면, 분명 남자는 풀이 죽은 얼굴을 하고 말테니까... 응, 얼굴만 봐도 좋아. 그렇게 말하며 다시 고개를 숙이자, 귓가에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울려온다. 동시에 이마에 닿았다 떨어진 입맞춤의 감각이 너무나도 생생해서, 미레는 또다시 얼굴을 홍당무 마냥 붉힐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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