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레님네(220호)

[짓큐미레] 뉴페이스

미레님의 택배 무사 도착을 축하드립니다.

미레의 책상에 인형이 또 늘어났다. 남자, 짓큐를 닮은 인형이다. 사실 그로서는 손바닥보다 작은 개나 늑대의 모습을 한 인형이 어디가 그를 닮았는지 이해하지 못하였으나, 미레가 그렇다니 그런 거지, 하는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미레의 인형들에 대한 짓큐의 감상을 말하자면, 그냥 좋았다. 자화자찬을 하듯 저를 닮은 인형들이 좋다기보단, 인형을 둘러싸고 있는 이야기들이 좋았다. 미레가 짓큐를 좋아해서, 짓큐의 어떤 부분을 담아내면 좋을까 고민해서, 이런 짓큐도 저런 짓큐도 좋아해서 만든 세상에서 하나 뿐인 물건들. 이 작은 솜인형들은 속을 채운 솜부터 겉감의 실 한 오라기까지 짓큐에 대한 애정의 산물인 것이다.

물론, 짓큐라고 마냥 호인은 아니라서-미레의 앞에서는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미레가 그보다 그를 본딴 조그마한 인형들을 애지중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면 섭섭하기도 하였지만.

짓큐는 새로 늘어난 인형을 괜히 손가락으로 톡 건드려보았다. 자신만만한 표정을 하고 있는 이번 인형은, 기억을 잃기 전의 제 모습을 상상하여 만든 것이라고 미레가 즐겁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너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내 과거까지도 좋아해주는 구나, 싶어서 그는 기뻤다. 지금과는 판이하게 다른 분위기 같은데 이런 모습이 좋은 걸까, 괜히 인형을 따라 자신만만하게 웃어보려고 입꼬리를 올려보기도 했다.스스로도 어색하게 느껴져서 관두었다.

인형을 고쳐 세워둔 짓큐는 어깨를 숙였던 상체를 일으키며 기지개를 폈다.

미레가 올 시간이 다 되었으니, 슬슬 현관으로 나가서 기다려야겠다.

책상 위의, 저를 닮은 인형들을 한 번 쳐다본 짓큐가 방에서 나와 방문을 닫았다.

그래도 섭섭한 건 섭섭한 거니까, 내가 좀 더 귀엽게 굴면 안되냐고 물어봐야지.

하는 미레가 들으면 뒷목을 잡을 법한 생각을 하면서, 그는 곧 귀가할 그의 미레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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