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순무] 미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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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neath by 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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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네에는 외아들이 한 명 있긴 했으나 나누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데다 사회생활을 하러 다른 지방에 간 지 오래였기에 지금은 친척 아저씨와 아주머니, 에나비만 살고 있었다. 명절마다 사촌 형이 본가로 오기 때문에 방과 물건들은 그대로 둔 상태다. 사촌이 입던 옷을 받아 그걸로 갈아입고, 집 안에 걸린 가족사진들을 보며 기억 속의 사촌을 떠올려 본다. 나누를 볼 때면 곧잘 귀여워해 주곤 했지만 곰살궂지 않은 나누는 그 성의를 썩 달가워하지 않았던 느낌을 간직하고 있다.

무뚝뚝한 부모님과 지나치게 간섭하는 친척 어른들이 어떻게 같은 핏줄일 수가 있는지 참으로 요상한 일이다. 요상한 것은 자신의 부모님도 같았다. 아들을 친구처럼 대하며(좋은 의미에서가 아니라) 최소한의 애정을 보이는 분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부모님도 젊었을 때 뜨거운 사랑을 했기에 지금 나누가 있는 것이겠지만, 가끔은 그것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부모님은 싸운 적 한 번 없었고 갈등이 생기면 침착하게 대화로 해결하곤 했다. 그런 걸 생각해 보면 나이를 먹고 성격이 변하신 것 같기도 하다. 보통 늙을수록 성격이 부드러워진다는데 나누의 부모는 반대였다. 그래도 머릿속엔 사랑받고 자란 추억들이 많았으므로 아주 미운 분들은 아니었다.

다 같이 식탁에 모여 저녁을 먹은 뒤에는 차를 마시며 이야기들을 나눴다. 친척들은 넌 어릴 때부터 똑똑했으니 분명 합격할 거라며 기운을 북돋웠다. 나누는 이제 그런 말에 아무런 감흥이 들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기에 거짓 미소로 감사말을 전했다. 차까지 다 마시고 나서 친척 아저씨가 사촌 형의 방에서 안 쓰는 물건들을 이것저것 챙겨 주었기에 공부 환경은 썩 괜찮아졌다. 책상용 램프, 쓰레기통, 등을 받치기 위한 쿠션 등. 좌식 밥상을 책상으로 쓰고 있기에 바로 그 자리에 드러누울 수 있는 점도 좋았다. 정리를 끝낸 후에는 쉴 요량으로 주방에서 작은 물주전자 가득 냉수를 담아 방으로 올라왔다.

나누는 창문을 열고 마찬가지로 친척 아저씨에게서 얻은 재떨이를 창가에 올려 둔 뒤 제자리에 서서 동네 주변을 바라본다. 번화가와 달리, 풀벌레 포켓몬들의 소리가 들리는 평화롭고 조용한 동네다. 저 멀리 펼쳐진 보라시티의 높은 건물들이 황홀한 빛을 내며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서서히 어둑어둑해져 가는 밖을 보며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라이터로 불을 붙인다. 흡연은 자주 하지 않지만, 언제부터 흡연을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 무리와 어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작한 것 같다.

점점 밤바람을 타고 올라가는 담배 연기는 눈앞의 아름다운 도시 전경을 흐릿하게 가려 버린다. 그 흐릿함 너머에는 매혹적인 것이 있다. 마치 이 도시와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용한 동네를 벗어나면 음악 소리가 시끄럽게 울리며 네온 사인이 번쩍이는 도시의 중심가가 우뚝 세워져 있는 것이다.

홀로 연초나 태우며 방에 틀어박혀 주책맞은 감상에 젖어 있는 꼴이 어울리지 않아 퍽이나 우습게 느껴진다. 나누는 담뱃재를 톡 털어내고 나서 주전자째로 시원한 냉수를 들이켠다. 물을 꼴깍꼴깍 삼키는 소리가 고막에 울리는 것과 함께 입가를 타고 흐르는 찬 물줄기에 의해 여름날 밤의 열기가 약간 사그라든다. 조금이라도 덜 더울 때 잠을 청하기로 한다.

그렇게 친척 집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일찍 일어나 세수와 면도를 마친 나누는 친척 어른들과 가벼운 아침을 차려 먹었다. 그리고는 방으로 올라와 보스턴백에서 짐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시험까지는 약 한 달 반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다. 챙겨 온 기출문제집, 필기구, 공책, 전공 교재 등등. 처음으로 도전해 보는 필기시험의 난이도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으니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했다.

여름의 뙤약볕은 가려졌지만 미지근한 바람까지는 완전히 막을 수 없었다. 아침이 지나자 후덥지근해진 나누는 일어서서 창문을 닫고 냉방 장치를 가동한다. 실외기가 작동되는 소리가 요란하다. 시원한 물이 마시고 싶어져 물주전자를 들고 아래층으로 향했다. 친척들은 모두 일터에 나간 지 오래였다. 냉장고 문에는 나누 몫의 점심이 있으니 데워 먹으라는 메모가 붙어 있었다. 에나비도 함께 따라나가 아무도 없는 조용한 집. 나누는 냉장고에서 물통을 꺼내 작은 물주전자에 옮겨 담고 방으로 돌아갔다.

친척 어른들은 호연 사람치곤 억센 성격들이 아니었기에 나긋한 말투로 불편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달라고 했다. 얼굴을 볼 때마다 그렇게 말하니 지금도 충분하다며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길 바랐다. 아마 어릴 적 사촌 형의 과도한 관심이 싫었던 이유도 친척들이 이런 성격이라 그랬던 것 같다. 역시나, 시간이 지날수록 친척들은 나누에게 간섭 아닌 간섭을 하며 귀찮게 굴었다. 목욕물 온도가 적절한지 물어보았고 반찬이 입에 맞는지, 이층이라 자다가 더우면 일층에서 자도 된다는 등 거의 매번 그렇게 나누의 의견을 구했다. 처음엔 그것이 편했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그런 것들이 영 불편하게 느껴졌고 하루라도 빨리 시험을 치르고 탈출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무더위, 공부, 친척들. 사소했지만 더위와 맞물려 스트레스가 더욱 쌓여만 갔다.

어느 누구에게도 이런 속마음을 말하지도 못하고 친척 집에 얹혀살게 된 지 이 주가 지나가고 있었다. 친척인 데다 어려서, 그리고 사촌 형이 타지로 떠나 있는 것 때문에 들이닥치는, 자식 보듯이 하는 어른들의 배려가 성가심에서 부담스러움이 되었다. 아직 학생이고 중요한 시험을 코앞에 두었으니 당연하다고 자기 합리화를 했으나 이미 성인인지라 가만히 앉아 받아먹기만 하는 것도 성질머리에 맞지 않았다. 그것에 대해 부모와 포켓내비로 통화하며 의견을 구했다. 부모는 너를 챙겨 주는 데에 감사해 하고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니 얌전히 공부나 하고 돌아오라며 짜증을 내는 나누를 위로하려 했다. 오히려 그들은 챙겨 먹일 자식이 없으니 편할 것이다.

그러나 외동이었기에 자립적인 성격이라 도움받는 것에 거북함이 계속되자 결국 나누는 친척들도 피할 겸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로 했다. 친척들이 일터로 나가면 몰래 신문을 가져왔다. 아침마다 에나비가 물고 오는 신문의 구인 광고란을 뒤져 봐도 방학을 맞이한 대학생을 위한 단기 아르바이트는 없었다. 이미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꿰찼을 확률이 높았다. 문득 직원을 상시 모집 중인 주점의 광고를 읽어 본다. 낮에는 공부를 하고 밤에는 술병을 나르고 남들 뒤치다꺼리를 하는 짓이란. 나누는 만취한 고객이 있다면 당장 그 자리에서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도 남을 거란 생각에 고개를 젓는다. 겉보기엔 얌전해 보여도 그에겐 꽤 의뭉스러운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며칠이 더 지나고, 나누는 오늘도 친척들이 다 읽은 신문을 방으로 가져와 구인 광고란을 뒤적거리고 있다. 그러다 어느 광고 하나가 눈에 밟혔다. 질병에 특효라는 온천으로 유명한 용암마을의 어느 여관에서 낸 것이었다. 성수기를 맞아 바쁘기에 잡일을 도와줄 사람을 구하고 있었다. 근무 기간은 한 달 내외도 가능했으며, 원한다면 별채에서 숙박도 할 수 있었다. 나누는 그 광고를 보고 또 보며 자신이 원하는 조건에 부합한지를 체크했다. 친척 집과 여관을 오가는 것보단 아예 그곳의 별채에서 지내며 공부하는 것도 괜찮게 보였다.

잡일이래 봤자 청소나 식사 준비 같은 허드렛일임을 짐작한다. 손님을 맞이하거나 예약을 받는 업무는 정직원들이 할 것이다. 나누는 신문을 접어 두고 친척들이 퇴근하면 말해 보기로 한다. 무슨 소리들이 나올지는 뻔했지만.

"일하면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겠어?"

"굳이 그런 생각 가지지 않아도 괜찮은데."

"괜한 고생 말고 지금처럼 있으면 안 되겠니?"

"공부엔 체력도 중요하단다."

역시나, 친척들은 나누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걱정거리를 산더미처럼 쏟아냈다. 나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기가 원해서 그러는 거라고 의지를 다졌다. 얹혀사는 것도 부담스러웠거니와 자신을 내버려 두지 않는 애정과 관심도 점점 질렸기 때문이다. 그저 속 편히 조용한 곳에서 집중하고 싶을 뿐이다. 그러기 위해 집을 떠나온 것인데 이러면 집에 있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결국 그들은 굽히지 않는 나누의 의견을 수용해 주었다.

나누는 자기 전에 포켓내비로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했다. 당연히 부모는 나누를 이해하지 못했다. 완고한 부모가 설득되지 않자 결국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집안일을 도와주려 해도 하지 못하게 하고 주는 대로 다 받아먹을 수 있는데 매번 반찬거리에 대해 물어보는 점, 몸만 편한 더부살이에 대한 불편한 느낌. 부모는 코웃음을 치며 수험생의 입장에 놓여 있음을 자각하라고 꾸짖었다. 나누는 오기가 생겨서 자신도 성인이고 제 밥벌이 정돈 할 나이라며 무작정 통화를 끊어 버렸다.

그리곤 평생 대들지 않았는데 부모를 짜증스럽게 대한 스스로에게 화가 나서 담배를 입에 물었다. 부모는 단단히 성난 것인지 나누가 잠들기 전까지 연락 하나 해 오지 않았다. 나누는 찝찝한 마음을 안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결심을 꺾지 않은 나누는 거실에서 여관에 전화를 걸어 아직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는지 물어보았다. 아직 구하는 중이라며 오늘 와 줄 수 있냐는 대답을 받았다. 나누는 그러겠다고 한 뒤 방으로 돌아가 외출을 위해 집에서 가져온 하얀 셔츠와 긴 면바지를 입고 친척 집을 나섰다.

이 더운 날에 위치가 어디인지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용암마을은 보라시티에서 북서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활화산인 굴뚝산의 기슭에 있어서 보라시티에서도 바로 갈 수 없다. 케이블카를 타고 굴뚝산 정상까지 올라간 뒤, 다시 길을 따라 내려오는 독특한 구조를 자랑하고 있었다.

나누는 용암마을에 가본 적이 없었기에 초행길이 고행길이었다. 친척 집이 보라시티와 가까워서 언제나 가족들과 보라시티의 온천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나름 이름난 관광지인데도 교통편이 불편한 것에 조금 짜증이 난다. 무더운 여름날, 관광객들과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나누는 햇빛을 막으려고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계속해서 보는 풍경도 온통 산이라 척박하기 그지없다.

굴뚝산 정상에 도착한 뒤 관광객들을 따라 산길을 조심조심 내려간다. 중간중간 '용암마을 가는 길'이라고 적힌 낡은 나무 표지판들을 따라 등산로를 걸으면 푸른 나뭇잎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어 시원해진다. 가끔 얼굴을 보이는 야생 포켓몬들도 관광객을 겁내지 않고 등산로 주위를 기웃거리며 사람들이 주는 나무 열매나 과자 같은 것을 얻어먹는다.

한참을 걷자 높은 건물이라곤 하나도 없는 용암마을의 출입구가 보였다. 돌과 자갈이 잔뜩 깔린 길을 걸으며 주변을 살펴본다. 온천을 즐기러 온 관광객들과 그들의 포켓몬들이 있었고 노점상, 기념품 판매점, 전통 약방, 식당 등이 즐비해 있다. 이렇게 작은 마을인데도 체육관이 있는 것이 의외다.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용암마을이 흥미로워진 나누는 더워도 쉼 없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걸어가며 상점들을 보면 장수촌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점주들은 대부분 노년층에 가까웠다.

길을 따라가다 나타나는 숲길을 걷자 나무마다 예의 낡은 표지판들이 달린 것을 볼 수 있었다. 여관 순무. 나누가 아르바이트생으로서 면접을 보려는 곳이었다. 표지판을 따라 숲길을 빠져나오면 마침내 커다란 마당이 보였다. 입구에는 까만색 천 위에 하얀 문자로 여관 순무라는 글자가 적혀있다. 제대로 도착한 것이다.

마당에는 대나무와 관엽식물들이 있었고 잉어킹들이 헤엄치고 있는 작은 못도 있었다. 잔디가 깔린 넓은 마당의 돌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큰 목조 건물들이 이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말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자 두근거린다.

출입문인 미닫이문을 열면 문에 달려 있던 종이 딸랑딸랑 소리를 낸다. 아무도 오지 않자 잠시 기다리며 안을 둘러본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듯 벽에는 여관의 역사를 나타내는 사진과 신문 기사들이 깔끔하게 잘린 채 액자에 넣어져 걸려 있다. 유명 인사들이 다녀간 흔적도 벽의 장식물들과 함께 자리 잡고 있다.

책꽂이에는 오늘 자 신문과 잡지가 꽂혀 있고 온천의 효능에 대한 책들도 잘 정리되어 있다.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찍은 사진들도 있었다. 흑백 사진부터 시작해 디지털로 컬러 인화된 사진까지, 이곳의 역사를 함께한 이들에 대한 설명이 금속판에 레이저로 조그맣게 인쇄되어 적혀 있었다.

호연에서도 손에 꼽는 유서 깊은 온천 여관의 가족사를 읽던 나누는 카운터 너머의 문 없는 방에서 소리가 들려오자 카운터 쪽으로 다가선다. 주렁주렁 매달린 발을 걷으며 나타난 중년 여성이 미소를 짓고 그를 맞이한다.

"오전에 면접 본다고 전화하고 왔어요."

"아, 아르바이트 하러 왔죠? 잠깐만 기다리세요."

여성은 카운터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쭈욱 이어진 복도로 사라진다. 아마 여관 주인을 부르러 간 모양이다. 잠시 후, 예상대로 여관 주인 같아 보이는 중년의 남성이 나타났다. 나누는 그의 뒤를 따라 카운터 너머의 발이 달린 방이 아닌, 그 옆에 있던 응접실 겸 탕비실로 보이는 작은 방으로 들어간다. 둘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의자에 앉는다. 언제나 이곳에서 차를 우려내는 건지 좋은 향이 배어 있다. 둘은 간단한 인사와 통성명을 한다.

"원하는 근무 기간이 어떻게 되죠?"

그제서야 나누는 남성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까만 머리칼 옆에 달린 구레나룻은 이미 하얀 새치가 되어서 신비로운 인상을 주었다. 날카로운 눈과 달리 온화한 표정과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었다. 그는 검은색 전통복을 입고 있었고 목에는 하얀 수건을 걸치고 있었다. 그의 질문에 나누는 관동이 본가이며, 지금은 개인 사정 때문에 방학 동안에는 보라시티에 있는 친척 집에 머문다고 설명했다. 그는 멀리서도 왔다며 놀랐다. 시험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하지 않고 00월 00일까지 일하는 게 가능하냐고 물었다. 약 삼 주 정도가 되는 기간이다. 주인장은 고개를 끄덕인다.

"나누 씨는 관동 분이라 여기에 대해서 들어봤을진 모르겠네요. 우리 여관은 대대로 가업을 잇고 있는 곳이에요.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 있는 만큼 크기도 크죠. 객실 수는 열다섯 개예요. 본채는 총 세 채이고 일, 이 층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가족 단위의 작은 방, 단체용 큰 방, 이런 식으로 되어 있는데 이건 나중에 다시 설명할게요. 이해 안 가는 부분이 있나요?"

나누는 그가 말한 것을 되풀이하며 맞는지 확인한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나누 씨가 할 일에 대해 설명할게요. 아침에 일어나서 욕탕 청소, 소모품 채워 넣기, 수건 정리, 객실 청소, 마당 청소, 식사 준비 같은 것만 하면 돼요. 어려운 일은 없어요. 지금 성수기라 뒷정리를 도와줄 사람이 부족하거든요. 이 층은 이미 담당하는 직원들이 있어서 일 층만 담당하면 돼요."

그런 뒤에 급료와 근무 시간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저녁 식사 후에는 자유 시간이었고 일주일 중 5일만 일하면 되었다. 쉬는 날은 손님이 몰리는 주말 대신 평일 중에서 정할 수 있었다. 꽤 나쁘지 않아 보였다.

"신문 광고에서는 별채에서 숙박할 수 있다던데 가능한가요?"

"아아, 네. 본채에서 떨어진 곳에 작은 별채가 하나 있긴 해요. 대신…… 저희 아들과 방을 같이 써야 하는데 괜찮겠어요?"

"아들이요?"

"걱정 안 해도 돼요. 별채에서 혼자 지내면서 여관 일을 배우는 중이거든요."

나누는 친척 집의 숨 막히는 분위기보단 낫겠다 싶어 긍정의 대답을 돌려준다. 아직 여관 일을 배우는 중이라면 나누보다 어릴 것이라고 짐작한다. 여관 주인은 마음에 드는지 박수를 한 번 친다.

"좋아요. 궁금한 게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일은 언제부터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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