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TFE] Come on bee my baby Come on

어스스파크 브범

※ 태어나서 처음 쓰는 ‘상대방과 키스 못하면 나갈 수 없는 방’

정찰병으로서 경력이 길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위기 상황에 놓여봤다는 뜻이다. 벽을 두드렸다. 강철이라기엔 무르고,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이라기엔 딱딱하고 옅은 금속 냄새가 감돈다. 지금껏 수많은 함정, 밀실에 갇혀봤지만 이런 곳은 난생 처음이다. 그건 상대방도 마찬가지라는 눈치였다.

한참동안 문과 씨름을 벌이던 브레이크다운이 범블비에게 다가와 물었다.

"어때?"

"모르겠어. 이런 재질은 처음 봐. 환풍구도 없고. 용도를 도무지 짐작할 수 없어. 넌?"

"보다시피."

브레이크다운 어깨 너머로 보이는 출입문. 어떻게든 해보려고 별 짓을 벌인 흔적이 문 주위로 새카맣게 남아 있었다. 진짜 인정사정 봐주지 않은 모양인데 저토록 굳건할 데가.

"보안 전문가가 봤다면 당장 해당 설계자에게 러브콜을 날렸겠어."

"나라면 다른 걸 날리겠지만."

"이제 어쩌지?"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

브레이크다운의 오른팔이 범블비 바로 머리 위로 올라가 비스듬하게 기댄 형태가 됐다. 그가 보다 가까이 접근했다. 두 봇 사이의 간격이 좁아지니 무의식적으로 범블비는 뒤로 물러났다. 차가운 벽이 등에 닿았다.

"브레이크다운...?"

범블비를 내려다보는 시선이 고개가 옆으로 돌아가며 살짝 빗겨갔다. 그대로 다가온다면 서로의 입술이 빈틈없이 맞물릴 수 있는 각도였다.

그제야 의도를 파악한 범블비는 황급히 친우의 입을 가로막았다.

"진심이야? 그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따르자고?"

"지금 상황에서는 뭐든 해 봐야지.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아니면, 다른 방법 있어?"

몇 초간 침묵하던 범블비는 뚱하게 대꾸했다.

"...아니."

"그럼 협상 타결이군."

범블비의 손이 움찔했다.

'간지러워.'

브레이크다운이 말할 때마다 입술 끝이 손바닥에 닿았다.

'손을 떼야 하는데.'

쉽사리 손을 내릴 수 없었다. 브레이크다운은 범블비가 직접 손을 내릴 때까지 기다릴 생각인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그를 지켜보던 브레이크다운이 놀림조로 말했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면 말해."

"그런 거 아냐."

"괜찮겠어? 어려우면 눈 감고 내게 맡겨도 돼."

"그런 거 아니라고 했다."

범블비는 손을 내렸다. 손이 완전히 입술을 떠나려는 찰나 브레이크다운의 고개가 살짝 돌아갔다. 우연인지 손가락 끄트머리에 그의 입술이 닿았다가 떨어졌다. 화들짝 놀란 범블비는 불에 데인 것처럼 황급히 손을 거뒀다.

"브레이크다운, 장난 치지 마!"

"간지러워서 그랬어."

간지러웠으면 얼굴을 뒤로 빼거나 말을 했겠지. 범블비는 친우의 눈을 보았다. 제 도색처럼 노란색이지만 보다 더 짙다. 그러고보니 자기가 가르치는 테란 중 하나도 이와 같은 색이었다. 하지만 어딘가 달랐다.

'트위치가 어두울수록 밝게 빛나는 등불 같다면...'

트위치가 생각나니 자동으로 다른 테란들까지 줄줄이 엮여 떠올랐다. 말토봇들은 별 일 없겠지? 말토 가족이 있으니 괜찮을 거야. 무슨 일이 생긴다면 옵티머스도 나서서 도와줄테니...

"날 두고 딴 생각이야?"

"...어?"

'브레이크다운, 너무 가까워.' 라고 말할 틈은 없었다. 입술이 막히는 것과 동시에 저절로 눈이 감겼다.

"음..."

누구에게서 나는 소리일까. 서로의 입술이 마찰할 때마다 스파크 안쪽이 자꾸만 오싹했다. 브레이크다운의 낮은 한숨이 오디오 센서를 스쳤다.

위험해. 물러져가는 의식 사이로 빨간불이 깜빡거렸다. 이건 어디까지나 탈출하기 위해서야. 이 정도면 충분하잖아. 문이 열렸는지 확인하자고 브레이크다운을 떨어트려야해.

"비..."

"으응..."

화답하듯 웅얼거리는 신음이 본인도 모르게 흘러나왔다. 열이 바짝 올라왔다. 그제야 깨달았다. 맨 처음 들은 소리의 주인이 누구였는지. 틀림없는 자신의 것이었다.

"범블비..."

거듭 반복하는 부름에 범블비는 천천히 눈을 떴다.

누가 그랬던가.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그게 사실이라면 지금 열린 자신의 눈은 무엇을 비추고 있을까. 브레이크다운의 눈에 자신이 맺혔듯이 자신의 눈 또한 그가 맺혀있을까.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두번째로 이어진 입맞춤은 보다 깊고 끈적했다. 스파크가 불에 구워진 마시멜로처럼 부풀다 펑 터질 것만 같았다.

'브레이크다운, 넌 유성 같아.'

분하지만 자신보다 빨라서 아무리 쫓아도 따라잡을 수가 없다. 그가 그린 빛의 궤적을 겨우 쫓아가느라 바쁘다. 하지만 끝내 잡지 못해도 상관 없다.

유성을 쫓는 순간은 언제나 황홀하게 끝내주니까.


연성글 제목은 노래 ‘Shape of you' 가사 중 ’Come on, be my baby, come on'을 살짝 바꾼 겁니다.

키스씬 분위기가 안 잡힐 땐 이 노래가 최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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