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엘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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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깊은 잠에서 깨어난 기분이었다. 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꿈일지도 모르겠다. 힐데베르트는 주변을 둘러보다 의문에 빠졌다. 순백색의 공간. 작은 침상이 두 개 놓여 있는 이 방은 병원처럼 느껴졌으나, 의아하게도 자신은 다친 기억이 없었다. 당연히 이곳이 어딘지도 전혀 짚이지 않았다. 아니지. 장소도 장소인데…. 드르륵. 힐데는 문 소리가 나는 방
어릴 적 최윤은 식사중에 물었다. “소름이 끼친다는 건 무슨 뜻이에요?” 여자는 곤혹스러워 했다. 그녀가 입을 살짝 벌리고 제 눈을 피할 때의 감정을 대개는 ‘곤혹스러움’이나 ‘당황’, ‘두려움’ 쯤으로 서술한다는 것을 윤은 모르지 않았다. 사실 그는 ‘소름이 끼친다’는 문장과 그 외 많은 단어의 뜻도 이미 알곤 있었다. 말들 대부분이 최윤을 지칭하는
‘내가 너를 늘 더 아끼는 건 사실이니.’ 부정하지 못했다. 왜 부정 못했는지 의심할 여지도 없었다, 당시에는. 지나치게 선명해서…. 힐데는 새벽부터 홀로 해파리와 마주했다. 들키면 이번엔 정말 목숨이 위험하겠는데. 힐데는 장난스럽게 생각했다. 그나마 ‘되도록’이라는 단서를 달아둔 게 다행일까. ‘한 번만, 한 번만 살려주자!’ 고 면피용으로 외칠
언젠가 개복을 하긴 해야겠어. 윤은 연구실을 벗어나며 판단했다. “출입을 금지하진 않으십니까?” 간을 배 밖에 두고 다니는 듯한 저 태도를 감안할 때 타이탄들은 간의 탈부착이 가능한 게 분명했으니까. 최윤은 현행범으로 발각된 것치곤 지나치게 당당한 질문에 힐데를 서늘히 응시했다. 부사수는 그제서야 고개를 살짝 숙였다. 허나 윤은 저 낮아진 어깨가 몇
* 힐데이브 요소 다수(성애는 아닙니다). 블랙배저 특정직의 업무는 자주 갑작스럽다. “알래스카에 다녀와.” 하여 힐데는 일주일간 야간 순찰 업무가 배정되어 있던 상황에 하달된 외근 업무에도 놀라진 않았다. 그러나 총사령관으로 복귀한 이예현은 상황을 설명할 필요성을 느꼈는지 책상을 툭툭 두드리곤 이야기를 이어갔다. “몇 시간 전쯤 그쪽 석유 채굴
‘사랑하니까.’ 봄볕처럼 환한 미소. ‘사랑하는데 어떻게 팔이 안으로 굽지 않겠어요.’ 가장 소중한 것을 마주하는 시선. 늘 묘한 슬픔이 어려 있어 거둬주고 싶었던…. 힐데는 침대에 누워 수 시간을 뒤척이다 일어나서 의자에 앉았다. 수면으로 도피할까 싶었는데 오늘은 텄다. 그는 팔짱을 낀 채 숨을 길게 내쉬었다. 총사령관의 긴박한 일정과 예현
힐데는 대자의 방책이 꽤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수 개월간 자신을 짓눌러온 우울이 소멸한 덕이었다. 대신 그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멍한 기분으로 하루를 보냈다. 드문드문 현실을 부정하며. ‘선배한테 계속 고백하는 거? 그냥 고백 공격이라 괜찮아.’ 언젠가 바비가 한 말이 떠오르기도 했다. ‘고백 공격이요?’ ‘모르는구나? 로맨스 장르 클리셰인데.
* 2월에 쓰기 시작했던 글이라 설정 오류가 심각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카일의 검은 날카롭게 목표를 찢어발긴다. 짐승이 뾰족히 튀어나온 발톱을 휘두를 때면 뼈와 근육을 넝마로 만들 듯이, 그 검은 갈퀴처럼 상대를 베었다. 그물같이 펼쳐진 그의 영역에서 살아남기란 드넓은 사막에서 호수를 찾는 것만큼 행운을 요하는 일이다. 그 점에서 힐데베르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