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조진새
어머님은 내 질문에 당황했는지 멀뚱히 나를 바라만 보시곤, 들고 계시던 찻잔을 탁상 위에 내려놓으면서 이 자리가 정적으로 메꾸어지기 시작했다. “…… 갑자기,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건가요?” ! 너무 대놓고 물어봤나?! “그, 그냥…, 궁금해서요…. 어쩌면….” 흘끗. “살아서…… 나가지 못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디서 살아나가
* 나는 눈을 천천히 떴다. 그리고 눈을 뜬 후에 담겼던 풍경은, 온통 하얬다. 수백, 어쩌면 수억, 그보다 더 많은 숫자의 눈송이들이 다가와 나를 맞이해주고 있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나 또 죽었구나. 얼굴에는 살짝씩 스치는 차가움과 따스함이 섞인 서린 바람이 불어왔고, 내 몸을 포근하게 받혀주는 눈 밭은 누워있는 나한테 더욱
지금 설마, 나 의심 당하고 있는건가? 설마 내가 그 동굴에서 나올 때 아이랑 같이 있으셨던거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는 아이의 어머니에게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지 도저히 감이 안 잡혔다. 여기서 잘못말하면…… 또 죽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유는 특정 지을 순 없지만, 그냥 말실수 한번 까딱하면 죽을거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나 도대체 또 무슨
리네를 먼저 찾으러 가야할까? 아니면 예정대로 마을부터 둘러볼까? 나는 이 두 가지 선택지 중에서 어떤 것을 할지 고민하였다. 일단, 리네를 먼저 찾으러 간다고 한다면 아까 말했듯이 마을을 샅샅히 꼼꼼히 살펴 찾아다녀야한다. 더군나다 공중에 있을거라는 가능성도 배제할수가 없어 정확히 찾아낼 수 있을거라는 확신 또한 없다. 그렇다면 역시 마을을 둘러보
순간, 온 몸이, 응직됐다.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고개를 들어서 이 사람의 형체를 바라볼 자신이 없다, 이건 빚을 져서, 호의를 얻어서, 부끄러워서 그런것이 아니라. 또, 또 죽을수도 있을지 모르겠다는 공포감에서 나오는 반응이였다. 이 사람은 지금 무슨 표정일까, 내가 기억하고 있던 친근한 마을 사람의 표정이 아직 남아있을까? 표정을 볼 용기가
리네는 내 오른쪽 어깨를 콱, 붙잡아 나를 가게 문 앞에 세웠다. 왜, 왜 이러는거지? 나 또 뭐 실수한거 있나? -이 등신아, 너 돈은 있냐? “아, 맞다!” -자연스럽게 들어가려고 했다? 에헤헤, 잘못하면 진상고객 될 뻔 했네. 하지만 배는 고픈데. … 구걸이라도 해야하나? 이러다간 여기 있는 사람들한테 죽기 전에 먼저 굶어서 죽을 지경이다. 그
“아… 아… 자, 잠만…” 내 손으로 숨을 끊어버렸다. 내 손으로 한 존재를 무로 되돌아가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나를 더 큰 패닉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물론 내가 이러지 않았더라면 소녀는 후에 나를 죽였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또 순백으로 뒤덮힌 눈 밭에서 눈을 뜨겠지. 그렇지만, “주, 죽이려는… 의도, 는 없었…는데…” 진심이였다, 나는 그저 식
“여기 벽에 누가 있는거죠?” 망토두른 아이가 들고있는 식칼의 칼날을 벽쪽으로 향했고 고개는 정확히 리네가 있는 벽을 응시하고 있었다. 내 표정을 읽었을까, 아니면 내 응직된 몸을 눈치챘을까. 아이는 자신의 칼날이 향한 벽쪽에 누군가가 있을거라고 확신에 찬 모양이였다. 벽쪽으로 향한 칼날은 한치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고, 시간을 조금만 지체하면 벽쪽에
* 나는 리네가 가르켜 준 통로로 걸어나갔다. 아까 어두운 통로를 걸어왔을때에 비해 밝아서 그런가, 아니면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 때문일까 통로를 지나면서 딱히 통로의 끝에 대한 의구심이나 두려움 같은게 딱히 생각나지도 느껴지지도 않았다. 아까보단 몸이 한결 가볍게 걸어나가지는 기분이 든다고 해야할까. -왜 이렇게 발걸음이 느려? 좀 빨리빨리 걸어라." 물
그 말을 들은 하늘색 소녀의 맑은 청아한 두 눈동자가 희둥그레졌다. 여기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니. 이거 정말 행운의 찬스 아닌가?! “좋아! 나갈수만 있다면 어떤 계약이던간에 다 받아줄게!” 라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긴 더듬이가 위로 바짝! 튕겨 올라가며 의기양양하게 제 앞에 있는 유령에게 대답하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리네는 기가
눕기에는 다소 불편해보이면서도 걸어다니는 데에는 지장이 없는 돌바닥, 그리고 살짝 서린 바람이 동굴 안을 가득 채우고 있으며, 식물이라곤 살랑살랑 제 잎사귀들을 흔들고만 있는 노랑색 프리지아 꽃 한 송이가 땅에 심어져있다. 그러한 심어진 꽃 한 송이 옆에는 살짝 곱슬끼가 있으며 새하얀 눈송이와 맑은 하늘색을 합쳐놓은 듯한 투톤, 긴 생 머리카락에 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