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less choice 1루프

(1) Prologue

눕기에는 다소 불편해보이면서도 걸어다니는 데에는 지장이 없는 돌바닥, 그리고 살짝 서린 바람이 동굴 안을 가득 채우고 있으며, 식물이라곤 살랑살랑 제 잎사귀들을 흔들고만 있는 노랑색 프리지아 꽃 한 송이가 땅에 심어져있다.

그러한 심어진 꽃 한 송이 옆에는 살짝 곱슬끼가 있으며 새하얀 눈송이와 맑은 하늘색을 합쳐놓은 듯한 투톤, 긴 생 머리카락에 조금은 길게 튀어나온 더듬이를 가졌으며,

앳 된 하얀 토끼를 연상시키는 듯, 아기자기한 계란형 얼굴에, 새하얀 부드러운 피부. 작은 키 때문인지, 누가봐도 어린애로 보이는 아기자기한 몸은 어찌나 가련해보일까 싶다.

그런 가련한 몸은 남색 맨투맨과 연보라색 줄이 새겨진 세라복이 합쳐진 듯 한 상의와 살짝 얇아보이지만 그렇다고 얇진 않은 검은색 계열의 진한 자홍색 반바지로 입혀져있다. 신발은 흔히 유치원에서 교복과 같이 줄 것 같은, 신발 앞부분이 뚫어져 있는 진한 자홍색 신발을 있고 있기 때문일까,

누가봐도 어린 아이라는 것을 티내는 듯 세상 모른 채 눈을 감으며 곤히 누워 잠들어 있는 한 소녀가 있다.

그 소녀의 이름은 마키아. 올해로 15살이 된 아이이다.

인간의 세계의 기준으로 따지자면 유치원은 물론, 초등학교도 이미 졸업한 나이이다.

아무래도 작은 키와 천진난만한 얼굴 때문인지, 도저히 중학생스러운 모습은 보이지 않는 듯 하다.

누워있는 자세를 보아선 떨어졌다고 보이는 자세는 아니였기에, 어딘가에서 끌려왔다는 가능성이 생길 무렵, 천천히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는지 눈꺼풀이 슬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치 맑고 청아한 하늘을 뿜어내는 눈동자를 보이더니, 누워있던 자세에서 완전히 앉아있는 자세로 고쳐잡는다.

소녀 본인도 자신이 왜 여기에 잠들어 있었는지 모르는 듯, 몇 번을 고개를 돌려 두리번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아.. 뭐지?”

15살 한 소녀가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뱉은 말이였다.

상황을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마키아는 우선 여긴가 어디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본다.

벌떡 일어난 마키아가 앞으로 움직이려는 순간.

앞에 겉면은 검은색으로 둘러쌓여있는 하얀색 메세지 창이 마키아의 앞을 가로 막게 된다.

「SAVE THE CURRENT STORY?」 (현재 스토리를 저장하시겠습니까?)

현재 스토리를 저장하시겠습니까? 라는 문구가 마키아의 앞을 가로 막자, 당연히 그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소녀는 살짝 당황한 얼굴로 창 주위를 요리조리 살펴본다.

혹여나 누군가가 뒤에서 들고있지않을까, 투명인간이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상상 때문에 창 뒤에 있는 빈 공간을 제 작은 새하얀 손으로 휘적휘적 흔들어보았다.

역시나 뒤에는 누구도 없었으며, 이러한 기이한 현상에 더욱 더 혼란이 온 마키아는 우왕좌앙거리더니.

“에라이! 모르겠다!”

창 옆에 띄워진 「NO/YES」 선택지 중 오른쪽 버튼을 꾸욱 눌러본다. 그러더니,

띠링-!

「THE CURRENT STORY SAVED」 (현재 스토리가 저장되었습니다.)

현재 스토리가 저장되었다. 라는 문구가 뜨더니, 마키아의 앞을 가리던 메시지 창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곤 끝내 모습을 감추었다.

그 메시지 창에 대한 궁금증은 넘쳐났지만 그런 걸 조사 할 겨를 없이, 우선 여기가 어딘지부터 알아내는 게 목적이였기에, 일단 자신이 누워있던 동굴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살펴보기 시작한다.

울퉁불퉁한 돌로 가득 씌워져있는 동굴, 서린 바람, 그리고 살랑살랑 흔드는 노랑색 프리지아 꽃 한 송이, 꽤나 넓은 크기의 동굴.

요리조리 돌아다니며 이 동굴을 모두 샅샅히 살펴본 결과. 알아낸 것은 이 동굴로 떨어질만한 구멍은 없다는 것이다. 고개를 올려다보면 눈을 찡그리게 만드는 밝은 빛조차도, 구멍 사이로 내리쬐오는 태양 빛이 아닌 동글동글한 원형 파랑색 전등이 밝게 내리쬐어오는 빛이였기 때문이였다.

결론은 이 동굴로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은 마키아의 바로 앞에 있는 보이는 커다란 구멍 밖에 없다는 것인데, 문제는 아까도 말했다시피 마키아는 여기를 처음 와 본다는 것, 그리고 여기로 온 기억이 없다는 것. 그러니 마키아가 저 커다란 구멍을 통과해 굳이 이 동굴까지 도착하여 누워있다는 알리바이가 없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동굴은 제 바로 앞에 있는 커다란 구멍을 통과하지 않는 이상 못 들어온다는 것. 이라는 사실만 알아냈을 뿐, 그 이외엔 큰 수확이 없었기에 마키아는 커다란 구멍 앞에서 덩그러니 서서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이유를 모른 채 자신이 이 동굴에 덩그러니 떨어졌다는 점. 하지만 이 동굴에는 제 앞에 있는 커다란 구멍 이외엔 들어올 방법이 없다는 점. 자신이 있는 곳이 정확히 어떤 곳인지 모르기에 저 커다란 구멍 안을 통과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분명 커다란 구멍 뒤에는 무엇이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혹시나 자신과 같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저 뒤에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이나 주민이 있다면……

“역시 들어가보는 게 좋겠지!”

확신이 가득 찬 한마디를 내뱉곤 의지가 쏟아나는 듯 축 쳐저있던 기다란 더듬이가 뿅! 하며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본체인건가?)

그리곤 한 발짝, 한 발짝씩 동굴 안을 향해 발을 내딛어본다.

저벅저벅, 가느다란 새하얀 두 다리로 동굴 안을 걷기 시작했다. 동굴 안은 칠흑같이 깜깜해 앞은 물론 주변이 안 보일 정도로 어두웠다. 여긴 전등 같은게 없는건가? 싶을 때 쯤, 맑고 청아한 눈동자들이 약간의 밝은 빛이 새여나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 빛이 보이자.

쿵쿵쿵쿵!

가느다란 두 다리로 쉼없이 빛이 새여나오는 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다가 그 끝내 빛이 나오는 출구까지 도착한 마키아는 움직이는 두 다리를 출구 앞에서 끼익- 멈춘다.

그런 마키아 앞에 나타난 것은, 자신이 있던 곳보다 더욱 더 커다란 동굴의 모습이 마키아의 두 눈동자 안을 가득 채운다. 마치 웅장한 동굴의 모습에 약간 기세가 꺽였는 지, 뒷 발을 주춤거리더니 위로 솟아나있던 더듬이도 조금 쳐진다.

여기서 내딛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문득 제 머릿속에 떠올랐는 지 주춤거리던 뒷 발을 이내 다시 제 앞으로 내딛어보기 시작한다.

슬금슬금

새하얀 제 두 다리로 천천히 몸을 움직이며 웅장한 동굴의 내부를 눈에 담기 시작해본다.

동굴 좌우 벽은 자신이 처음 일어난 곳과 같은 울퉁불퉁한 돌벽이였으며,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반딧불이마냥 하얀색 동그란 형태의 작은 여러개 빛들이 동굴 안을 가득 채운다.

이러한 빛들 덕분에 동굴의 출구가 보였던걸까? 라고 생각이 들었다. 동굴 안 바닥에 누군가 그려놓은 듯한 회색길을 따라가며, 그러한 생각이 들 무렵.

제 몸을 옮기던 발걸음을 연못 앞에서 멈춰세운다.

“동굴 안에 …연못? 먹을 수 있는 물인가?!”

라며 말을 하더니 연못 근처로 더 가까이 거리를 좁혀보기 시작했다.

이러한 궁금증은 마키아의 가느다란 하얀색 더듬이를 치켜세우게 만들었고, 연못 물이 보이는 거리까지 발걸음을 슬금슬금 옮겼다.

연못의 주변은 회색깔의 커다란 돌멩이들이 연못 주위를 감싸고 있었으며, 물 색깔은 마키아의 눈동자처럼 참으로 맑은 물색이였다. 하지만 너무 깊어서 그런지 밑바닥까진 보이진 않아 살짝 무서운 감이 들기도 한다.

수심이 깊다는 사실에 온몸이 소름이 돋았는 지 살짝 뒷걸음을 쳐본다. 그리곤 혹시나 마실 수 있는 물이 아닐까 궁금했는지 침을 한번 삼킨 채 뒷걸음질 하던 발을 다시 앞으로 내어본다.

그리곤 제 새하얀 토끼같은 얼굴을 연못까지 가져가 물에 비치더니 하늘처럼 맑은 두 눈동자로 연못을 빤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곤 직접 먹을 수 있는 물인지 확인하기 위해 커다란 돌멩이 바로 앞에서 다리를 쭈그려앉아 연못 안으로 새하얀 아기자기한 두 손을 뻗어본다.

뻗은 두 손으로 받아낸 연못 물을 제 입가에 가져가 들이마실려고 하는 순간-

“그거 먹는 물 아니야 등신아.”

분명 이곳에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확신이 있던 소녀였기에,

제 입가에 가져가던 두 손을 살짝 떨어트리더니 밝은 목소리로 자신에게 말을 건넨 이에게 말을 내뱉는다.

“에이! 그걸 어떻게 알아~! 직접 마신 후에 결정하면 되는거잖아~?”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억양으로 말을 내뱉곤 다시 입가에 가져다대 마시려고 하자.

“아 진짜! 그거 먹으면 죽는다고 병X야! 죽고싶은거냐!?”

“히익!!!”

죽는다라는 한마디에 입 안에 들어갈뻔 했던 물이 제 두 손으로 쫙!! 벌리자 두 손 안에 모여져 있든 물들이 힘없이 벌어진 틈으로 쏟아내려졌다.

하마터면 호기심에 눈이 멀어 죽게 만들 수 있는 물을 마실 뻔 했다. 이런 물을 마시지말라고 앞에서 호통 친 이에게 감사를 표하려던 찰나… 잠만, 앞에서? 분명이 제 앞에 있는 것은 연못일텐데…? 고개를 들어 얼굴을 마주칠려고 할 얼굴을 가까스로 아래로 푹! 숙인다.

제 앞에 있는 것은 연못, 그 연못 안에서 자신에게 이 물을 마시지 말라고 호통을…

누가 연못 안에서 수영을 하고 있는건가? 싶어 고개를 푹 숙인 채 제 두 눈동자를 연못이 있는 쪽으로 옮겨보았다.

그러니, 그 연못 안에는 누구도 없었다. 그 누구도 없었다. 형체도, 그림자도. 뭐지…? 그럼, 그럼…

‘귀신인건가…?!’

귀신일수도 있다는 사실에 급히 속이 쪼그라들은 소녀는 제 본체마냥 가느다란 더듬이가 축쳐지기 시작했다.

귀신이라면, 공중에 있을수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혹시? 라는 생각으로 고개를 천천히 위로 올려보았다. 귀신이라면, 유령이 맞다면 …

그리고 고개를 따라 시선을 올리던 순간, 마키아의 눈에 투명해보이는 두 다리가 들어오게 된다. 불투명해보이는 두 다리, 정말 귀신. 유령인건가?

점점 시선을 위쪽으로 향해가며 자신에게 호통을 친 이의 모습이 점점 보이기 시작했다.

마키아의 눈동자에 비치는 이의 모습은 검정색 스커트에 자신의 자홍색 신발과 똑같이 생긴 검정색 신발, 그리고 검회색 맨투맨과 회색 줄이 새겨진 세라복을 합쳐놓은 듯한, 마키아와 똑같은 디자인의 상의.

그리고 새하얀 눈송이에 흑연을 섞어놓은 것 같은 긴 생 머리카락의 투톤. 몸 전체가 불투명하게 보여 어떤 피부색인지는 명확하게 알 수는 없는 것 같으나, 마키아와 비슷한 피부색으로 볼 수 있을 거 같다.

그리고 얼굴은 아기자기엔 계란형 얼굴형에 비해 고양이를 연상케하는 눈매를 가지고 있다. 마키아와 비슷한 체형과 키를 가지고 있어 눈매만 어떻게 바꾸어보면 마키아와 도플갱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소녀의 외형이다.

하지만,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 같은 모습이 풍겨지는 마키아와 달리, 이 소녀는 어린 아이 같은 분위기가 풍겨지지 않는다. 오히려 성숙한 느낌이, 든든하다는 느낌이 든다고나 해야할까. 가녀린 체형에 비해 풍기는 분위기 때문인지. 누구한테도 기세가 꺽이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이다.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모습에 신기함을 나타내던 순간 이러한 유령와 끝내 눈이 마주치자 흠칫. 하곤 쭈뻣쭈뻣거리더니 유령이라지만 그래도 감사인사는 해줘야지! 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을 구해 준 소녀에게 입을 연다.

“고마워! 너가 그렇게까지 말을 안 해줬다면 난 이미 여기서 죽었을지도 몰랐을거야! 에헤헤~”

약간 쑥스러운지 제 머리카락을 매만지는 와중에도 제 앞에 있는 유령과 눈을 계속 마주쳐본다.

“쯧. 그렇겠지, 내가 아니였다면 넌 이미 그 물 마시고 독 때문에 여기서 죽은 채로 발견이 되어 있었을거야. 버러지.”

"헤헤~ 그런가?"

욕을 듣는 와중에도, 하늘색 소녀는 욕의 의미를 몰라서 그러는 건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며 자신의 새하얀 손가락으로 자기자신을 가리키며 제 앞에 있는 유령에게 이름을 댄다.

"내 이름은 마키아야! 유령 친구는?!"

"리네."

짧고 굵은 대답이 되돌아왔다. 정말로 이름만 대답할 줄은 몰랐는데… 평소에도 누군가와 같이 있으면 말수가 대폭 증가했던 마키아는 당연하게도 이런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그간 마키아와 말을 나누던 사람들 모두 말 수가 많았던 탓일까? 하늘색 소녀는 이 다음에 어떤 얘기를 꺼낼지 모르겠는지 우물쭈물하던 사이에.

"야, 너는 너가 왜 여기로 왔는지 알아?"

마키아가 알고싶어했던 것. 바로 자신이 왜 여기로 왔는가? 그 이유를 리네는 알고 있었는지, 이유도 모른 채 여기로 떨어진 마키아에게 질문을 던졌다.

당연히 그 질문을 들은 하늘색 소녀는 모르는 듯한 눈치였다.

"응? 아니?"

리네는 그렇게 답할 줄 알았다는 듯이 제 바로 아래에 있는 살아있는 하늘색 소녀와 눈을 마주치며 왜 너가 여기로 떨어진건지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운 정말 좋네, 넌 점점 없어져가는 이 세계의 수명을 늘려줄 제물로 바쳐지기 위해 내던져진거야. 그러니까, 넌 이 세계의 희생양이라는거지."

……제물? 내가 이 세계의 수명을 늘려줄 제물이여서 이 곳으로 내던져진거라고?

의문만이 가득한 대답에 주저없이 하늘색 소녀는 제 앞에 있는 유령에게 다시 질문을 다급히 던져본다.

"왜 하필 내가 제물이야? …제물이 되는 기준이라도 있는거야?!"

"아니, 그건 없어. 그저 네가 있던 세계에서 아무 어린 아이를 이 세계로 떨어트리게 하는 것 뿐이야."

"으응?"

"등신아, 그러니까 그냥 랜덤으로 아무나 뽑았는데 거기서 너가 뽑힌거라고. 축하해."

전혀 축하 할 상황이 아니잖아!!

"그럼… 난 여기서 제물로 바쳐지는 인물이니까, 희생되어질때까지 여기에 있어야되는거야?"

마키아는 제 앞에 있는 리네에게 되물었다.

"어."

그리고 또 짧고 굵은 명확한 대답이 돌아오자 마키아는 머리가 띵- 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여기서, 못 나간다고?

마키아는 곰곰히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분명 자신을 이 세계로 떨어트렸다는 건 본인이 있던 세계와 이 세계를 넘나들 수 있는 통로라던가, 방법이 있었기에 자신이 이 곳에 있을 수 있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순간 팍 떠올랐다.

그 생각 그대로 제 앞에 있는 유령에게 다시 되묻는 순간. 유령은 마키아를 보며 씨익- 웃곤 불투명한 두 팔을 등 뒤로 뒷짐을 쥐며 입을 열었다.

“계약을 하자, 내가 널 이 세계에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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