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밴드

<배드 애플스>의 보컬이자 리더, 디에고 드 빌이 목을 다쳐 한동안 노래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만든 사이러스는 아무 생각 없이 조용해져 좋다며 잠들었고, 디에고는 미친 사촌에게 맞서 지랄할 생각이 없고, 진단해 준 힐데브란트만 드빌놈들은 상종도 하기 싫다고 질색했다.

좌우간 평소의 디에고 드 빌이라면 이렇게 된 김에 잠시 밴드를 쉬어가자고 하겠지만, 디에고는 언젠가 한 번 여성 보컬에게 자신의 곡을 부르게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 때문에 이걸 기회로 여기기로 했다.

그렇게 프레디 파실리에는 한 달간 <배드 애플스>의 객원보컬이 되었다. 대가로 받은 것은 한 달 치 아침 식사와 재즈 악보 한 뭉텅이, 그리고 귀걸이 한 쌍이다. 디에고는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게 아니냐고 항의했지만, 프레디는 안 해도 아쉬울 일 없고, 결국 디에고가 졌다.

다행인 점은 디에고가 생각한 대로 무대가 나왔다는 점이다. 디에고는 약간의 질투를 느꼈다. 자신이 저 자리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끓는다. 아래에서 공연을 만드는 것도 재밌었지만, 무대를 향한 디에고의 욕망은 단순하지 않다.

프레디는 락은 별로라고 말한 거치고는 무대를 즐겼다. 재즈 무대가 아닌 게 아쉽지만, 올라서니 느낌이 좋았다. 보통 때의 섬에선 찾아볼 수 없는 열기가 들끓는다. 조명이 쏟아지고, 자신의 목소리가 공연장 전체에 터져 나온다. 섬에서 이토록 많은 주목을 받을 일이 또 있던가. 수많은 시선이 쏟아지고, 프레디는 관객석 사이 해적과 눈이 마주친다.

굽슬거리는 금발과 붉은 코트, 그리고 한 손에 쥔 갈고리. 프레디가 있는 <배드 애플스>의 공연에는 당연히 CJ 후크도 왔다.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둘이 설마 ‘데이트’를 하는 건지 아니면 모두가 하는 것 같은 갱 활동의 일부인지는 불분명하지만, CJ가 프레디에게 키스하는 걸 못 본 사람은 없다.

하지만 CJ의 옆에는 프레디가 모르는 사람이 있다. 다른 후크나, VK가 아닌, 분명 처음 보는 얼굴. 프레디는 순간 노래 부르는 걸 잊고 CJ를 바라봤다. 당장 무대 아래로 내려가 누구냐고 묻고 싶었다. 이상함을 먼저 느낀 디에고가 다시 프레디를 정신 차리게 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무대를 망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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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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