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여름
준호한나
*한나른 앤솔로지 <행복한나를>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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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k4X0z_LvDDs?si=fIirAZxk6KuhLMQ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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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이른 폭염이였다. 올려다볼 수 없이 파랗게 빛나는 오후에 눈을 찡그렸다. 장마가 시작된다고 떠들던 기상청의 예보는 빗나갔다. 물밑으로 가라앉는 졸음도 단번에 날아가 버리고, 햇볕을 피하려 근교 공원의 벤치로 자리 잡았으나 끓는 물을 들이붓는 열기에 숨이 턱 하니 막혀 윗 단추를 두어 개 풀어도 소용이 없다. 아스팔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너머 인적 하나 오가지 않던 농구코트가 보였다. 몇 주 전부터 근무하게 된 교정의 실내 코트는 체육 수업마다 아이들이 몰려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귓전에 삐걱대며 바닥에 마찰하는 발소리와 공을 튀기던 소리, 요란스러운 웃음소리가 울리는 듯해 그저 멀거니 쳐다봤다. 매번 체육 시간을 기웃대니 감질나서 사회인 동호회라도 알아볼 참이었다.
누군가의 발에 챈 건지 형체를 잃고 눌어붙어 내용물을 쏟은 음료 캔마저 증발해버릴 기세에 옆에 비뚜름하게 선 김 선생은 덥다고 중얼거리며 흐르는 땀을 연신 훔쳤다. 평소에도 행동이 커서 손 부채질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날이 덥지 않았어도 절로 더워질 것 같아 저만치 골대의 둥근 림으로 눈을 돌렸다. 김 선생은 발령받은 지 얼마되지 않은 또래 교사에게 책임감을 느꼈는지 오후 수업까지 여유가 있다며 학교 안내도를 살갑게 설명해주었다. 교내 시설은 어느 정도 둘러봤을 테니 학교 담장을 끼고 빙 둘러보자 제안했다. 준호는 그 친절함에 고마워하며 흔쾌히 따라나섰다. 비록 점심나절의 산책은 교사 앞 아파트 숲을 벗어나자 점점 뜨거워지는 한 낮의 성화에 못 이겨 5분도 채 걷지 못하고 두 사람 다 땀에 젖은 꼴이 되었지만, 안주머니의 담뱃값도 모서리가 죄다 찌그러져 하나 남아있던 장초만 건사하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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