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아침
탐카베
반투명한 커튼 사이로 햇빛이 속속들이 들어왔다. 알하이탐은 반쯤 벗겨진 이불 속에서 느리게 눈을 떴다. 턱을 간지럽히는 머리카락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곤히 잠든 그의 애인이 보였다. 그는 몸을 일으키려 조심히 카베가 베고 누운 오른팔을 빼려다 급격히 몰려오는 저릿함에 지그시 미간을 좁혔다. 알하이탐은 가시 돋친 듯한 고통이 잦아들 때까지 한참을 기다리며 조용히 카베를 응시했다. 부스스하게 뻗은 금발. 생생한 꿈이라도 꾸는 건지 움찔대는 속눈썹. 그 뒤의 얕게 오르락내리락하는 어깨까지.
‘아···.’
알하이탐은 순간적으로 카베의 앞머리를 쓸어 넘기고 싶단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충동을 억누른 그는 조심히 팔을 빼곤 서랍장 위에 대충 던져놓은 가운을 걸쳤다.
거실에는 아침의 산뜻하고 가벼운 공기가 떠다니고 있었다. 그는 부엌으로 가 늘 마시는 커피를 내렸다.
다 내린 커피는 두 개의 머그잔에 차례로 따라냈다. 맑은 소리와 함께 컵 위로 김이 피어올랐다. 알하이탐은 그중 하나를 집어 입에 가져다 댔다. 때마침 흡사 까치집과도 같은 모양새를 한 카베가 요란하게 하품을 하며 부엌으로 걸어들어왔다.
“새들이 네 머리를 갓 지은 둥지로 착각하겠군.”
카베는 슬쩍 제 머리를 뒤적이곤 뭐라 할 힘도 없는지 그대로 눈물을 닦으며 끙 소리만 냈다.
“마셔.”
알하이탐이 식탁 위에 놓인 머그잔을 집어 카베에게 내밀었다. 카베는 눈도 덜 뜬 상태로 흐느적흐느적 걸어와 그것을 받아 들었다.
“으음···.”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 넘기자 곧바로 혀끝을 침범해 오는 쓴맛에 그는 잠시 눈을 꼭 감았지만 이내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따뜻함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알하이탐도 이를 보고 피식 웃었다.
“먼저 나가볼게.”
알하이탐은 양손에 커피잔을 꼭 쥔 카베의 볼에 가볍게 키스하곤 곧 성큼성큼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알하이탐!”
카베가 그를 불러세우곤 다가와 짧게 뺨에 입을 맞췄다.
“···이따 봐.”
작은 웅얼거림이었지만 그 속뜻은 확실히 전달된 게 분명했다.
“그래.” 알하이탐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대답했다.
알하이탐은 현관문을 나서기 전 마지막으로 카베를 눈에 담곤 아카데미아로 향했다. 집에 남겨진 카베는 옷을 갈아입으려 방에 들어가려다 문득 스치듯 열이 오른 제 볼을 만져보았다. 남아있는 애인의 체온이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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