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게 니샤라고?
엘소드 이터니티 위너&라디언트 소울&니샤 3인
2023.07.31 포스타입 연성 백업
연성교환 작업물입니다.
라디언트 소울의 니샤는 그러니까, 너무 지나치게 눈부셨다.
‘라디언트 소울’이라는 이명과 어울리게 함께 다니는 니샤마저도 반짝반짝 빛이 났다. 위너는 니샤를 활용할 방도를 찾지 못했다. 이렇게 분홍빛, 하늘빛으로 번쩍거리는 휘황찬란한 거울로 몽블랑이나 믹스시스 같은 기술을 구현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위너는 소울이 쓰던 기술을 천천히 떠올려보았다. 분명, 대부분 파스텔 톤의 밝은 기술이었던가. 전부 위너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소울이 쓰는 기술들은, 그래. 정말 이 니샤를 닮은 기술들이었다. 빤히 응시하면 눈이 멀 듯한, 그런 기술들. 그리고 그건 라디언트 소울을 닮기도 했다. 니샤 주위에 달린 꽃과 리본 장식마저 소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너! 있잖아아! 위너의 니샤, 한 번만 보여주면 안 돼? 라비는 위너의 니샤랑도 친해지고 싶어!
소울은 니샤가 소울의 친구이니, 이터니티 위너의 니샤와도 친구가 되고 싶다는 이상한 주장을 펼치며 잠시 위너의 니샤를 빌려갔다. 대신 자신의 니샤를 위너에게 건넸다. 이왕이면 친구가 되라는 충고까지 함께. 기가 찼다. 니샤는 라비의 일부. 그러니 니샤는 ‘친구’ 같은 게 아니었다. 니샤가 평생 함께해야 하는 자신의 일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는 될 수 없다. 그것 하나는 확실했다.
소울의 니샤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찬란하게 빛을 내며 위너를 졸졸 쫓아왔다. 제 니샤처럼 활용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두고 다닐 수도 없고. 골칫거리가 하나 늘어난 기분이었다. 마치 소울이 따라다니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다가도, 묘하게 불쾌했다. 위너는 이 기분을 떨쳐내기 위해 수련장에 가서 니샤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이전과 완전히 비슷한 기술은 사용하지 못해도, 어떻게든 활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너는 소울의 니샤의 표면에 살짝 손을 가져다 댔다. 위너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러니까, 불쾌함과는 달랐다. 상상하지도 못한, 따스하고 산뜻한 기운이 손끝으로 흘러들어왔다. 위너는 잽싸게 손을 뺐다. 기분이 이상했다. 오색으로 일렁이는 표면이 낯설었다. 위너는 미간을 살짝 구긴 채 소울의 니샤를 빤히 응시했다.
“…… 네가 소울의 친구라고?”
혼잣말이었다. 위너는 두어 번 깜빡였다. 고민보다 직접 해보는 게 낫겠지. 이전에 하던 것처럼 니샤를 앞으로 내밀어 공격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이전과 같은 기술이 나가는 일은 없었다. 이 정도는 예상했다. 위너는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다른 기술을 시도해봐야겠다. 위너는 조용히 니샤를 뒤로 보냈다.
그때였다. 위너의 뒤에서 둥둥 떠다니던 니샤가 별안간 앞으로 나섰다. 그리곤 번쩍, 빛을 냈다. 눈부신 빛이 눈앞을 감쌌다. 위너는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니샤의 색과 같은 찬연한 빛이 앞으로 쏟아졌다. 니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었다. 빛은 묘하게 따뜻했고, 유쾌하고 명랑했으며, 조금은 슬픈 기운이 느껴지기도, 어쩌면 위협적이기도 했다. 위너는 저도 모르게 넋을 놓고 니샤의 빛을 바라보았다.
니샤, 무지개야!
소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무지개라. 정말이지, 이 빛은 무지개 같았다. 역시 니샤도 그 애를 닮았다. 찬란한 영혼. 부드럽고 따뜻하게, 때로는 상쾌하고 발랄하게 빛나는 그 애처럼, 니샤도 밝은 빛을 보여주었다. 위너는 소울의 니샤를 다시금 빤히 응시했다. 소울은 니샤를 ‘친구’라고 했다.
위너는 눈을 천천히 끔뻑였다. 친구, 친구라. 하지만 역시…… 위너는 니샤와 친구는 될 수 없었다. 그래도 소울을 닮은 이 거울을 무작정 싫어할 수는 없었다. 위너는 작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제 수련은 그만두고 떠난 소울을 기다리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한편, 라디언트 소울은 이터니티 위너의 니샤와 산책을 나왔다. 위너의 니샤와도 친해지고 싶다는 명분이었다. 자신의 니샤와는 조금 다르지만, 위너의 니샤도 니샤니까. 소울에게 니샤는 소중한 친구였다. 그렇기에 위너의 니샤와도 친해져서, 즐겁고 행복한 경험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소울은 평소에 자신이 좋아하던 장소를 니샤에게 보여주었다. 동시에 소울의 니샤가 좋아하던 것들도 소개해주었다. 아름다운 풍경이나 달콤한 솜사탕, 지저귀는 새들과 만개한 꽃잎 따위가 눈앞에서 살랑거렸다. 소울은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니샤는 조용히 그의 뒤를 따랐다.
“니샤! 여기 꽃 좀 봐! 너무 예쁘다아!”
웅? 니샤 눈에도 예쁘다구? 그치, 그치? 역시 라비는 보는 눈이 있다니까! 후힛! 라비는 신이 나서 떨어진 꽃잎을 주워 니샤에게 달아주었다. 니샤도 꽃처럼 생겨서 너무 예뻐! 그치? 소울은 히히 밝게 웃으며 니샤를 꼭 끌어안았다. 역시 니샤는 상냥하고 좋은 친구였다. 위너의 니샤라고 크게 다를 건 없었다. 모습은 조금 다를지 몰라도, 니샤는 니샤였다.
소울은 지나가다 기념품 가게에 들러서 리본이나 장식품 따위를 잔뜩 사서 니샤를 꾸며주었다. 수수했던 니샤의 겉모습은 점점 소울을 닮아 화려하게 변해갔다. 가만히 소울이 하는 양을 지켜보던 니샤는, 이후에 거울을 보고 소울에게 화를 냈다. 그런 니샤의 반응에 소울의 더듬이가 축 처졌다.
“…… 마음에 안 들어? 라비가 열심히 꾸몄는데…….”
소울의 시무룩한 모습에 니샤는 잽싸게 말을 바꾸었다. …… 뭐? 마음에 든다구? 그래도 리본이 너무 많아서 불편하다구? 조금만 떼어 달라구? 알았어! 그 정도는 라비가 할 수 있어! 소울은 다시 표정이 밝아져서는 니샤에게 단 장식품 위치를 이리저리 바꾸었다. 리본 몇 개는 니샤에게 다는 대신, 떼어내 자신의 머리에 꽂았다. 히히. 이렇게 하면 니샤랑, 라비랑, 커플 리본! 라비한테 어울려? 고마워!
어느 새 니샤뿐만 아니라 라디언트 소울도 점점 더 화려해지고 있었다. 소울 자신은 꽤나 마음에 든 듯했다. 니샤와 함께 달고 다니는 꽃이나 리본이. 평소보다 배로 기분 좋아 보이는 모습이었다. 산책하는 소울의 손이 위아래로 붕붕 흔들렸다.
“니샤! 움…… 니샤도 싸울 수 있지? 라비는 늘 니샤랑 함께 전투해서, 이쪽의 니샤랑도 함께 전투를 해보고 싶어! 니샤는 어떤 식으로 싸워? 라비 궁금해!”
소울은 위너와 다르게 전투 대부분을 니샤와 함께하는 편이었다. 그래도 위너도 종종 니샤와 함께 싸웠으니까, 분명 이 니샤도 전투를 할 줄 알겠지. 일순간 소울의 눈이 반짝 빛났다. 위너의 니샤는 어떤 식으로 적들과 싸울지 궁금했다. 니샤는 언제나 라비를 지켜주었고, 라비도 니샤와 함께 나쁜 사람들을 혼내줬으니까! 위너의 니샤도 근사하겠지? 그렇지?
소울이 활기찬 목소리로 니샤에게 말을 건넸다. 니샤는 대답이 없었다. 소울이 이야기를 마치고 니샤와 함께 앞으로 걸음을 딛자, 니샤에게서 검은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소울의 빛보다 훨씬 강하고 위협적인 기운이었다. 정확히는, 소울이 알던 과거의 니샤와 닮았다. 위너의 니샤는 소울이 알던 몇 년 전의 니샤로부터 전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훨씬 강하고, 때로는 상냥했다. 소울은 그에 의문을 가지거나 동정하는 대신 니샤를 꼭 끌어안기를 택했다. 역시 위너의 니샤와도 친구가 되고 싶었다.
위너의 니샤는 무시무시하고 강하면서도, 동시에 다정하고 상냥했다. 소울은 니샤와 함께 싸우겠다는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다시 니샤를 품에 안은 채 걸음을 옮겼다. 아직 보지 못한 예쁜 곳이 많았다. 해가 지기 전에 많은 장소를 구경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니샤와 함께 구경하고 싶었다. 소울에게는 이 시간이 너무도 소중했다.
소울은 몇 시간이 지난 뒤에야 위너에게로 돌아왔다. 소울과 위너는 다시 서로 니샤를 바꾸었다. 위너는 니샤에게 주렁주렁 달린 장식품들을 보며 미간을 살짝 좁혔다. 그러나 이마저도 소울답다고 생각했다. …… 잠시만 이렇게 둘까. 해맑게 웃는 소울의 얼굴을 보니 쉽게 떼어낼 수 없었다.
“위너! 있잖아아. 라비, 다음에도 위너의 니샤랑 놀러 가고 싶은데, 그래도 돼?”
“…… 알아서 해.”
소울은 순수하게 기뻐했다. 위너의 니샤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위너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장단에 맞춰주기로 했다. 급하게 전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문제는 없으니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때,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졌다. 소울의 니샤가 묘하게 위너를 응시하고 있는 듯했다. 위너는 고개를 홱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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