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미션 / 리퀘스트 / 연성교환

프린세스데이?

Type: Lemonade

- 캐릭터+키워드 3~6개 정도만을 가지고 자유롭게 작업하는 프리타입 Type: Lemonade 신청글입니다.

- 파이널판타지14 장르 / ㅁㅋ님 커미션 신청글

- 캐릭터 이름 제외 전문공개 허가를 받아 전문 올립니다.

- 신청자님 이름을 A, 신청자님 언약자분을 B로 두었습니다.

- 언약자관계인 두 사람의 '평소에 보고 느꼈던 분위기를 토대로 글을 써달라'라는 요청을 받고 작업했습니다.

- 신청 글자수는 공미포 6천자. 총 공미포 5,706자로 마무리했습니다.

(※ 글 2개를 한꺼번에 신청해 주셨기 때문에 이쪽에서 글자수가 살짝 모자른 만큼 다른 작업물에서 오버분량으로 채워드렸습니다.)


프린세스데이?

copyright by. Mer

 

때는 어느 따사로운 봄날이었다. A는 문득 울다하를 걷다가 도시가 평소와는 다르게 화사하게 꽃피었음을 눈치 챘다. 벚꽃이 화사하게 핀 나무아래 깔린 빨간 자리, 흩날리는 벚꽃잎과 무대 위에서 춤추는 가희들……. 어느덧 벌써 그 시기가 되었나…? 새삼스러움을 느끼며 그는 모험가 길드로 발걸음을 옮겼다. 프린세스데이를 앞두고 춤추는 가희들 앞에서 응원봉을 흔드는 다른 모험가들의 얼굴에 설렘과 함께 흥이 가득하다. 평소 무심한 성격의 그는 그저 그 광경을 보며 헤에…. 정도의 감탄만 흘리고 마는 것이었다. 기껏해야 이번 행사에는 무엇을 주려나, 딱 그 정도뿐이 관심이 없었다. 이번에는 별 이상한 모자였던 것 같은데……. 귀찮은데 얻지 말까? 아 그래도 얻어두는 게 좋겠지, 따위의 생각을 하며 들어선 모험가길드도 어김없이 다가온 프린세스데이 행사로 들뜬 분위기가 역력했다. 제법 질린다는 얼굴을 하고 모모디 앞의 의자에 앉으니, 이 당찬 여주인은 웃으며 마실 것을 건넨다. 거절하고 싶었지만 차마 호의를 거절할 수 없으니 일단 잔을 받아 제 앞에 두니, 그녀가 웃으며 말을 건다.

 

“꽤나 지겹다는 얼굴이네?”

 

“……틀린 말은 아니네요. 그렇다고 딱히 별 감흥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이런, 청춘을 벌써부터 그렇게 무감하게 보내는 거야? 그러고 보니 언약한지 얼마 안 된 신혼 아니었어?”

 

‘프린세스데이라 나 같은 남자에겐 별로 의미 없어.’ 같은 말은 하지 말고, 모처럼 축제 판인데 언약자랑 데이트도 좀 하고 그래? 그렇게 무심하게 굴다간 미움 받기 딱 이다? 넌지시 건네는 잔소리에 애정과 짓궂음이 다분 묻어난다. 모모디, 지금 재밌어 죽겠죠? 어머 들켰니? 알았으면 여기서 그만 청승떨고 당신 짝한테 가봐. 애초에 여기는 뭐 하러 온 거야? 혹시나 여관이라도 갈 생각이었다면 얼른 들어가서 쉬어. 청승이라니. 그저 무감한 눈으로 주변을 구경하고 있었을 뿐인데 청승떤다는 말을 얻어먹은 그는, 허탈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에, 네에. 그럼 본부대로 이만 쉬러갈게요. 그렇게 느릿하게 일어나서 여관으로 들어가 버리고 남은 자리에는 한입도 대지 않은 음료 잔만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이었다.

 

“……하여간 여전한 사람이라니까.”

 

모모디는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잔을 치우고는, 다른 모험가들을 바쁘게 맞이할 뿐이었다.

 

*

 

여관에 따로 마련되어있는 제 방으로 들어온 A는 그대로 침대에 널브러지듯 드러누웠다. 눈앞에 내어진 음료 잔을 본 이후, 울렁이는 속을 감추고 태연한 척을 가장하느라 진이 빠진 탓이었다. 언제부터였더라……. 이슈가르드의 용시전쟁을 해결할 즈음부터였을까, 아니면 그보다 더 전……. 그래, 아무래도 승전 축하연때부터였을까? 그는 타인이 주는 음료를 극도로 꺼려했다. 그나마 시간이 꽤나 흘러서 이제는 나아졌으리라 생각했는데, 이 지독한 트라우마는 여전한 모양이었다. 물론, 이건 저 뿐만 아니라 제 언약자도 마찬가지겠지만……. 쉬려고 여관에 들어온 것은 맞았지만, 드러누워 있는 다고 기분이 썩 나아지지를 않는다. 아무래도 모모디의 조언을 따라 언약자와 축제구경이라도 하며 기분전환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는 제 언약자와 연결된 링크펄로 연결을 시도했다. 어디 던전에라도 들어가 있다면 연결이 안 될 텐데 과연 받으실까? 반신반의 하는 반응으로 연결을 시도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저쪽에서 반응이 왔다. 던전에 들어가 있던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 A님! 무슨 일이에요-? 세상에 우리 A님이 먼저 연락을 했어! ]

 

당장 기념일로 삼아야한다는 둥 호들갑떠는 목소리를 들으며 일단 진정하라는 말로 끊어낸 뒤, A는 말을 이었다.

 

“…지금 뭐하고 있어요?”

 

[ 조금 전까지 모르도나에서 낚시하고 있었어요. 아니 A님 들어봐요! 글쎄 처음 낚시 대를 던지고 첫 입질부터 물고기가 미끼만 먹고 도망친 거 있죠?! 너무하지 않아요?! ]

 

“오늘은 영 수확이 별론가 보네.”

[ 말도 말아요! 정말 오늘따라 어찌나 미끼만 물고 도망치던지…! ]

“그래서 지금은 시간 괜찮아요?”

[ 어어? 이거 뭐야? 데이트 신청이에요? 그럼 당연히 괜찮죠! ]

“아니면 안 괜찮고?”

[ 아아아니, 그건 아니지만요! ]

“그럼 저녁에 울다하에서 볼까요?”

[ 완전 좋아요! 빨리 정리하고 갈게요! ]

 

좋아하는 것이 링크펄 너머로도 느껴져서, 조금 전까지 그렇게도 울렁이던 것이 어느덧 가라앉았음을 자각하지 못한 채, A는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통신을 종료하고 몸을 일으켰다.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더러워진 머리와 몸을 씻고 깨끗한 옷을 갈아입을 생각이었다. 모처럼의 데이트인데 꾀죄죄한 몰골로 나가는 것은 나름 실례니까…. 물론 상대는 그마저도 좋다고 할 것 같았지만, 시간은 어차피 많이 남아있고, 약속장소는 울다하이며, 자기는 이미 그곳의 여관에 있다. 기분전환 겸 하는 데이트이니 깔끔한 차림으로 즐기자. 그럼 가라앉았던 제 기분도 많이 나아지지 않을까? 대충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세면도구를 들고 욕실로 향했다.

 

* * *

 

B는 간만에 너무나도 신이 났다. 그도 그럴 것이, 언약자가 처음으로 먼저 자기에게 연락한 것도 모자라서 무려 데이트를 청해왔기 때문이었다. 무려! 저 A님이 먼저! 꽤나 무던한 사람이었고 평소에도 원래 먼저 연락을 잘 하지 않을뿐더러, 요 근래 무척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음을 알고 있는 터라 아마 쉬고 계시겠지 하는 마음으로 모르도나에서 낚시대나 드리우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오늘따라 왜 이리도 물고기는 잘만 도망가는지……! 첫 입질부터 물고기가 미끼만 먹고 홀라당 도망을 쳤을 때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변변찮은 고기만 잡거나 아니면 물고기를 놓치거나, 혹은 입질이 오랫동안 없거나…. 그런 일의 연속이었다. 정작 잡고 싶었던 것은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아서 잔뜩 성나고 우울했던 찰나에 온 연락이었고, 데이트 신청이었다. 어찌 기분이 좋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온종일 낚시만 하느라 몸에 물비린내가 밴 것 같아서 이 냄새부터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아서, B는 빠르게 낚시도구를 정리하고 텔레포를 탔다. 도착좌표는 당연히 자신의 개인 소유 주택이었다.

 

“얼른 씻고, 간만에 데이트인데 조금 꾸미고 가도 이상하지 않겠지?”

 

그렇게 개인집에 도착하기 무섭게 낚시도구를 던져두고, 혼자 콧노래를 부르며 빠르게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마치고는 옷장을 뒤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약속시간까지 조금 촉박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텔레포를 타면 울다하까지는 금방이다. 제 언약자에게 조금이라도 예쁘고 멋지게 보이고 싶은 마음은 아마 모든 모험가들이 마찬가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옷장을 헤집었다. 옷장 깊은 곳에 있는 옷들까지 끄집어내느라 집안이 온통 옷으로 뒤죽박죽이 되었었다는 사실은 비밀로 해야겠다고, B는 옷을 챙겨 입고 남은 옷을 옷장에 대충 쑤셔 넣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자, 이제 울다하에서 기다리고 있을 제 언약자를 보러갈 시간이다. B는 빠르게 텔레포를 시전 했다. 도착지는 당연히도 울다하였다.

 

* * *

 

평소라면 조용할 저녁시간대 울다하의 거리가 유독 활기차고 복작거린다. 흐드러지게 피어 흩날리는 벚꽃나무 아래에서 술판을 벌이는 모험가들과 가희들 앞에서 응원봉을 흔들며 열기를 더하는 이들, 한탕 벌어보겠다고 노점을 열어 길 가던 모험가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가판들까지……. 그야말로 축제 그 자체였다. 아니, 축제가 맞긴 하지.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A는 제 언약자가 오기를 기다렸다. 모험가길드 앞 의뢰 보상을 주고 있는 올해의 집사왕 근처에서 적당히 자리 잡고 서 있다 보니 저 멀리서 인파를 비집고 손을 흔들며 달려오는 그리운 이가 보인다.

 

“A니이이임-!!”

 

“나 어디 안 가니까 천천히 오래도.”

 

그러다가 넘어지면 당신만 아프지 않느냐고 잔소리를 해도, 상대는 그저 반가움을 숨길 생각도 없이 내비치며 웃을 뿐이다.

 

“그렇지만 A님이 먼저 데이트 신청을 해오는데 빨리 오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응응, 그래요.”

 

그렇지만 역시 뛰다가 넘어져서 다치면 마음 아프니까, 다음번에는 뛰지 말고. 단단하게 당부를 하지만 역시 상대는 설렘과 기쁨에 들은 둥 마는 둥 하는 모양새였다. 알겠다고 답은 하고 있지만, 필시 다음번에도 저리 뛰어오겠지……. 미래의 일이 데자뷰마냥 오버랩되는 기분이라 A는 옅게 한숨을 뱉었다. 그렇지만 모처럼의 데이트, 잔소리를 너무 많이 하는 것도 좋지 못하다고 판단한 그는 더 이상의 잔소리는 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화제를 돌렸다.

 

“저녁은요?”

“아직! 낚시 끝나자마자 씻고 바로 왔어요.”

“안 배고파?”

“엄청 배고프죠! 우리 뭐라도 먹어요.”

“마침 길거리에 노점상이 많이 나와 있으니까, 다니면서 먹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다니다가 먹고 싶은 게 있으면 하나씩 사먹어요. 언약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B가 A의 손을 잡는다. 정했으면 빨리 가요! 나 엄청 배고프단 말이에요! 어어, 잠깐! 뛰지 말고! 얼떨결에 손이 잡혀 뛰듯이 걸음을 옮기게 된 A였다.

 

*

 

“와아……!”

“진짜 뭔가 많네…….”

 

돈이 오가는 도시답게 거리의 축제라도 되는 양 한 몫 챙기러 나온 노점상들이 줄지어 있는 광경은 언제 봐도 놀라울 정도다. 눈을 반짝이며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제 언약자의 얼굴을 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일이라고, A는 그렇게 생각했다. 저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한 채, 무엇을 먹을지 빠르게 노점상들을 스캔하느라 바쁜 눈동자를 보며 A는 피식 웃고는 손을 잡아끌었다.

 

“저쪽에 꼬치산적을 파는 곳이 있는데 일단 간단하게 그거부터 먹어요.”

“어어? 좋아요!”

“혹시 가리는 음식은 없죠?”

“딱히 없어요. 얼른 가요!”

 

그렇게 시작한 노점상 먹거리 탐방은 지치는 줄 모르고 이어졌다. 처음에는 꼬치산적으로 시작해서 모둠 튀김, 도도 구이, 샌드위치, 크루아상에 오렌지 주스, 와인 등 저 작은 배에 도대체 얼마나 더 들어갈 수 있을지 궁금해질 즈음, B는 배부르다며 그만 먹겠다는 말을 뱉었다. 물론 A는 이미 크루아상에 오렌지주스를 먹을 즈음부터 배가 부른 상태였지만, 차마 혼자 먹게 할 수는 없어서 한 입씩 먹어보는 형태로 먹다보니 정말 이사를 가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었다.

 

“밤에 불꽃놀이를 하나 봐요! 아까 포스터가 붙어있었어요!”

“그럼 소화시킬 겸사 산책하면서 적당히 불꽃놀이를 구경할 장소로 이동할까?”

“좋아요! 근데 A님 괜찮겠어요?”

“뭐가요?”

“엄청 힘들어 보이는데…….”

“사실 엄청 눕고 싶지만…….”

 

이런 길바닥에서 누울 수는 없으니까……. 걷다보면 조금이라도 편해지겠죠 뭐. 어깨를 으쓱하고는 손을 내민다.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서로 떨어져서 잃어버리면 곤란하니까. 조금 부끄러운 듯, 쑥스러운 듯 그렇게 뺨을 붉히며 내민 손을, B가 환하게 웃으며 맞잡았다. 솔직하지 못하긴 해도 저렇게 표현해주는 모습이 가슴을 꽤나 간질간질하게 만들어서 싫지 않았다. 둘은 그렇게 나란히 손을 잡고 노점상으로 북적이는 곳을 지나 벚꽃이 만개한 길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어디로 갈지조차 말을 나누지도 않은 채, 그렇게 오랫동안, 벚꽃이 피어있는 그 길거리만을 왕복해서 걸을 뿐이었다.

 

맞잡은 두 손은 그렇게 말없이 걷는 동안에도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다.

 

* * *

 

하도 주변에서 당신이 너무 무던하게 구는 태도가 제일 너무했다는 말을 종종 들어버릇 한 편인지, A는 스스로가 그런 자각이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자기가 상대에게 무심한 편이라는 것은 모르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말없이 길을 걷는 지금조차도 그 생각은 머릿속에서 늘 맴돌고 있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는데, 좀처럼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평소라면 조잘대며 쉬지 않고 말을 걸어왔을 제 언약자도 오늘따라 유독 조용히 꽃구경을 하며 침묵만을 지키고 있었다. 혹 기분이 안 좋은 것은 아닌가 싶어 슬쩍 곁눈질로 눈치를 봤지만, 그의 얼굴은 생각보다 기분 좋은 미소를 피운 채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어서 안도의 한숨을 삼켰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는 불멸대 본부도 지나쳐 주술사 길드로 들어가는 계단 근방이었다. 인적도 드물어서 이곳이면 불꽃놀이를 조용히 구경할 수 있을까 싶어 주술사 길드 앞에서 발길을 멈추고 나란히 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이 사람은 이런 자신과 왜 언약을 해준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무심한 사람과 언약해서 후회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지만, 여태 보았던 모습을 봐서는 그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렇지만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아무래도 주변 풍경과 조용함에 의해 감성적이게 되어 그렇다고 해두자. A는 조용히 제 언약자를 바라보고 작게 웃다가 입을 열었다. 궁금한 것은 역시 물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있잖……,”

 

말을 뱉으려하기 무섭게 펑! 퍼벙! 어두운 밤하늘에 색색의 불꽃이 수를 놓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하나 둘 피어나던 열화는 어느덧 색색의 조화를 이루며 하늘을 밝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 압도적인 광경에 매료되어, A는 한순간 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그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봤다. 에? 하고 되묻던 B도 어느새 하늘을 수놓는 불꽃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흘긋 시선을 돌려 바라본 그의 얼굴에도 불꽃에 반사되어 색색의 빛이 피어났다 사라지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그 어느 불꽃보다도 밝게 빛나는 눈동자는 불꽃놀이가 끝나는 때까지도 줄곧 시선을 떼지 못하고 지켜보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불꽃놀이는 꽤나 오랫동안 이어졌지만, 그만큼 화려하게 하늘을 수놓았기에 그 어떤 지루함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

 

불꽃놀이가 끝나고, 너무나도 늦은 시간이라 오늘은 여관에서 함께 자자고 합의를 본 두 사람이 걸어가는 길목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잠깐 걸음을 멈추고 제 언약자가 먼저 저 앞서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A가 어느덧 발걸음을 멈췄다는 사실을 깨달은 B가 뒤를 돌아보는 그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었다.

 

“아…….”

 

한순간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고, A는 그렇게 생각했다. 바람결에 이리저리 흩날리는 벚꽃잎과 그 사이에서 예쁘게 웃으며 손짓으로 저를 부르는 제 언약자……. 정말로 그림으로 남겨 영원히 간직하고 싶을 법한 그런 순간이었다. 나중에 자신이 한 번 그려볼까 싶었지만, 스스로가 그림에 재능이 그리 있는 편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관뒀다. 괜히 시도했다가 상처만 남을 바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슴 속에 저장해두는 편이 더 나았다.

 

“A님……?”

“……아.”

 

그 아름다웠던 순간에 취해 B가 가까이 다가온 것도 눈치를 채지 못하던 A는,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저를 쳐다보는 시선과 눈을 마주했다.

 

“…미안. 한순간 넋을 놓았어요.”

“이런 예쁜 풍경을 눈앞에 두면 당연히 그럴 수 있죠.”

 

그렇지만 시간이 늦었으니 이제 돌아가요, A님. 잡아끄는 손길에 몸을 맡긴 채 조용히 걸음을 옮긴다. 시선은 여전히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사이에 B가 서있던 그 자리에 고정된 그대로였다.

 

“……오늘 정말 좋았어.”

“A님두요? 저두요. 잊지 못할 하루가 되겠어요.”

“……그래.”

 

그날 본 벚꽃은 분명 여느 때와 같은 평범한 벚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예뻤다고, 그는 오랫동안 그렇게 회상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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