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慷
무협 기반 자작 캐릭터 과거 설정
하후 해는 황도의 귀족, 하후 가의 장녀였다. 어려서부터 눈이 멀도록 온갖 재물과 함께했고, 항상 시종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부모는 사치 부리는 것을 좋아해 해에게 각종 비단옷과 장신구를 입혔고, 해는 인위적인 정원과 화려한 방에서 날이 갈수록 숨이 막혀 죽어갔다. 그런 그에게 큰 사건이 일어난 것은 5살 무렵이었다.
해는 밖으로 나갈 때면 항상 가마를 탔다. 세상을 볼 수 있는 창구는 가마의 좁은 창뿐이었고 그마저도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해는 그 너머가 궁금했다. 살짝 천을 치워내고 해의 눈길이 닿은 곳은, 길가를 지나던 어느 아이의 손이었다. 해가 처음 보는 것, 그것은 수수하다 못해 투박한 목검이었다. 골목을 지나면 으레 아이들이 손에 쥐고 장난을 치는 뭉툭한 목검. 해는 처음으로 관심 가는 것이 생겼다. 그래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입으로 내뱉어 버렸다. ‘저거 갖고 싶다.’
관심의 결과는 결코 즐겁지는 아니하였다. 해의 중얼거림을 들은 부모가 가마를 멈추고 그 아이에게서 목검을 갈취하려 했기 때문이다. 아이는 다 해진 옷을 입은 양민으로, 화려한 가마를 타고 가는 귀족에게 저항할 수 없었다. 부모가 은자를 던져주긴 했으나 아이는 목검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군데군데 매끄럽지 못하고 손때묻은 목검, 아이는 덜덜 떨며 소리쳤다. ‘이것은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만들어주신 하나뿐인 검이에요!’ 해는 아이의 눈을 내려다보았다. 눈이 시큰거렸다. 부모는 옆에서 소리를 질러대며 시종을 시켜 강제로 목검을 뺏으려 했다.
이것은 전부 내가 저것을 탐했기 때문이다. 관심을 주었기 때문이다. 해는 자신이 관심을 준다는 것이 이렇게 무거운 것일 줄 몰랐다. 남을 짓누를 줄 몰랐다. 시종이 작은 아이를 패대기치는 순간, 우악스럽게 목검을 앗아가는 순간, 해는 외쳤다. ‘이젠 필요 없어요! 관심이 없어졌어요!’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해는 생각했다. 함부로 관심을 주지 말자.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도 말자. 앞만 보고 걸어가자. 뒤는 보지 말자.
이후의 해는 점점 모든 것에 관심을 차단했다. 말만 하면 부모가 들어주는 생활에 질려 버렸는지도 모른다. 어딜 가든 시중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지쳤는지도 모른다. 나의 마음은 절대로 모르고 오직 남에게 보이기만을 신경 쓰는 부모가 싫증 났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부모가 화산으로 가라 했을 때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경치가 아름답다는 말을 들어도 자신의 저택 정원 같겠거니 했다. 2~3년만 대충 구실만 하다 오자 싶었다.
그런데 부모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몰랐다. 화산에는 가마가 올라갈 수 없었다. 금지옥엽으로 자란 해는 첫 등산 입문을 그 험준한 화산으로 해야 했다. 장신구는 거치적거려서 가는 길에 떼어 버렸다. 치렁치렁한 옷들도 하나둘 찢거나 벗어버렸다. 그리하여 마침내 ‘대화산파’라고 적힌 현판 앞에 섰을 때, 해는 생애 처음으로 성취감과 고양감을 느꼈다. 스스로 무언가를 해냈다! 길잡이는 있었지만, 지긋지긋한 시종들의 도움 없이 목표를 달성했다! 부모의 눈이 없는 곳에서, 몸을 혹사해가며 직접 발로 뛰었다! 그 순간 불어온 바람에 무심코 뒤를 돌았다.
해는, 그토록 자연이 예쁜 줄을 처음 알았다.
장신구와 옷들을 벗어낸 몸이 가벼웠다. 대충 묶은 머리칼이 간지러웠다. 바람이 시원했다. 어디선가 매화 잎 하나가 날아왔다. 해는 그것을 손을 뻗어 잡아냈다. 소중한 것을 얻은 사람처럼 주먹에 꼭 쥐고 가슴에 대었다.
그래… 화산이구나.
무공을 배우니 스스로 노력해 얻어내는 것의 가치를 깨달았다. 소탈한 도사의 삶이 좋았다. 속세의 이름을 버리니 누구도 자신에게 허리를 굽히지 않았다. 땀을 흘릴 때는 정직해지는 것이 좋았다. 검을 휘두를 때는 무아지경으로 수련했다. 아, 이게 사람 사는 삶이구나. 행복하다, 좋다…
약속한 기한은 훌쩍 지났다. 하지만 돌아가지 않았다. 해, 아니 명강은 화산에서 새로운 재능을 찾았다. 끈질기게 버티기, 뻔뻔하게 밀고 나가기. 나, 이거 잘하더라고. 그러니까 평생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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