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마하 CV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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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딘은 넓직한 탁자에 앉아 행성계 전역에서 기갑단의 병력이동을 보여주는 홀로그램 화면을 주시했다. 그는 인간에게는 상대적으로 큰 의자에 불편하게 앉아있었다. 살라딘의 발 밑으로 어린 전쟁야수가 딱딱한 각반에 코를 들이밀었다. 살라딘의 방을 청소하던 기갑단 청소부가 서둘러 전쟁야수를 번쩍 들어 방 밖으로 내보냈다. 살라딘은 그것이 기대던 무게감이 싫지는 않았지만 청소에 참견하는 것은 월권행위라고 생각하여 잠자코 지켜보기만 한다.

누군가 문을 똑똑 두드려 살라딘을 깨웠다. 그는 마젠타색 내용물이 든 그릇을 내려놓고 문의 창으로 밖을 내다봤다. 아이코라가 갈색 종이 가방을 들고있었다. 발루스 포지는 콧방귀를 뀌고는 문을 열었다.

“배고프실 것 같아서요.” 아이코라가 가방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가 먹던 그릇을 발견한다. “기우였나 보네요.”

살라딘 경은 그를 안으로 들였다. “탑의 음식은 뭐든 기갑단식 포리지보다는 낫지.”

워록은 방으로 냉큼 들어와 테이블 위에 가방을 올려뒀다. 아이코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살라딘은 그가 자기 거주지의 현재 상태를 걱정스러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의 눈은 벽에 걸린 빳빳한 푸른 휘장에 한참을 머물렀다. 코는 기갑단 특유의 무거운 기름 냄새 때문에 벌름거렸다. 반사적으로 손가락이 테이블을 쓸었지만, 먼지 한 톨도 나지 않았다.

아이코라는 먹음직스러운 국수가 들어있는 대나무 그릇을 살라딘에게 건넸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살라딘 경?” 그가 솔직하게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비치며 고개를 갸웃했다.

“카이아틀 여제의 전쟁의회에서 발루스의 지위를 따냈다.” 어떤 무기라도 1분 안에 분해할 수 있는 발루스 포지가 일회용 젓가락을 손에 들자 갑자기 모든게 서툴러졌다. 그의 거칠고 거대한 손에 들린 섬세한 식기가 파르르 떨렸다.

“자발라에게 들었는데, 곧 기갑단식 강철 깃발을 개최하신다면서요.” 앉을 의자가 없어서, 아이코라는 그릇을 손에 들고 우아하게 탁자에 기대섰다.

“요청에 응했으나 수호자와 같은 조건을 내걸 수는 없지.” 그가 도끼눈을 뜨고 말했다. “아군의 목숨을 잃는다면 훈련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살라딘은 눈살을 찌푸리며 젓가락을 던져 버리고는 포리지 그릇에 들어있던 기갑단 식기로 국수를 퍼먹었다. 젓가락이 바닥에 떨어지자 청소부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투덜거렸다.

“물론 그렇죠.” 아이코라가 상냥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기갑단에선 휴가도 주나요?”

살라딘은 전술 프로그램을 향해 손짓했다. 두 개의 작은 홀로그램 창이 화면에 띄워진다. 기갑단식 달력과 태양계식 달력이다. “다음 강철깃발 기간에 맞춰 탑을 방문할 예정이다. 어린 늑대들도 소홀히 할 수는 없지.” 그는 아이코라를 바라봤다. “이걸 물은게 아니겠지만.”

아이코라는 한쪽 눈썹을 추켜세웠다. “잘 알고계시네요. 강철 깃발은 휴가가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지.” 살라딘은 덤덤하게 말했다. 그는 다시 입을 열기 전에 잠시 기다렸다. “나는 전장에서 더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싸워야 기운이 나고 제대로 소통할 수 있다고. 망할 보고서나 들여다보고, 정치놀음에 시달리는게 제일 피곤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어떠신가요?” 아이코라가 다시 물었다. “기갑단식 문화에 따르는 일이 힘들지 않으세요?”

살라딘은 워록의 말이 말도 안된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기갑단의 무엇도 날 힘들게 할 수는 없어.”

두 명의 전사는 아무 말 없이 서로를 쳐다보다가, 이윽고 키들키들 안도의 웃음을 터뜨렸다.

잠깐이나마 분위기가 풀어지자 아이코라의 태도도 누그러졌다. “걱정마라, 아이코라. 나는 괜찮으니까.” 강철 군주가 덧붙였다.

워록은 잔뜩 눈썹을 추켜세우고 기갑단식 방을 둘러보았다. 각을 맞춰 전시된 무기들과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하게 닦인 전술 테이블. 아이코라와 시선을 마주친 기갑단 청소부가 자부심을 가진 표정으로 침대보를 털었다.

살라딘은 아이코라의 뚫어질 듯한 시선에 다시금 웃음을 터트렸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있을지 빤히 보이는 탓이다. “자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투명하게 보이는군.” 그는 투덜거리며 말했다. “내가 저 기갑단 병사를 부려먹는다고 생각하는거지?”

“기갑단식으로 새로운 빛을 부려먹나했죠.” 아이코라도 마주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무례하게 들리지 않도록 단어 선택을 신중하게 했다. “걱정하던 것보다 잘 적응하고 있어서 다행이에요.”

살라딘의 눈이 전술화면 위에 띄운 달력으로 돌아갔다. 기갑단 달력과 태양계 달력이 동등한 선상에 나란히 띄워져 있었다. “‘전보다 좋아보인다’고 말하고 싶은거겠지. 걱정마라. 자네들에게 필요하다면, 난 언제까지라도 여기 있을 거야.”


이 글은 데스티니 가디언즈(데스티니2) 선택받은 자의 시즌 전설 기관단총 멀티마하 CCX의 로어를 기반으로한 2차 창작입니다.

살라딘이 전쟁의회에서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 대비를 주고 싶은 마음에 의도적으로 로어와 똑같은 문장을 차용하였습니다. 이 글은 정식 로어가 아니므로 혼동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본 글에 나온 어떤 설정(기갑단식 포리지, 청소부, 살라딘이 잘 지내고 있음)도 공식 설정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살라딘이 잘 적응하는건 제 뇌피셜이지만 할아버지 말하는거 보면 잘 지내는 것 같습니다.

멀티마하 CVX라는 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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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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