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한잔

생일축하해

한도윤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220905

생일 축하해

- 도윤아

[ 형, 형. 이거 봄?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9월5일_대전의_아들_한도윤_생일축하해 ]

[ 이야 성공했네~~~ㅋㅋㅋ ]

한도윤은 서혜성이 댓글로 달아놓은 해시태그를 노려봤다. 정확하게는 그가 무슨 의도로 달아놓은 댓글인지 몰라서 노려보고 있었다는 표현이 좀 더 정확했다. 클릭 해보라는 거겠지? 그런데도 어떨떨한 기분이 가시질 않는다. 대전의 아들이라니…. 이런 말이 자신의 이름 앞에 붙어도 되나? 한도윤은 고민했다.

"이거 결제 좀 해주세요."

"아, 네."

휴대폰을 덮어두고 스캐너를 쥐었다. 띡, 띡 규칙적으로 들리는 스캔 음에도 생각은 계속 해시태그 내용을 향해있었다. 3천원입니다. 봉투 20원인데 필요하세요? 네, 주세요. 안녕히 가세요. 손님이 나가자 한도윤은 다시 휴대폰을 들었다. 고작 해시태그 하나 가지고 이렇게 고민하는 것도 꽤 우스웠으나 그 나름 진지한 상태였다. 한도윤의 이름이 들어간 해시태그는 좋은 의도로 달린 것이 별로 없었다. #한도윤_이_배신자  #한도윤_사퇴해 이런 것들이 방송을 하던 내내 꼬리표처럼 붙어있었으니까. 그래서 더 의심이 갔다. 애초에 서혜성이 장난삼아 만든 해시태그면 어떡하지? 괜히 기대하고 클릭했다가 실망하고 싶지 않았다. 

고민은 계속됐다. 아르바이트 교대 시간이 되어 다음 파트 사람이 오고 옷 갈아입은 뒤 편의점을 나선 뒤에도 계속 고민했다. 그래서 한도윤은 그 댓글을 캡처해서 오인하에게 물어봤다. 민주영은 요새 한창 바쁠 시기니까.

1 [ 이게무슨말이야 }

지워지지 않는 1을 가만 쳐다보고 있으니 금방 지워졌다.

{ ? 너 오늘 생일임? 아 맞네 ]

{ 뭐긴뭐야 생일축하한다는 글이잖아 ]

답을 하려고 근처 벤치에 앉아 키보드를 꾹 꾹 누르고 있으려니 바로 오인하에게서 전화가 왔다.

- 이야, 생일 축하해~

"고마워. 지금 전화 해도 돼?"

- 어어, 마침 좀 쉬려고 나왔어.

한창 다시 공부하기 시작한 오인하는 평일엔 주로 독서실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녀는 곧 발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그래서, 해시태그는 왜 물어본 거야? 생일인 거 은근히 자랑하는 거야? 응? 부럽다 부러워. 나도 어? 올해 생일엔 다들 달아주려나? 괜히 기대하게 되네. 아 맞아. 그래서 뭐라고?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그게 아니라....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서."

- 엥, 무슨 말이랄게 있나. 말 그대로 생일 축하잖아. 헐, 너 설마 아직도 해시태그 확인 안 해본 거야?

"응."

한도윤은 괜히 발을 까딱까딱거렸다.

- 내가 못 살아 정말. 야, 이 소심아. 그게 뭐라고 클릭을 안 해봐. 클릭만 하면 바로 알 수 있을 텐데!

"하지만."

- 하지만이고 뭐시기고! 어휴 답답해. 지금 당장 전화 끊고 내용 확인해! 알겠지! 그러고 연락해!

"잠, 인하야, 아. …끊겼네."

바탕화면으로 바뀐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다가 한도윤은 다시 페이터를 켰다. 여전히 서혜성이 달아놓은 댓글이 있었다. 한도윤은 이내 조심히 해시태그를 눌렀다. 그리고 화면을 채우는 글자와 사진들에 잠시 생각이 멈췄다.

[ #도윤이가_바라던_곳에_도착했기를 #9월5일_대전의_아들_한도윤_생일축하해 #9월_5일_한도윤의_생일을_축하합니다 #대한민국_락의희망_한도윤 ]

[ 네가 최고야 도윤아 (주접많은이미지) ]

[ 도윤아 생일 축하해. 소식 좀 더 줘...ㅜㅜ 보고싶다!! ]

[ (도윤이를 닮은 인형과 케이크를 같이 두고 찍은 사진) ]

스크롤을 내려도 내려도 따사로운 내용 밖에 없었다. 한도윤은 벤치에서 그렇게 한참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다정하고 가슴이 따듯해지는 내용들이 자신을 위로했다. 베스타 시즌4가 그렇게 끝이 나고, 모두에게서 잊혔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도윤은 이제 남들 앞에서 음악을 하지 않았고 혼자서만 음악을 해오고 있었다. 가끔 페이터에 알림이 오긴 하지만 친한 이들의 연락이 아니면 잘 확인도 하지 않고 지낸 지 벌써 일 년이 넘었는데.

[ (한도윤 베스타4 무대 영상 크롭 ) ]

[ 도윤아 네 무대가 너무 그립다... ]

[ 힘들었을텐데 언제나 최선을 다했던 도윤아, 밥은 잘 먹고 지내지? 베스타가 끝나고 너에 대해서 알게 됐는데 네가 만든 노래들이 내가 힘들때 많이 힘이 되어줬어. 그래서 뒤늦게 이렇게 계정도 팠는데 ㅎㅎ... 돌아오기 힘들면 괜찮으니까 너도 힘냈으면 좋겠다. ]

늦은 시간, 조명이 어두워지고 공원의 가로등이 반짝, 불이 들어왔다. 한도윤은 벤치에 쪼그리고 앉아 그렇게 게쏙 화면을 바라봤다. 모두가 싫어했던 시절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다. 자신의 음악으로 위로를 받은 사람도 있었다. 가슴 한구석이 어쩐지 간지러워졌다.

{ 어때. ]

오인하의 연락이었다.

[ 이런 걸 받아도 될까 }

{ 당연한 소리를. ]

{ 이번 주말에 더 시간 되지? 간만에 만나서 밥이라도 먹자. ]

{ 주영언니랑, 또 뭐… 시간되면 걔네도 부르던가. ]

[ 주말에? }

{ 네 생일 축하해야지. 언니는 시간 된대. 딴 애들은 네가 물어봐. ]

[ 응. }

[ 인하야 }

[ 고마워. }

{ 천만에. ]

{ (고양이가 엄지를 치켜든 이모티콘) ]

한도윤은 이모티콘을 보며 소리 내 웃었다. 하하, …마음이 간질간질하다. 간질, 간질. 다정함이 가슴에 흘러넘친다. 그대로 페이터에 들어가 서혜성의 댓글에 답장을 했다. 고마워, 혜성아. 답은 금방 돌아왔다. '뭐가 고맙담? ㅋㅋ 뜬금없이? ㅋㅋ' 그리고 한도윤은 그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이번 주말에 시간 돼?"

한도윤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바라봤다. 그새 어두워진 하늘엔 인공위성이 반짝거렸다. 별처럼 빛나는 인공위성이, 진짜 별은 아니더라도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생일 축하해 도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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