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적성탐구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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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컾임 호주조절대다시논컾친구관 ㅇㅋ? ㅇㅋ
눈앞에 별이 번쩍거린다. 별 하나에 구 도심지 재개발 사업, 별 하나에 클럽 하수도 정비 문제, 별 하나에 시의원 선거……
"……시로. 카네시로."
노랗게 번쩍거리는 게 별인지 저 머리털인지. 희미하게 돌아온 이성에 강하게 힘주어 부르는 소리가 잡히기 시작했다. 불행히도 온 머리통이 다 얼얼해 루카는 제때 반응하지 못했고, 그의 멱살을 억세게 틀어쥔 사람은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마음 먹은 모양이다.
"루카!"
"아파!"
정확히는 '아프어!'에 가까운 비명이었다. 냅다 뺨을 친 써니는 루카가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어 링 바닥에 데구르르 구르는 꼴을 보고서야 그가 방금 머리를 정통으로 얻어맞은 부상자란 사실을 깨달았다. 조금 더 생각해 보니 때린 사람도 써니 자신이긴 했는데, 그러게 누가 스파링 중에 딴 생각에 정신 팔고 있으랬나?
"그러게 누가 스파링 중에 한눈 팔랬냐?"
"……너 진짜 생각한 거 그대로 말하는 놈이구나? 얼굴에 다 쓰여 있다, 이 자식아."
글러브를 벗어 던진 써니가 맨손을 내밀었다. 루카는 여태 욱신거리는 턱이며 관자놀이를 어루만지다가 그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어렵잖은 일이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은 몸이 한없이 무겁게만 느껴졌다. 오늘 처음 해본 생각은 아니다. 달포 이상 제대로 움직인 적이 없어 찌뿌등하고 좀이 쑤시고……아주 죽는 줄 알았다고 우는 소리하며 날 잡고 써니를 불러낸 게 루카 본인이 아니던가.
모처럼 쉬는 날을 왜 너랑 치고박고 하는 데 써야 하냐고 할 게 분명한 친구를 포섭하기 위해 사전작업까지 완벽하게 해두었다. 써니의 휴일에 맞추어 알반을 클럽 정비 검수인으로 불러내면 겸사겸사 보안도 강화하고 일석이조. 데이트 못 하게 방해한 건 좀 미안하지만, 뭐 원래 형이란 게 다 그런 존재 아니겠는가?
"아프냐? 병원 데려다줘?"
"으……이게 그, 업보 같은 건가?"
"업보?"
냉장고에서 생수병을 꺼내 온 써니는 반쯤 마시고 남은 병을 산탄총처럼 겨누었다. 못마땅한 척 혀를 차는 경찰의 얼굴도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또 무슨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질렀는지 이실직고해라, 마피아."
"그게 지금 사람 친 경찰이 할 소리야?"
1리터 정도 되는 물을 둘이서 깔끔하게 해치웠다. 벌떡 일어선 루카가 머리를 몇 번 휙휙 흔들다 한 판 더, 외쳤으나 써니는 킬킬거리며 거절했다. 성분을 분석해 보자면 얄미운 비웃음 절반에 염려 섞인 미소가 나머지 반쯤 되었다.
"한 판 더 하든 열 판 더 하든 결과는 똑같을 것 같거든. 너 오늘 네 판 다 졌다, 나한테."
"뭐? 거짓말! 말도 안 돼!"
"가드도 안 하고 머리 내주는 놈이 이겼겠냐, 그럼?"
웃음기 어려 있던 푸른 눈동자가 돌연 심각한 빛을 띤다.
"너 정말 어디 안 좋은 거 아니야? 이게 실전이었으면 넌 지금쯤 응급실에서 영안실까지 직행 코스 밟았어."
정작 루카 본인은 심드렁했다. 링 밖으로 나오며 몸을 숙였다 도로 섰더니 골이 윙윙 울렸다. 호기롭게 한 판 더, 외치긴 했다마는 써니가 거절해서 다행이란 생각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대로 또 붙었으면 응급실이나 영안실은 과장이라 쳐도 구급상자 정도는 열었을 것도 같고.
"그냥 녹슨 거지. 제대로 싸워본 지가 백만 년이야. 싸움은 개뿔. 현장도 잘 못 나간다니까, 바빠서."
"네가? 지난 주에 출동했을 때 내가 본 폭죽은 뭐, 루카 카네시로 아니고 뉘집 개가 터뜨렸나?"
"그건 너희가 시간을 너무 빡빡하게 줘서 그런 거고! 이 째째한 경찰 자식아, 우리도 애들 투입하고 정리된 거 내가 확인하고 하려면 두 시간은 필요하거든? 문자로 '60분' 숫자 두 개 글자 하나 달랑 통보하는 게 무슨 협력이야!"
"협력이라니, 범죄자가 양심 없는 소릴 하네. 내가 좀 봐주는 거지."
"부패경찰이 입은 살아가지고……."
하여간에 루카가 어디가 아파서 기량을 못 내고 얻어터진 건 아니라는 뜻이다. 보통은 일이 그렇게 바쁘다니 안됐다, 따위 위로 한두 마디쯤 더 해줄 법도 하고 루카도 대충 그런 전개를 기대했으나, 상대는 써니 브리스코라서 친구 걱정 따윈 하늘 너머로 날려버린 호탕한 웃음소리만 듣게 되었다.
"꼴 좋다, 마피아. 언제까지고 깡패 노릇하며 살 수는 없다니까, 그러게?"
"폭력 경찰에게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다고!"
"폭력이라니. 정의의 심판이겠지."
"너희 윗대가리들은 네가 이런 소리 지껄이고 다니는 줄 알고 대장 시켜줬대? 야, 너도 진급한 지가 언젠데 왜 아직도 현장직 같기만 하냐."
마피아 보스란 건 결국 유사 기업가고 유사 정치인이다. 부모를 잘 만났는지 못 만났는지, 보스의 맏아들로 태어나 자연스레 보고 자란 자리를 그대로 물려받은 루카는 나름 마음의 각오를 해 왔다 생각했지만, 역시 지켜보는 것과 직접 살아보는 것은 하늘과 땅 정도 차이가 있었다.
저 브리스코 자식이 주구장창 놀려대는 대로 정말 싸구려 깡패처럼 살고 싶단 말은 아니지만……그렇지만……따지고 보면 마피아도 뭐 잘나고 좋을 건 없지 않나? 멀쩡한 기업인들이 장사하고 이익집단 만들고 소비자 기만하고 노동자 등처먹으며 살아간다면 마피아는 그 기업인들 협박도 좀 해 보고 고전적으로는 보호비란 명목 하에 푼돈도 좀 뜯어 보고 어디 받아주는 데도 없는 놈들 주머니도 좀 털고. 멀쩡한 정치인들이 선거 나가고 비리 저지르고 성범죄의 온상이 되고 시민을 기만하고 언론 조작하며 살아간다면 마피아는 시의원 선거에 돈이나 좀 대고 다이아몬드 시티 시장 펜도라와 가끔 밥도 좀 먹고 같은 마피아 쥐어 패러 나갔다가 주먹질 재미나 보고……어라, 잘나고 좋을 거 없는 건 다 마찬가지 아니야? 나, 제법 괜찮은 인생을 살고 있는지도?
그런 착각을 정면에서 부정하기라도 하듯 써니는 짧게 웃었다. 이번에는 순도 백 퍼센트의 비웃음이다.
"현장에서 더 구르라고 시켜준 진급이니까 당연한 거 아니냐. 천하의 루카 카네시로도 다 죽었구만, 4:0이라니."
"아 씨, 야. 한 판 더 해. 도로 들어와!"
"사양할게. 나에겐 먹여 살릴 알반이 있거든. 아직 일반인 응급실 보내고 경질될 수는 없어서."
"누가 응급실 가준대? 그리고 알반은 너 없어도 알아서 먹고 살 수 있거든?"
저게 실적에 비례하는 시말서 개수로 악명이 자자하던 브리스코가 맞나? 사랑이 위대한 건지 그냥 써니가 훼까닥해서 변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마피아 보스를 일반인 취급하는 대범함이 놀랍기는 했다. 물론 써니는 친절하게 부연설명까지 해주었다.
"아직 공식적인 전과가 남지 않았으니까 법적으로는 일반인이지. 카네시로 패밀리가 펜도라 시장과 척지는 순간 그 딱지 바로 떨어질 거다."
"하……그렇게 안 되려고 내가 기를 쓰고 돈 버는 거잖아. 이번 선거에도 얼마나 쏟아부었는지,"
"어, 안 궁금해. 많이 벌어라. 많이 벌고 세금 안 낼 거면 벌금이라도 많이 내서 시 복지에 기여하고."
"너 진짜 더 승진할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지? 어쩌자고 그렇게 윗선 일에 관심이 없냐?"
"진급하면 부서 옮겨서 책상물림이나 하게 될 텐데, 내가 왜?"
오랜 친구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무심하게 덧붙인 말에 루카는 입을 일 자로 꾹 다물었다.
"너도 옛날엔 윗선이고 정치고 하는 거 전혀 관심 없었잖아. 사돈 남말하네."
둘의 스파링 스코어는 늘 비슷하게 유지되었다. 언제 한 번 루카가 앞서는 날이 있으면 그 다음에는 써니가 꼭 따라잡고, 반대로 써니가 이긴 뒤에는 루카가 바쁜 일을 다 빼서라도 부득불 설욕전 일정을 잡아 오는 식으로. 둘 다 그 동률이 깨지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다. 젊은이 특유의 호기라면 호기인 셈이다.
삶은 늘 흘러가고 사람의 입장은 언제고 변하기 마련이라, 지적하는 써니의 태도는 담백했고 루카 역시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다. 아옹다옹 교실 뒤에서 단체로 뒤엉켜 굴러다니며 싸우는 흉내나 내던 시절부터 몇 달 만에야 겨우 하루 시간 내서 스파링으로 몸을 풀어야 하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떤 것은 변하고 오랜 친구는 여전한 것만 같고 삶은 팍팍한지 윤택한지 매 순간 평가가 달라지고……무엇에든 크게 놀라거나 우울해질 수는 없었다. 모처럼 열심히 움직인 뒤라 욱신거리는 몸이며 머리와 반대로 기분만은 몹시 상쾌했던 까닭이다.
놀라 뒤집어질 거라면 저 자식하고 동생이 눈맞았을 때 했어야지. 그런 생각에 문득 유쾌해진 루카는 냅다 손을 쭉 내밀었다.
"누가 먼저 씻을지 정하자. 가위 바위 보!"
"어? 어어."
쫙 펼친 손바닥을 보란 듯이 번쩍 들어 올리며 득의양양 웃었다. 하릴없이 주먹 쥔 손을 내려다보는 써니의 뭐 씹은 표정이 그렇게 보기 좋을 수가 없더라.
"넌 이러면 무조건 주먹 먼저 내더라. 나 먼저 들어간다!"
"아오, 이게 무슨 십 년 전에 하던 짓도 아니고!"
"으하하, 하, 어우, 웃겨. 넌 아마 환갑잔치할 때까지 그럴걸?"
탈의실 문을 닫기 직전에 들려온 투덜거리는 말소리에,
"환갑까지 마피아 자식이랑 놀라고? 젠장, 빨리 때려치우고 퇴직금 받아서 가게나 차려야지."
루카는 패배의 쓰라림도 잊고 그야말로 체육관이 떠나가라 폭소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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