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1회차] 무엇을 할 것인가?
블라디미르 레닌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 운동의 절박한 문제들>, 박종철출판사
지금까지 읽은 몇 안 되는 레닌의 저술은 전부 후기작이었고 초기작(<무엇을 할 것인가?>, 이하 ‘무할것’은 1902년 완성된 저술이다)은 이번 기회에 처음 읽어 보는데, 초기작이라 하여 깊이가 얕거나 필력이 떨어지지는 않았고 뭐랄까 참 한결같았다. 저술의 절반 이상을 다른 사람 욕으로 채워놓는 것도 젊을 때부터의 한결같은 일이었나 보다. 내가 레닌과 사상적으로 대치한 당시 활동가 중 한 명이었다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을 것 같다. 아니면 집에서 혼자 훌쩍거렸거나…
번역 면에서는 러시아어 완역판인 점에 특히 엄지를 올리고 싶다. 페테르부르크를 뻬쩨르부르크라고 하는 옛날식 표기법인 건 그냥 넘어가자 90년대 책이니까. 전체적으로 술술 읽히고 각주, 미주도 꼼꼼하게 잘 해두었다. 하지만 레닌 입문서로는 추천하기 어렵겠다. 무할것이 레닌주의의 뼈대를 이루는 책인 건 맞는데 (나도 읽으면서 “이 소리를 이때부터 하셨군” 하였다) 내 생각엔 1900년대 초 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의 경제주의자들을 쥐어패려는 목적이 제일 큰 것 같다. 볼셰비키가 성립되기 이전의 글이기도 하고. 이건 그 뭐냐 다소 거꾸로일지도 모르지만, 비유하자면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지브리 작품 입문으로 추천하지 않는 것과 유사하다. 제목도 닮았다. 갓 서른 넘긴 레닌이 산에서 스토리보드 짜는 먀잨 영감처럼 “너네들 앞으로 뭐 해먹고 살 건데”라며 잔소리하는 게 정말 재미있지 않은가? 직업혁명가란 명절날 친척 같은 존재구나… (어디까지나 밈적 발화다)
볼셰비키의 맹아와 당시 러시아 혁명운동 흐름을 자세히 보고 싶다면 읽어 볼 만한 책이다. (808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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