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뒤에
새사제
"아, 호크스. 오늘은 날아서 이동하지 못 할 것 같네요. 우산 있으십니까?"
"우산? 없는데. 큰일이네···. 택시라도 불러야하나, 하하!"
순찰을 나왔다가 비가 태풍 수준으로 내려 이도저도 못하고 카페 앞에 서 있던 토코야미는 뭐가 웃긴지 웃고 있는 호크스의 얼굴을 보다가 휴대폰을 꺼내 날씨 앱에 들어갔다.
"호크스, 2시까지 비온다고 합니다. 지금 1시 30분이니 여기 카페에 있다가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음~! 좋다. 그래. 토코야미 군. 이참에 내 지갑도 한 번 열어볼까~? 도통 사줄 일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번에 좀 사줘야겠네."
"제 돈으로 사도 괜찮···."
"어허. 어른이 사준다는데 그냥 받아. 이런 거 거절하는 거 아니야. 얼른 들어가자, 토코야미 군."
토코야미는 호크스의 손길에 이끌려 아늑한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메뉴 선택을 머뭇거리니 여전히 눈치를 보고 있는 걸 알아챘는지 카페에 있는 사과주스와 달달한 라떼를 한 잔 시켰다.
"감사히, 잘 마시겠습니다."
"으응, 천천히 마셔. 2시까지 온다고는 하지만····."
추적이며 내리는 비를 한참 보던 호크스는 토코야미에게 흘리듯이 말했다.
"토코야미 군은 비오는 날 좋아하나···."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어? 하하! 혼잣말이었는데 조금 민망하네. 근데 왜 안 좋아해?"
"머리가 좀 축축해지거든요. 알다시피 털이라···. 습기를 잘 머금어서···."
토코야미는 자신이 말하면서도 부끄러운지 볼을 긁적이며 시선을 돌렸다.
"하하하! 귀엽네, 토코야미 군. 나도 딱히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아, 금방 그쳤네. 봐, 난 저것 때문에 비오고 난 후의 날씨를 많이 좋아해."
"네?"
토코야미는 호크스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바깥에는 어느새 얇은 빗줄기가 내리고 있었고 구름 속으로 해가 비쳐와 작은 무지개를 만들어냈다.
"무지개··· 네요."
"응, 무지개. 뭔가 보고 있으면 기분이 참 좋아져···. 내가 저길 올라가서 걷는 상상도 가끔은 해봤고···. 실제로 어렸을 땐 날아서 근처까지 갔는데 너무 높아서 겁이 나더라고."
토코야미는 호크스가 사준 사과주스를 호로록 마시고는 말했다.
"그래도 지금은 괜찮지 않습니까? 물론 무지개는 고체가 아니라 그 위를 걷진 못하겠지만 지금의 호크스라면 저 위까지 올라가도 무섭지 않을 겁니다. 밑에는 항상 제가 있을 거니까요. 떨어질 것 같으면 제가 받겠습니다. 걱정마세요, 호크스 정도는 받을 수 있으니까요."
호크스는 마지막을 하면서 시선을 피하는 토코야미를 보며 저게 이 아이의 위로이고 애교라는 것을 알았다. 호크스는 토코야미에게 고맙다며 머리를 헝클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 밖으로 나가곤 말했다.
"토코야미! 날 절대로 놓치지마! 저 위까지 올라가게 해준 사람이 너니까. 날 놓치지마."
"당연하죠, 호크스. 당신을 놓치는 일은 절대 없을겁니다."
토코야미도 작게 웃으며 카페를 나갔고 하늘은 어느새 맑게 개어 작은 새들이 짹짹이는 소리가 가득했다.
에피소드. 카페 알바생의 일기
카페 입구에서 호크스와 츠쿠요미 군이 대화를 하다가 이내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츠쿠요미 군이 눈치를 보고 있으니 호크스가 사과주스와 라떼 한 잔을 시켰다. 작은 가게라 손님도 별로 없었는데다 비도 와서 그 둘의 대화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둘에게 음료를 건네주고 나는 설거지를 하며 그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그때 참 날 npc 취급을 해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은 무지개를 보면서 이야기했다. 나도 무지개를 보며 그 위를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 히어로도 사람이니 생각은 다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추락할까 봐 겁내지는 않았다. 애초에 올라가지도 못할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괜찮다. 높이 올라가지 않아도 여러 색과 맛으로 손님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으니까 그걸로 만족한다. 호크스와 츠쿠요미 군이 나가고 나서도 계속 생각했다. 나도 날 수 있었으면 추락이라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을까. 경험해보지 않아 감조차 오지 않았다. 내 몸에 있는 털과 관련된 능력이라곤 누군가을 감지할 수 있는 작은 솜털 뿐이니까.. 뭔가 이상했던 거 같은데 아무튼 나는 저 아름다웠던 무지개를 다시 만나고 싶다. 내가 무지개를 눈으로 마주하는 그날까지 여기서 일하길 바라며 플루스울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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