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무지개가 흉조의 상징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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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들었나? 북방에 무지개가 떴다고 하네. 필시 가뭄이 들거나 홍수를 불러일으킬 테지.”
코흘리개 만식이를 비롯한 동네 모든 주민이 불길한 기상 현상에 대해 입 바쁘게도 떠든다. 조정 욕 무서운 줄 알라고 한들 양반네들에게나 해당하는 말이었고, 포승줄보단 보릿고개 넘기는 일이 더 두렵게 느껴지는 촌 동네 인간들에겐 그만한 화젯거리가 또 없었다. 작년이 흉년이었는데 올해도 쫄딱 망하게 생겼구먼. 다만 사방에서 들리는 곡소리는 역설적으로 그날의 노동요처럼 작용한다. 당장 내일 죽을 걸 알면서도 우리 애들이고 악착같이 살아온 삶이고 생각하면 넋 놓고 광인처럼 굴지는 못하는 노릇 아니겠소.
그러나 변화의 바람에서도 하나쯤 고집스레 혹은 우둔이 태도을 고집하는 이가 존재하듯, 코흘리개 만식이의 친구 동이는 마을 사람들의 비관을 이해하지 못한다. 드넓은 천공을 가른 희귀한 무지개에서 멋을 느낀 탓도 있지만 그보다 큰 이유는 세상에 확신할 수 있는 사건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순이 할머니, 왜 무지개가 천재지변을 불러일으켜요?”
“음양의 조화가 흐트러질 때 나타나는 흉조기 때문이지. 이런 날엔 나라님도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소박한 하루를 보낸단다. 이해하겠니?”
“하지만 확실하지 않잖아요. 해님은 뭐 다른가. 양만 쨍쨍 내리쬐니 땅이랑 식물이 다 타고 말지. 근데 낮이 무섭다고 벌벌 떠는 사람은 없어요. 경험에 따른 예언이라 해도 이상해요. 할머니가 무릎이 쑤시니 비가 오겠다고 한 날에도 가끔 해가 뜨곤 하잖아요?”
“예끼 이놈. 어디서 위험한 소리를 하고 그래. 그런 말 할미한테만 하고 다른 사람에겐 하지 말아라.”
동이는 순이 할머니의 신신당부에 더는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지 않았다. 이후로도 무지개는 동네 주변에서 때때로 떠올랐다. 아침에 무지개가 관측되면 당일 높은 확률로 비가 내려 농사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흉조로만 여겨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 확신은 못 하지만 높은 확률로 발생하는 결과를 알아챈 동이는 무지개가 뜬 날엔 외출을 삼갔다. 그러나 이 또한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주민들에게 알릴 만한 사실은 아니었다. 주민들은 점차 지쳐갔고, 농작에 소홀하진 않으나 무지개 탓에 일부 작업 시기를 놓치기도 하였다.
그해 마을 농사는 작년에 이어 흉년이었다. 주민들은 무지개를 저주하고 부디 하늘이 노여움을 풀길 바랐다. 철없는 어린아이 동이는 굶주림 속에서 영영 입을 다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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