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크우드

무지개 다리

더스크우드 / 논컾

  • Glyph 챌린지 참여용으로 작성한 짧은 글입니다.

  • 이후 장편에 사용될 장면이라 앞뒤 문맥이 짤려있습니다.

  • 퇴고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죽을 땐 무지개다리를 만났으면 좋겠어.

왜, 고양이나 강아지가 죽으면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라고 하잖아. 인간이 죽어도 그랬으면 좋겠어. 하지만 내가 건너기엔 너무 죄가 많을까?"

 

언젠가 언니가 내게 한 말이었다. 그게 언제였는지는 잘 기억나질 않았다. 더스티가 죽었을 때였나? 아마 그랬을 것 같다.

집 근처 숲에 더스티를 묻어주고 울고 있을 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맑은 비가 내려 뜬 무지개를 보며 언니가 그렇게 말했다.

'나도 건널 수 있으면 좋겠다.' 라고.

 

* * *

 

그리고 지금, 나는 왜 그때 언니가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언니에게 어떤 무게가 있어 무지개 다리를 건너지 못할 것 같다고 했는지.

그리고 이제, 나는 그때 언니의 말에 대답할 것이다. 분명 이 자리에 선 누구에게도 무지개다리는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한나! 제발! 이렇게 빌게. 내려와줘!"

 

토마스가 절규하듯 소리치며 언니를 불렀다. 목소리가 갈라질 만큼 큰 소리를 냈지만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교회 첨탑에 선 언니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언니는 우리를 바라보지 않았다. 폭포처럼 쏟아내리는 비가 우리의 목소리를 씻어버리는 것일 지도 몰랐다. 언니는 숲을 바라봤다. 짙은 먹구름이 안개처럼 내려앉은 숲은 흐릿하기만 했다.

이대로면 언니가 저 숲으로 사라져버릴 것만 같아 나는 교회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숨을 한번이라도 내쉬었다간 언니를 놓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정신이 혼미해질 때까지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창문을 열어젖히고, 빗물 때문에 미끄러운 지붕을 팔 다리로 기어오르며 언니를 찾았다.

그리고 언니의 뒷모습이 뚜렷하게 보일 때, 나는 언니에게 제대로 들리도록 소리쳤다.

 

"우리는 무지개 다리를 못 건널 거야."

 

언니가 내 말을 들었다. 언니는 그제서야 숲에서 시선을 떼고 나를 바라봤다.

"지금 죽으면 언니는 무지개 다리를 못 건너. 더스티도 만나지 못할 거야."

 

내가 언니를 설득할 수 있을까?

축축하게 젖은 얼굴때문에 언니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진심을 담아 말을 이어 나갔다.

"같이 속죄하자. 그리고 같이 더스티를 보러가자. 언니, 응?"

 

나는 조금씩 기면서 언니를 향해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언니가 흐느끼고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혼자만의 죄가 아니야. 토마스도, 댄도, 클레오도, 나도 잘못했어. 그러니까 같이 해결하자."

 

나는 마침내 언니를 붙잡았다. 함께 껴안고 울고 있으니, 항상 나보다 커 보였던 언니가 이젠 나와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새 다른 친구들도 따라 올라왔는지 함께 언니를 붙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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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페어
#Non-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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