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크우드

Debug (1)

더스크우드/제이크*MC(f)

  • 에피9 이후 시점

  • 에피10의 설정과 충돌이 있습니다 : 마이클 핸슨이 범인인 설정입니다.

  • 죽음을 맞이한 MC가 회귀했다는 설정

  • 모바일 뷰어에 최적화되어있습니다.

  • MC 설정

    • 이름 : 미아 최 (Mia Choi)

    • 국적 : 한국

    • 더스크우드 그룹은 이니셜을 따서 MC라 부름.

    • 제이크는 미아라 부름.

    • 그 외 인물들은 최 씨, 미아 씨 등으로 부름.

    • 글 작성의 편의를 위해 이름과 국적은 정해져 있으나, 그 외의 설정은 없습니다. 자신이 상상한 MC의 모습으로 대입해서 읽어주세요. :)


1화 - 오류를 검출하여 제거하다 1

 

 

“허억-!”

 

MC는 숨을 거칠게 들이마시며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갑작스럽게 움직인 탓에 눈앞이 까맣게 점멸했다가 가장자리부터 시야가 돌아왔다.

하지만 어지러운 기분은 가시지 않아 그는 양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며 두개골을 꾹 눌렀다.

 

자신은 죽었다. 칼이 폐부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 전엔 친구들이 죽는 것을 보았다. 범인의 무차별적인 휘두름에 시신이 하나둘 늘어가고, 그 피가 묻은 칼은 마지막으로 자신을 찔렀다.

 

더스크우드 친구들과 함께한 수사는 점점 끝을 보였고, 얼굴 없는 남자의 위협도 갈수록 수위가 세져만 갔다.

MC가 더스크우드로 찾아간 것은 클레오가 크게 부상을 입은 직후였다. 범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에.

 

물론 그 불길함을 느낀 것은 MC뿐만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제이크는 MC에게 더스크우드에 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MC는 더스크우드에 가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결국 그곳으로 향했다. 안전한 자신의 방에서 무기력하게 친구의 죽음을 지켜보는 것은 한 번으로 족했기 때문에.

 

결국 MC가 직접 움직여도 바뀐 것은 없었다. 모니터로 보던 것을 실제로 보게 되었고, 소중한 이의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 무력감을 제이크에게 선사했다.

 

기억을 생생히 떠올린 MC는 자신의 머리칼을 강하게 쥐어뜯으며 쇳소리가 섞인 비명을 내질렀다. 그것은 분노가 담긴 오열에 가까웠다.

실패했다. 전부 헛된 희생이 되었다.

범인은 제이크가 잡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나가 죽었다.

결국 나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제이크를 혼자 둔 것이다.

 

MC는 자신의 죽기 전의 순간을 떠올렸다. 칼에 찔리는 고통보다도 또렷했던 그의 비명 소리를. 자신의 이름을 부르던 그 변조된 목소리를.

그에게 너무 미안했다. 전신을 무겁게 짓누르는 죄악감은 MC에게서 눈물을 앗아갔다.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더스크우드에 간 것은 후회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와의 약속을 깬 것. 그리고 그를 혼자 두고 떠난 것은 자신이 죽어서도 잊지 말아야 할 죄임이 틀림없었다.

 

'항상 사과하는 것은 제이크 쪽이었는데. 난 이런 잘못을 하고도 사과조차 할 수 없게 되었구나.'

MC는 침상 위에 앉은 채로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미안해'라는 말을 반복해서 중얼거렸다. 전해지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그러다 문득, 낯익은 이불이 MC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제야 MC는 고개를 들고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여기 내 방이잖아.

조금의 위화감도 느껴지지 않는 익숙한 풍경에 MC는 엉뚱한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사후세계는 자신의 방과 닮은 걸까? 라는.

MC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들어 화면을 켰다. (자고 일어난 사람의 익숙한 행동이었지만, 막상 휴대폰을 잡아 들고 나서는 사후세계에도 휴대폰이 존재하는 것이냐며 화들짝 놀랐다.)그리고 확인한 현재 시각과 메신저 상태를 통해 MC는 이전과 다른 추측을 했다.

어쩌면 내가 죽은 것이 아닐지도 몰라. 아니, 죽은 것은 맞지만…. 내가 과거로 돌아온 것 같아.

 

MC는 곧바로 밖으로 나가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물건을 사서 영수증을 뽑았고, 지나가던 사람을 붙잡고 날짜를 물어보았다. 그렇게 확인한 시간은 그가 휴대폰으로 본 것과 차이가 없었다.

MC는 다시 방으로 돌아와 그가 편의점에서 사 온 샌드위치를 먹으며 생각에 잠겼다.

주마등인가? 주마등이 이런 건가?

아니면…내가 정말 과거로 돌아온 거라고?

 

그는 휴대폰을 켜 다시 오늘 날짜를 확인했다. 자신이 기억 속 어느 시점에 있는 것인지 떠올려야 했다.

잠금화면에 자신이 오랫동안 사용했던 바다 풍경 사진이 배경으로 나타났고, 가운데의 큰 시계와 함께 그 아래에 오늘 날짜가 보였다.

2019년 9월 27일.

그러니까 이날은…….

 

아.

MC는 한 손에는 샌드위치, 다른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든 채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탓에 의자가 뒤로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토마스에게 연락을 받기 하루 전날이다.

내일 오후면 자신이 겪었던 그 모든 일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MC는 알고 있었다. 범인이 누구인지. 증거가 어디에 있고, 어떻게 얻었는지.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위협을 당하는지. 그것들은 전부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으니까.

 

이것은 기회였다. 아무도 죽지 않고, 범인에게 복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이것이 현실인지 꿈인지는 더 이상 궁금하지 않았다. 자신이 왜 과거로 돌아오게 된 것인지도 알고 싶지 않았다. 그저 친구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기꺼웠다.

이전의 모든 고통이 범인을 찌를 날카로운 무기가 된 것이다.

 

MC는 웃었다. 조금 일그러진 웃음일지라도, 이것은 행복이고 짜릿함이었다. 어떤 대가를 맞이하더라도 이번엔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미 더한 절망도 맛보았으니까.

 

내 손으로 직접 잡겠어. 아무도 잃지 않고.

 

* * *

 

MC의 희망은 첫 단계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토마스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은 것이다.

혹시 날짜나 시간을 착각한 것인가 싶어 밤을 새우고 하루를 더 기다렸지만, 그에게 온 연락이라고는 동네 친구들의 일상적인 메시지뿐이었다.

 

MC는 곤란한 얼굴로 자신의 침대 쪽을 바라보았다. 침대 위에는 커다란 캐리어가 놓여 있었다.

일주일 이상 집 밖으로 나갈 때 쓸 것 같은 여행 가방. MC가 연락을 기다리며 짐을 싸 둔 것이었다. 문자를 받은 즉시 더스크우드로 떠날 수 있도록.

MC는 한숨을 푹 내쉬며 의식적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뭐, 어쩌겠어.'

이것은 좋은 소식이 될 수 있었다. 어쩌면 한나가 납치당한 사건 자체가 일어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잖아?

MC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MC는 다시 컴퓨터를 향해 몸을 돌려 인터넷을 열었다. 기차표를 예매하기 위해서였다.

한나가 무사한 것만 확인하면 되었다. 그리고 자신은 평화로운 더스크우드에서 그들과 친구가 되기 위한 노력만 하면 되었다.

어떤 접점도 없이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은 조금 외로울지도 모르지만, 모두 매력적이고 착한 친구들이었으니까. 아니면 그저 바 오로라에 들러 술 한 잔을 시키고 그들의 평화를 멀리서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제이크는?

 

필수정보를 입력하고 마지막으로 결제 버튼을 누르려던 MC의 손짓이 멈추었다. 만약 한나가 무사하다면……제이크는 앞으로 만날 수 없는 건가? 먼저 날 찾아오지 않는다면 절대로 만날 수 없는 사람이니까.

 

"……."

 MC는 고개를 흔들고는 다시 화면에 집중하고 예매를 계속했다. 우선은 한나가 무사한 것이 더 중요했다. 제이크는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했다.

 

* * *

 

MC는 어느 벽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시선 앞에는 갈색 머리 여자의 사진이 크게 프린트된 전단이 잔뜩 붙어있었고, 그 포스터 하단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숲 수색대의 일원이 되어주세요. 시작: 로저 카센터 일요일 오후 2시.]

 

한나는 사라졌다. 미래에 취소될 수색대도 정상적으로 계획되고 있었다. 오직 자신만 배제된 것이다. 왜?

MC는 카센터 내부로 시선을 돌렸다. 리치와 제시가 그를 향해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멀리 있어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자신을 보며 저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것 같기도 했다.

MC는 망설이지 않고 카센터 건물로 다가갔다.

 

“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리치가 활기차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하는 것보다는, 간절히 기다렸던 손님이 방문해 반가워하는 것에 가까웠다. 즉,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의미였다.

MC는 한나 실종사건의 선 밖으로 철저하게 밀려났다. 그는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한나의 문자가 아니라면 자신은 이곳에 관여할 자격이 없는 외부인이었다는 것을.

 

MC는 제시로 시선을 옮겼다. 바쁜 척 서류를 뒤적거리며 몰래 자신을 힐끔거리는 그의 눈빛을 보니 반가움과 서러움이 함께 울컥 올라왔다. 그가 무사해서 다행이고, 가장 친한 친구를 잃어 슬펐다.

 

“……여행을 왔는데, 실종 전단지를 봐서요. 너무 유감이에요.”

“아… 네. 감사합니다.”

 

 MC의 말이 두 사람의 우울감을 다시 끄집어낸 듯, 카센터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 정적을 깨고 MC가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분명 한나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무사히요.”

“네, 감사합니다.”

 

MC의 말을 그저 덕담으로 알아들은 리치는 보기 좋은 웃음으로 감사 인사를 했다. 하지만 MC는 더 진지한 목소리로 그의 팔을 잡으며 강조했다.

 

“정말이에요. 당신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그를 믿어야 해요.”

“네? 네……. 그런데 그것을 당신이 어떻게?”

“그럼, 여기 화장실을 좀 쓸 수 있을까요?”

 

리치는 MC의 말에 대답하다 떠올린 사람이 있는 듯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하지만 MC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그저 보기 좋은 웃음을 지었다.

 

* * *

 

남자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구석엔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는 여자가 바닥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의 흐느낌엔 분노도 섞인 듯했다.

남자의 손에 들린 휴대폰에는 미처 다 쓰지 못한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자신이 과거로 돌아오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한나 던포트가 MC의 전화번호를 보내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

 

MC. 끈질긴 MC. 저 녀석만 없어도 자신의 일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남자는 빈손을 꽉 주먹 쥐었다.

이번에야말로 완벽한 복수를 마치리라 다짐했다. 이번엔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미 더한 분노도 맛보았으니까.

 

내 손으로 직접 끝내겠어. 아무것도 놓치지 않고.

.

.

.

하지만 남자의 계획은 며칠 만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참 뒤에나 나타나야 할 던포트의 친구 녀석들이 갑작스레 마이클의 집으로 들이닥쳤고, 그들을 미행할 땐 주변에 경찰이 순찰을 돌기도 했다.

MC가 사라져 진전이 없어야 할 수사는 이전보다도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왜?

 

남자는 분노에 차 고성을 지르며 책상 위의 물건을 쓸어버렸다.

물건이 우르르 떨어져 깨지고, 그 소란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덜덜 떠는 여자를 봐도 화는 가라앉지 않았다.

왜 자꾸 나를 가로막는 거지? 나는 옳은 일을 하고 있다.

죄를 짓는 자가 벌을 받는 것. 이것이 순리였다. 나를 막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남자는 낡은 휴대폰이 여러 개 쌓여있는 곳에서 하나를 집어 들고 전원을 켰다. 가상의 전화번호로 만들어진 일회성 대포폰이었다. 이제 전화를 걸어 자신의 분노를 쏟으며 경고할 차례였다.

 

하지만 누구에게?

습관적으로 MC의 전화번호를 누르려던 남자는 손을 멈추었다. 그들을 지켜봤을 땐 아무도 MC를 언급하지 않았다. 더스크우드 외의 다른 사람을 언급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럼 누가 이렇게 수사를 이끈 거지?

 

남자는 초조하게 발걸음을 이리저리 옮기고 손톱을 물어뜯었다. MC가 관여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다른 가정도 있겠지만, MC를 향한 증오가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남자는 잊을 수 없는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이 지나고, 전화를 받은 상대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여보세요?]

 

구형의 스피커를 통해서도 부드럽게 들리는 맑은 목소리였다. 오랫동안 고통 속에 있어 찢어져 버린 자신의 걸걸한 소리와는 대조되어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 남자는 거친 숨만 내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MC는 파티에 있는 것인지, 시끄러운 노래와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함께 들려오고 있었다.

 

[여보세요? 뭐야? 안 들려요!]

 

뭐야. 지하라 그런가? 안 들리니까, 문자로 연락해주세요!

한참 목소리를 키워 남자에게 누군지 묻던 MC는 그에게 마지막 통보를 끝내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

.

.

MC는 전화를 끊고 노트북의 음악을 종료했다. 그러자 시끄럽게 방을 울리던 노래와 사람들의 소음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MC의 눈빛은 방에 찾아온 적막만큼 무겁게 식어있었다. 그는 휴대폰에 떠 있는 ‘발신자 표시 제한’을 노려보았다.

 

너도 돌아왔구나.

네가 한나의 문자를 막은 거였어.

다음화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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