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크우드

미제 (1)

더스크우드 / 제이크 * MC(f)

  • 에피10 이후 시점

  • 후속 게임(MOONVALE)의 설정과 충돌이 있습니다.

  • 모바일 뷰어에 최적화되어있습니다.

  • 천천히...연재합니다.

  • MC 설정

    • 이름 : 미아 최 (Mia Choi)

    • 국적 : 한국

    • 더스크우드 그룹은 이니셜을 따서 MC라 부름.

    • 제이크는 미아라 부름.

    • 그 외 인물들은 최 씨, 미아 씨 등으로 부름.

    • 글 작성의 편의를 위해 이름과 국적은 정해져 있으나, 그 외의 설정은 없습니다. 자신이 상상한 MC의 모습으로 대입해서 읽어주세요. :)


1화 - 처리하는 일이 아직 이루어 끝나지 아니함. 1

부우웅-

공기를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한 공기청정기가 모터음을 울렸다.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은, 새것의 쾌적한 냄새가 나는 듯한 소리였다. 그 고요한 진동을 배경으로, 한 남자가 말을 시작했다.

 

[미아 최……, 반갑습니다 최 씨. 미아라고 불러도 괜찮을까요?]

 

그리고 남자의 질문에 한 여자가 대답했다.

[네, 물론이죠.]

[제 이름은 울릭 바렛이에요. 울릭이라고 불러주세요.]

[반가워요, 울릭.]

 

그곳은 집중을 분산시키지 않기 위해 외부의 소리가 차단되어 있었다.

즉,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는 그곳은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아 금방 가라앉는 분위기가 되었다.

 

정적이 지나가고, 울릭이 말했다.

 

[상담을 결심하는 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거라 생각이 드는군요. 저도 더스크우드의 사람이다 보니, 당신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네,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상담지에 어떤 남자를 계속 보게 된다고 적으셨군요. 그를 더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선생님도 알고 있을 거예요. 얼굴 없는 남자……더스크우드의 전설 속 존재죠.]

[네, 알고 있어요.]

 

미아의 떨리는 목소리에선 긴장감이 잔뜩 묻어나왔다. 그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는 시간 동안 잠시 대화가 중단되었다.

울릭은 미아가 말하길 천천히 기다렸고, 미아는 진정이 되자 다시 울릭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가 저를 쫓아오고 있어요.]

 

얼굴 없는 남자. 그리고 한나 던포트 납치 사건의 가해자라는 오해를 벗고 영웅까지 된 미아.

그런 그가 지금은 그 남자에게 쫓기고 있다고 말을 하고 있다.

잠시 생각에 잠기며 볼펜을 딸깍이던 울릭은 미아에게 물었다.

 

[한나 던포트 씨의 납치사건과 관련되어 있나요?]

[……네. 저는 저를 쫓아오는 그 남자가 그 사건의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미아의 대답은 상담실에 다시 긴 정적을 가져왔다. 그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공기 청정기의 고요한 바람 소리뿐이었다.

 

[미아, 범인은 사망하였습니다. 그것을 당신도 알고 있으니 경찰서가 아닌 이곳으로 온 것이겠지요?]

[네.]

[……긴 이야기가 될 것 같군요.]

 

펄럭-.

울릭은 달력을 넘기며 미아에게 말했다.

[던포트 씨를 도왔을 때부터 남자를 보기 시작했다고 하기엔 시간 차이가 있군요. 던포트 씨가 실종되었던 것은 3개월 전이고, 당신이 남자를 보기 시작한 것은 상담지에 따르면… 1개월 전이니까요.]

[맞아요.]

[그렇다면, 처음 남자를 보기 시작한 데에는 어떠한 계기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네.]

 

울릭에게 대답한 미아는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까. 어쩌면 그는 그 까마득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얼마나 되짚어야 할지 몰라 막막함을 느끼는 것일 지도 몰랐다.

미아가 자리를 고쳐 앉은 자리의 소파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그것이 마치 미아의 한숨처럼 들렸다.

 

[사실 남자를 처음 본 것은 1달 전이 맞지만, 그 이전부터 불길한 느낌은 계속 느끼고 있었어요. 제가 더스크우드에 처음 왔을 때부터요. 이성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알 수 없는 일이 종종 벌어졌죠.]

 

 

* * *

 

 

산뜻한 파스텔 분홍빛의 건물. 그 위에 달린 조명 없는 간판에는 간단한 필체의 ‘Flower Bar’가 크게 달려있었다.

나는 가게에서 화분을 가지고 나와 가게 앞의 진열대에 배치했다. 그렇게 가게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고, 나는 마지막 화분을 배치하고 나서야 허리를 완전히 필 수 있었다.

 

“아고고…….”

나는 가볍게 찌릿거리는 허리를 스트레칭으로 풀어주며 흙 묻은 손을 앞치마에 털었다. 그리고는 가게에 다시 돌아와 다음 할 일을 찾았다.

나는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이었다.

 

한나를 찾았던 그날 밤, 나는 바로 더스크우드로 향했다. 반나절이 넘게 걸려 도착했을 때에는 상황이 많이 정리되어 있었다.

댄은 한나를 보고 나자 부상이 악화되어 그대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상황이 끝나 긴장이 풀리고 나니 후폭풍이 몰려온 것이다.

그는 중환자실에 입원해 며칠간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 사이에는 리치의 장례가 있었고, 경찰 조사가 있었다.

 

제시와 나는 경찰 조사에서 마이클이 범인이라고 말했다.

 

 

나는 호스를 들고 화분에 물을 주기 시작했다. 매일 관리를 받은 이파리는 가느다란 물줄기를 받으며 더욱 윤기를 내었다.

내가 더스크우드에서 살기 시작한 지 어느새 2주가 흘렀다. 나는 이곳에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신차렸을 땐 이미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까지 벌고 있었다.

 

“안녕 MC? 오랜만이야.”

 

나는 나를 부르는 소리에 호스의 물을 끄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 자리엔 스포츠웨어를 입은 클레오가 서있었다.

“안녕 클레오. 조깅 나온 거야?”

“응. 너는 아르바이트 중이야?”

“응. 물 주고 있었어.”

 

클레오는 잠시 잡담을 나누려는 듯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잡고 있던 호스를 정리한 뒤에 클레오를 따라 들어갔다.

 

“이건 새로 들어온 꽃이야?”

“아마도? 사장님이 주문하신 거라 나도 잘 몰라.”

“그래도 혼자 보는 가겐데, 어느정도는 알아둬야지.”

“손님도 안오는데, 뭐. 사장님도 가게만 잘 지키기면 된댔어.”

“아…….”

 

납치살인과 폭발사건이 한 번에 일어난 더스크우드는 분위기가 한껏 냉각되어 있었다. 그탓에 파인글레이드 축제는 무기한으로 미뤄지고 말았다. 그러니 무언가 축하를 할 일도 없을 것이고, 꽃집이 비는 것 또한 당연했다.

나는 가지치기를 할 화분을 작업대에 올리며 클레오에게 물었다.

 

“댄은 좀 어떻대?”

“고비는 이제 넘겼고, 이제 의식만 차리면 된다더라. 제시하고 연락 안 해봤어?”

“어…, 응…….”

“중환자실에서 나올 때까지 제시가 지키고 갔어.”

“……그랬구나, 다행이네.”

 

클레오는 내 대답에서 이상함을 눈치챈 것 같았다. 그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지만, 나는 그 시선을 마주할 수 없어 화분만 노려봤다.

나는 애꿎은 식물만 괴롭힐까봐 가위를 작업대에 내려놓았다. 깨끗하게 관리된 선반은 더이상 치울 것이 없었지만 전시된 장식품들을 더욱 가지런히 정렬하기 시작했다.

내 등 뒤로 클레오가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제시랑 마지막으로 연락한 게 언제야?”

“……소피는 어쩌고 계셔? 너희 어머니께서 도와주고 계신다고 들었던 것 같기도 한데.”

“너 다른 애들하고도 연락 안하고 있지?”

“……그얘기는 안하면 안될까?”

“MC.”

 

클레오는 한숨을 내쉬며 한 손으로 양 관자놀이를 지긋 누르고는 나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토마스와 한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너네도 그러고 있었던 거야? ……그래, 우리들 사이에 워낙 일이 많았으니까 이해해. 하지만……너와 제시 사이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랐는데?”

“…….”

“그리고 너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 생각이 없고?”

“아무 일도 없었어.”

“아무 일도 없었다고? 네가 그렇게 말해놓고 진짜 아무 일도 아니었던 적이 없어. 너도 알지?”

“…….”

“답답해. 이젠 내가 아는 친구가 단 한명도 없는 것 같아.”

 

클레오는 더이상 할 말이 남아있지 않다는 듯 가게 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그에게 배웅인사도 하지 못하고 시선을 바닥으로 내렸다.

딸랑.

문이 닫히면서 묵직한 바람 소리와 함께 방울소리가 울렸다. 나는 손을 찌를 듯이 꽉 잡고있던 장식품을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제시는 리치의 장례식 이후로 만나지 못했다. 마이클이 범인이라고 말한 이후부터는 제시와 마주하는 것이 어려웠다. 아니, 사실 그룹의 누구와도 마주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일을 찾아 바쁘게 지내려고 했다. 꽃집 아르바이트는 처음 하는 일임에도 꽤 적성에 잘 맞았다. 그러고보니 이곳에서 좀 더 오래 지내게 될지도 모르는데, 모텔에서 그만 나와 집을 계약하는 것은 어떨까?

.

.

.

따르릉-!

플라워 바의 전화 소리가 울렸다. 유선 전화기의 고전적인 소리가 들려오고, 나는 상념에서 바로 깨어나 수화기를 들었다.

“플라워 바입니다.”

 

전화기 너머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서늘한 바람소리만 들려오는 전화기에서 귀를 떼고 스피커 구멍을 바라보았다.

 

잘못 걸었나?

나는 전화에 말을 하기 위해 수화기를 다시 귀에 가져다댔다.

“플라워 바입니다. 무슨일이세요?”

[…….]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에서는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잘못 걸은 전화라고 판단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렇게 다시 일을 시작하고 몇 분이 지났을 때, 전화는 다시 울렸다.

“플라워 바입니다.”

[…….]

“여보세요?”

 

장난전화인가?

몇 번을 불러도 상대방이 대답을 하지 않자, 나는 불쾌한 기분에 표정을 찡그리며 전화를 다시 끊었다.

아무래도 심심한 어린아이들의 표적이 된 듯 했다. 이렇게 자꾸 장난 전화를 걸면 가게 업무에도 지장이 올 텐데. 물론 손님의 전화는 하루에 한 번 올까 말까 였지만.

나는 한 번 더 장난전화가 오면 그때는 혼내야겠다 마음을 먹고 가게 청소를 시작했다.

 

따르르릉-!

전화가 다시 울리는 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전화가 오기를 호시탐탐 노리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나는 알림음이 울리자마자 빠르게 수화기를 들어올렸다.

 

“네, 플라워 바입니다.”

[…….]

“그쪽 아까부터 계속 전화 걸고 있었죠? 야. 장난 전화는 적당히 해요.”

[…….]

“한 번만 더 걸면 업무방해로 경찰에 신고한다? 여보세요?”

[…….]

“대답 안 해?”

 

상대방은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벽에 대고 말하는 것 같은 답답함에 식식거리다, 전화에 한마디 더 소리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때, 수화기 너머로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까악. 까악. 까악.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숨을 멈추었다.

까마귀 소리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었다. 더스크우드에 까마귀는 많았다. 특히 이곳은 숲을 끼고 있었기에 다양한 새가 존재했고, 까마귀와 비슷한 울음소리를 가진 새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 울음소리가 나로 하여금 억눌렀던 기억을 끄집어내게 만들었다.

 

입에서 터져 흘러내리는 피.

피에 삼켜져 나오지 못한 말.

뒤집힌 휴대폰이 비춘 하얀 하늘과, 나무의 검은 그림자.

그리고 까마귀 울음소리.

 

“너……, 너 누구야.”

 

까악. 까악.

 

“누구야! 당장 말해! 어디야!”

 

까악.

 

나는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리는 수화기를 붙잡고 발작하듯 물었다.

 

그때, 누군가가 내 어깨를 잡았다.

“아악!”

나는 모르는 사람의 손길에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 비명에 놀란 사람도 함께 짧은 비명을 내질렀다.

“악 깜짝이야!”

 

나는 빠르게 뒤를 돌아 나를 잡은 사람을 보았다. 내가 붙잡은 사람은 식물을 사러 온 손님인 것 같았다.

나는 긴장으로 억눌린 목소리를 쥐어짜내 사과했다.

 

“아니, 전화선도 안 꼽혀있는 전화기를 붙잡고 있으셔서 괜찮으신가 하고……. 손 좀 놓아주시죠?”

“……죄, 죄송합니다.”

“손님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네요. 다음에 올게요.”

“…네, 죄송합니다.”

 

손님은 불편한 표정으로 나를 위아래로 훑고는 빠르게 가게 밖으로 나가버렸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나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전화선을 들어올렸다. 전화기에 잘 꽂혀 있어야 할 선이었다.

난 뽑은 적 없고, 사장님도 뽑았을 리가 없는 전화선.

 

그리고 나는 전화선도 꼽혀있지 않은 전화기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다음화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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