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 엘레지

잡내 나는 패티, 과히 푸짐한 프렌치 프라이

- 게임 '더스크우드'의 제이크 드림입니다. 드림주 O. 류백화 × 제이크. 태그 #류젴을 사용합니다.

-10챕이 끝났고 두 사람의 관계가 이어지고 있지만, 현실적인 상황이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는 중이라 가정합니다.

-독백 형태 글입니다. 제이크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본문은 약 1800자입니다. 과거 적은 조각글의 백업이며, 이후 단편으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패스트푸드점 트레이에 감자며 너겟 따위의 사이드 메뉴를 쏟아 놓듯 추격자의 신상을 공유했고 그것을 공평하게 나눠 가졌다. 이제 제이크의 복면쟁이 적들은 백화가 묵는 모텔을 찾으려 노력했고 백화의 합법적인 깡패들은 성질 독한 기자를 꺾기 위해 그 연인을 공격할 생각도 하게 되었다. 비밀을 공유하는 건 좋지. 하지만 이건, 백화가 콜라 한 모금을 입에 물고 생각했다. 함께 즐기기 좋은 종류의 이야기는 아닌 걸. 탄산이 입안 살을 요란스레 찔러댔다. 빨간 쟁반 위 감자튀김이 눅눅하고 기름지게 식어간다.

백화는 왼손으로 감자 더미를 헤집으며 아직 깨끗한 오른손으로는 휴대전화를 눌러댔다. 시시껄렁한 방치형 폰 게임이다. 해야 할 일은 많지만 백화가 앉은 의자의 앞뒤로 인파가 일렁이고 출렁인다. 어쩌겠어. 지금은 토요일 오후고, 여기는 모텔 근처 대형마트의 푸드코트인 걸. 그것도 인기 좋은 버거집 바로 근처의 자리. 대형이래 봤자 보잘것없는 시설에, '인기 좋은 버거집'에서는 패티 잡내가 진동을 했지만. 어찌 되었든 백화는 자신이 구석진 자리를 마다하고 이곳을 고른 것을 여전히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모든 공간의 모서리는 도망자의 안식처다. 모나고 유별난 인간인 걸 들키지 않으려면 섞여드는 시늉이라도 해야만 했다.

화면 상단 바에는 알림 마크가 없다. 그 사실은 백화의 신경을 건드렸다. 누군가가 화면을 훔쳐보는 순간 '???'의 문자가 온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곤란한 일이었지만... 긴 세월 백화를 따라다니던 끈적한 불안감이 지금도 발목을 잡았다. 홀로 뛰고 발버둥 치던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크기와 방식으로. 다시 어느 활달한 관광객으로 분한 뒤 기차표를 예매하고, 어지럽게 길을 꼬아 배회하다 적당한 숙소를 잡아 짐을 풀어야 했는데. 이미 충분히 진창에 처박혀 있던 사람의 손목을 잡아끌고 더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중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내 추격자가 널 따라잡으면 어쩌지? 나는 모든 걸(정정하자, 웬만한 위협들은) 막아주는, 마법의 초록 버튼 같은 건 만들 줄 모르는데. 네겐 니모스로 연인의 신상을 보호할 능력이 있지만, 내가 할 줄 아는 일이라고는 아무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 불편한 사실들을 온 세상에 퍼뜨리는 짓이 전부라고. 콕. 튀김 조각을 케첩에 적셨다.

백화는 자신이 돌아갈 모텔에 복면쟁이들이 모여 있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궁금해했다. 사실, 정말 궁금한 건 그쪽이 아니긴 했다. 백화는 복면쟁이들이 자신을 확보하고, 동시에 합법 깡패들이 제이크를 납치하는 날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싶었다. 덜컹대는 차의 트렁크에 처박히는 건 차주가 누구든 똑같이 고약한 일이지만, 자신들이 데리고 있는 인물이 타깃인지 미끼인지는 그들에게 중요할 테니까. 두 조직이 사이좋게 만나 트렁크의 내용물을 바꿔 가질지도 모르겠다고, 백화는 생각했다. 너겟과 감자튀김을 따로 시켜 결과적으로는 함께 트레이에 부어 나눠 먹듯이. 유쾌한 상상은 아니었다. 기름 냄새가 더부룩해 더 견딜 수 없었다.

백화는 차가운 콜라 컵에 맺힌 물방울을 종이 냅킨으로 문질러 물을 묻힌 뒤, 왼손에 남은 소금기를 닦아냈다. 그러나 그 직후 기름때 앉은 트레이를 집어서 치워야 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백화는 한숨을 쉬었다. 쓰레기통에 잔반을 쏟아붓자 종이컵의 얼음이 금속제 벽면에 쨍그랑쨍그랑 부딪혔다.

백화는 혼자서는 다 먹을 수도 없을 양의 음식을 주문한 이유를 곱씹었다. 자연스럽게 감자튀김의 종이 포장을 찢어 내용물을 트레이에 골고루 부은 이유도. 인파가 몰린 곳이라면 바 형태의 일인용 자리도 있는데 어째서 테이블 앞에서 빈 의자를 마주 보고 앉았던 것인지도. 그건 꼭,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양새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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