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크우드

미제 (3)

더스크우드 / 제이크 * MC(f)

에서 계속됩니다.

 

  • 에피10 이후 시점

  • 후속 게임(MOONVALE)의 설정과 충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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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천히...연재합니다.


3화 - 일이 아직 끝나지 아니함. 3

 

 

[모텔에서 잠들었는데 그곳에서 깨어났단 말인가요?]

[네.]

 

미아의 대답을 들은 울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아는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했다.

 

[전 그것을 알아차리자마자 빠르게 걸어서 그곳을 벗어났어요. 뛰지도 못했어요. 뒤를 돌아보지 말고 뛰지도 말라는 담력 테스트의 규칙이 계속 머릿속을 지배했거든요.

그 규칙을 리치가 알려줬기 때문에요.

모텔에 거의 도착했을 때, 모텔로 출근 중이었던 릴리가 저를 발견했어요. 그리고 릴리는 사색이 되어서 CCTV부터 돌려봤죠.

……제가 맨발에 흙투성이였거든요.]

[CCTV에는 무언가 잡혔나요?]

[제가 잠에 든 시간 바로 직후에, 제가 스스로 걸어 나가는 것이 찍혔어요. 전 그 집으로 제 발로 걸어갔어요.]

 

울릭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키보드를 두드리며 진단서를 작성했다. 상담실에는 잠시동안 타자 소리만 울려 퍼졌다. 필요한 글을 작성하는 것을 마친 울릭은 미아에게 물었다.

 

[다른 이상한 점은 없었나요? 그 일 전후로.]

[제 방으로 돌아와 보니 방 안이 난장판이 되어있었어요. 제가 어지럽힌 것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방은 누군가가 무언가를 찾으려는 것처럼 꼼꼼하게 뒤집어져 있었어요.]

[CCTV엔 침입자가 찍혔습니까?]

[아니요, 전혀. 제가 밖으로 나가는 것뿐이었어요. 그래서 경찰에 신고조차 못 했죠.]

 

미아는 긴장을 풀려는 듯 크게 숨을 뱉었다. 그리고 미아는 울릭에게 다시 말했다.

 

[그래서 더 이상 그 모텔에 머무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날 바로 거처를 구하러 나갔어요.]

[집은 구했나요?]

[네. 다행히 더스크우드를 떠나려는 집주인에게서 집을 싸게 살 수 있었어요. 게다가 이름으로 저를 알아보시고는 더 싸게 팔아 주시더라고요. 설리 부인에게 저에 대해서 들었다면서요.]

[그렇군요. 집에서 지내게 된 이후로는 어땠죠?]

 

그사이 울릭의 타자 소리는 멈춰있었다. 미아의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진단서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그만큼 이 일은 가볍지 않았다.

 

[얼굴 없는 남자를 보게 됐죠.]

[……그 일들에 대해서도 들어볼 수 있을까요?]

 

미아는 잠시간 말을 하지 않았다. 그의 고통을 헤아릴 수 없는 그 긴 공백은 나를 아프고 애타게 했다.

하지만 침묵은 곧 끝났고, 미아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 * *

 

중환자실에서 고비를 넘겼던 댄은 두 달이 지나고 나서야 퇴원을 할 수 있었다. 그날은 댄의 퇴원을 기념하는 파티를 하는 날이었다.

 

실종된 한나를 찾았던 열흘간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단 하나였다. 우리의 일상이 이전으로 되돌아오는 것. 한나만 돌아온다면 지금까지의 일은 전부 악몽처럼 잊어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것만 믿고 위험 속에 우릴 던진 것이었다.

하지만 한나를 찾고 나서도 원래대로 돌아온 일상은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 안에는 깊은 어둠이 자리 잡았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도 확인할 수 없는 새카만 동굴이 있었다. 분명 그 외관은 그림락의 광산과 닮아 있을 것이다. 그 어둠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그것이 없을 때와 똑같은 삶을 가질 수는 없었다.

그럼 우리는 왜 그 어둠을 없애려고 하지 않았는가? 이유는 당연했다. 그 안으로 들어가는 행동은 모두의 두려움을 끄집어내는 일이었기에.

 

쉽게 말해 우리는 한나의 실종사건 자체를 모르는 척했다. 아마 일상을 되돌리기 위한 행동 중에 가장 무식하고 억지스러운 노력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고집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리치의 죽음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 한나의 죄를 묻어버리고 싶어서, 댄의 상태가 좋지 못해서.

 

물론 우리는 이 짓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언젠가는 깊이 묻어두었던 판도라의 상자를 직접 열어야 한다는 것을.

다행히 댄은 꾸준히 회복해 무사히 더스크우드로 돌아왔고, 상자를 열 시기는 자연스럽게 댄이 퇴원을 하는 날로 정해졌다.

그것을 서로 상의한 적은 없었으나, 다들 나와 비슷한 결심을 하고 있는 듯했다. 즐겁게 대화를 나누다가도 종종 찾아오는 정적이나 그 정적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 고민하는 친구들의 눈빛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던포트 부부의 집에 모였다. 한나의 부모님께서 딸을 구해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댄은 우리들 중 가장 마지막에 도착했다.

휠체어를 탄 채로 거실로 들어오는 댄을 보며 나는 놀리듯 인사했다.

 

“넌 아직도 휠체어 신세야?”

“안전을 위해서 탄 것뿐이야. 지금도 걸을 수는 있다고.”

“네가 안전을 말하다니! 죽다 살아나면 사람도 변하나 봐.”

 

우리는 ‘안전’을 말하는 댄을 놀리며 만찬이 준비된 식당에 들어가 앉았다. 기다란 테이블의 상석에는 댄이, 댄을 기준으로 왼쪽과 오른쪽에는 클레오와 내가 앉았다. 그리고 클레오의 왼쪽에는 한나와 릴리, 내 오른쪽에는 토마스와 제시가 앉았다.

 

“자.”

 

나는 들고 있던 종이가방을 댄에게 넘겼다. 댄은 기다란 모양의 종이 가방을 받고는 내게 물었다.

“이게 뭐야? 고급진 포장인데?”

“퇴원 기념 선물. 열어봐.”

댄은 종이 가방 안에 들어있는 기다란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위스키가 한 병 들어있었다. 댄은 오른손으로 술병의 목을 잡고는 그것을 한껏 들어 올리며 씩 웃었다.

 

“오, 센스 있는데?”

“MC!”

“그동안 병원에서 못 마셨을 거 아냐.”

“그렇지. 입원 기간이 조금이라도 더 길었다면 난 소독용 알콜을 마셨을 거야.”

 

클레오는 타박하듯이 나를 불렀지만, 나는 댄과 히죽이며 하이 파이브 했다.

댄은 당장이라도 위스키의 맛을 볼 것처럼 뚜껑을 잡았지만, 나는 그의 행동을 막으며 말했다.

 

“뚜껑 따지 마. 지금 마시라고 준 선물 아니거든?”

“뭐? 이걸 보고만 있으라고?”

“휠체어에서도 못 벗어난 놈이 술을 마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이건 나 없을 때 마셔. 오늘은 안돼.”

“젠장.”

“억울하면 빨리 낫던가!”

 

이번엔 클레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와 하이 파이브 했다. 그렇게 만찬은 즐겁게 웃으며 시작되었다.

우리는 술잔을 기울이며 가볍게 대화를 나누었다. 서로 만나지 못했던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지. 나는 한나가 클레오와 함께 교회 봉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클레오와 지내고 있었구나.”

 

나는 내 옆에서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어 오른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토마스는 자신의 맞은편에 앉은 한나를 짧게 훔쳐보고는 다시 시선을 내린 채 중얼거렸다. 그는 한나의 근황을 처음 듣는 사람처럼 반응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2달 동안 서로 어떻게 지내는지 묻는 것조차 하지 않고 있을 줄은 몰랐다. 클레오에게 묻기라도 했다면 금방 알 수 있었을 것을.

 

나는 고개를 돌려 클레오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는 나를 보며 눈빛으로 말을 전했다.

‘지금 이 꼴을 봐.’

그 말을 읽고도 나는 힘없이 웃는 것 외엔 다른 수가 없었다. 제시의 근황을 최근에야 전해 들은 것은 나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답답함을 못 이겨낸 나는 친구들에게 음료를 더 가지고 오겠다는 말을 한 뒤에, 거실에 붙어있는 테라스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곧 댄이 나를 따라 테라스로 왔다.

 

"댄?"

"음료를 가지러 간다더니 왜 테라스로 나왔어?"

"음……. 좀 취한 것 같아서."

"고작 와인 두 잔에? 역시 주량이 약하네."

 

내가 그것밖에 안 마셨나?

기분을 숨기고자 댄 핑계가 놀림거리가 되어버렸지만, 나는 대꾸하지 않고 풍경으로 눈을 돌렸다. 내 기분을 눈치챈 댄은 더 놀리지 않고 가만히 내 곁을 지켰다.

 

그가 먼저 말을 걸었다.

"보아하니, 병원 신세를 진 나보다 지금 친구들 꼴이 더 말이 아닌 것 같은데?"

"예전 같지 않지?"

"그뿐이냐? 토마스와 한나가 따로 병문안을 올 때부터 짐작하긴 했지만……저러다간 곧 헤어지겠던데. 오늘까지도 서로 없는 사람인 것 마냥 모른 척을 한다면."

 

나는 한숨을 다시 내쉬고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댄은 그런 나를 보며 위로를 건넸다.

“이 해결사가 돌아왔으니까 이제 달라지는 게 있지 않겠어? 다들 내가 없으니까 일이 안 풀리는 거잖아.”

“분명 나아지겠지. 하지만 크게 안심되진 않아.”

 

나는 난간에 기대고 있던 자세에서 시선만 살짝 돌려 댄을 바라보았다. 일찍 저물기 시작한 해의 빨간 노을이 댄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댄은 바람이 식히고 있던 얼굴을 마른세수로 문질렀다.

그가 말했다.

 

“사실 두 사람만 문제인 게 아니지. 제시도 그렇고, 릴리까지 한나를 어려워해. 뭐, 무리도 아니지. 그런 과거를 알아버렸으니까. 하지만 한나는 우리의 친구잖냐.”

 

그동안 더스크우드에 있지 못했던 댄이 이 문제를 지적하니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사실 나도 한나가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사고였을지라도 한나는 사람을 죽였고, 시신을 땅에 묻었다. 그가 그런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리치가 그를 납치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한나를 전혀 모르는 내가 이런데, 다른 애들은 오죽하겠는가. 이것은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내 행동을 변명하듯이 대답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간을 오래 끌게 될 줄은 몰랐어. 질질 끌수록 돌아올 수 없게 될 텐데…….”

“야 잠시만. MC. 이 일은 네 탓이 아니야.”

 

댄은 내 말을 끊고 대답했다.

그리고 나는 그 말에 뜨거운 감정이 숨통을 억누르는 것을 느꼈다. 듣고 싶은 줄도 몰랐던 말을 듣고 나니 긴장이 풀려버린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고마워."

등으로 댄이 투박하게 토닥여주는 것이 느껴졌다. 나도 그에게 걱정을 끼친 사람 중 하나다 보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나는 금방 숨을 가다듬고 댄에게 말했다.

 

“미안해. 너도 이제 막 퇴원해서 신경 쓸 일이 많을 텐데.”

“내가 신경 쓸 일이 뭐가 있어? 술 좀 먹고 나면 다 씻겨 내려갈 거.”

 

내가 댄의 대답에 희미하게 웃자, 그는 잠시 말을 고르는 듯 뜸을 들였다. 그답지 않은 모습을 내가 의아하게 보고 있을 때, 댄이 말했다.

 

"토요일에 시간 돼?”

“응. 왜?”

“같이 공포영화 보기로 했잖아. 그 약속 유효한지 궁금해서.”

나는 그가 머뭇대며 물어보는 태도를 게슴츠레 바라보다 물었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데이트 신청은 아닌 거지? 친구로서 가는 거잖아?”

“그렇지.……그게 네 맘이 편하다면야. 아무튼 나 바람맞히지 말고 나와!”

댄은 끝말을 우물거리다가 버럭 소리 지르고는 테라스를 다급히 빠져나갔다.

 

나는 작게 웃고는 부끄러워하는 댄이 식당으로 돌아갈 시간을 기다려주다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복도를 걷고 있을 때, 식당에서 나온 릴리를 마주쳤다.

릴리는 처음부터 나를 찾을 목적으로 나온 것인지, 나를 발견하자마자 거침없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여기 있었구나. 들어가기 전에 잠깐 할 얘기가 있어서 찾으려고 했어."

"그렇구나. 무슨 일이야?"

"그게……."

 

내가 용건을 묻자 릴리는 말을 할지 말지 고민하는지 선뜻 입을 열지 않았다. 날 찾으려고 할 때와는 다른 모습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제이크에 대해서 묻고 싶은 게 있어."

 

 

다음화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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