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크우드

미제 (11)

더스크우드 / 제이크 * MC(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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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 잘 풀 수 없는 어려운 문제 6

 

 

나는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야 진정할 수 있었다. 댄은 나를 벤치로 이끌어 앉히고는 마실 것을 사 오겠다며 자리를 떠났다.

댄이 떠난 방향을 보다 고개를 돌리자 나를 보던 시선들이 흩어졌다. 어색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나서야 내가 요란하게 울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울어서 뜨거운 건지 부끄러워서 뜨거운 건지 모를 얼굴을 마른 손으로 세수하며 나는 다시 주변을 살폈다. 그러다 문득 한 여자가 내 시야의 끝에 걸렸다. 그는 파란 머리를 높게 올려 묶고 있었다.

나는 그 뒷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봤다. 아는 사이가 아닌데도 그 사람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를 어디서 마주쳤는지를 되짚어보다 저 사람이 몇 번 꽃집에 찾아왔다가 구매를 못 하고 돌아간 적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 일 말고도 내가 놓치는 것이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꽃집이 아닌 곳에서도 분명 마주친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게 언제 어디인지 잘 생각나질 않았다.

나는 생각에 집중하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노려봤다. 흐릿하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기억을 찾으려 헤매고 있다 보니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었다.

 

"선생님? 일행 없이 혼자 계시는 군요."

알란 블룸게이트였다. 나는 그를 여기서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기에 그를 잠시 바라보다 뒤늦게 대답했다.

"오랜만이네요."

 

알란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한나의 납치 사건에 대해 진술하기 위해 경찰서에 방문했을 때였다. 그때 우리는 한나의 정보를 해킹한 사실을 들키거나 제이크에 대한 정보를 유출할까 봐 모든 기록을 삭제했다. 하지만 우려한 것과 다르게 경찰은 제이크에 대해 묻지 않았고, 조사는 이틀 내로 빠르게 끝나버렸다.

 

나는 기자회견에서 사건 경위를 발표하던 그의 모습을 떠올렸다.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가벼운 차림과 편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알란이 내게 물었다.

"축제는 잘 즐거우십니까?"

"네. 알란도 재미있게 즐기고 계시나 봐요."

나는 웃음을 흘리면서 알란에게서 시선을 뗐다. 알란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공무 수행 중입니다."

"네에."

 

나는 성의 없이 말끝을 늘리며 내 왼쪽 입가를 검지로 두드렸다. 알란의 같은 위치에 설탕 가루가 붙어있었다. 그 외에도 기념품을 사 넣은 듯 두툼한 코드 주머니도 보였지만, 그건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

알란은 내게서 고개를 돌려 볼을 툭툭 털어내며 헛기침했다.

 

"……선생님은 혼자 오신 건가요?"

"몇 명은 놀다 먼저 돌아갔고, 지금은 친구가 음료를 사서 오는 걸 기다리는 중이에요."

"그렇군요."

 

나는 알란이 '그럼 좋은 시간 되십시오.'라고 형식적인 인사를 하며 자리를 떠날 거라고 생각하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내가 앉은 벤치의 옆자리에 눈을 털어내고 앉았다. 그리고서 내게 물었다.

"괜찮겠습니까?"

 

친구가 오기 전까지 다소 긴 이야기를 하겠다는 의미였다. 나는 그 질문에 끄덕였고, 알란은 바로 직설적으로 말문을 열었다.

"선생님의 다른 친구분에 대해 얘기해도 될까요?"

"그 사람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어요."

나는 알란에게 내 대답이 냉정하게 들리기를 바라며 딱 잘라 말했다. 알란은 내가 수락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다는 듯이 설득을 시작했다.

 

"걱정 마세요. 제 사적인 궁금증일 뿐입니다.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던포트 양의 사건은 이미 종결됐어요. 이 대화가 나중에 문제가 될 일은 없을 겁니다."

"사적인지 아닌지는 제가 알 수 없죠. 게다가 지금은 공무 수행 중이라면서요?"

"……."

 

내 대답에 할 말은 잃은 알란은 잠시 침묵하다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제가 얘기하겠습니다. 듣는 건 괜찮으시죠?"

"좋아요."

"던포트 양을 찾았던 날 제가 보냈던 메시지를 기억하십니까?"

"네."

 

나는 알란과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알란은 마이클 핸슨의 집에 있었던 자료를 찾았고, 한나를 발견해 구출했다. 그리고 그는 잠깐이지만 제이크가 조작한 CCTV 영상을 확인하기도 했다.

알란은 그중에서 내가 더스크우드로 출발하기 직전에 보냈던 메시지를 언급했다.

"제가 그때 FBI가 찾아왔다고 말씀드렸죠."

"그랬죠."

"처음엔 그들이 그 해커를 추격해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알란이 무슨 이야기를 하든 냉정함을 유지하겠다는 의도와 다르게 내 목소리가 크게 튀어나왔다.

"그게 아닌가요?"

"틀린 건 아니지만, 당신의 친구분만을 목적으로 온 것은 아닌 것 같더군요."

알란은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좀더 자세히 그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때 다수의 요원이 찾아왔습니다. 더스크우드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의 수를 웃돌았죠."

"워낙 주도면밀한 사람이라서 많이 온 것일 수도 있잖아요?"

"그 사실을 감안해도 많았다는 판단이 듭니다. 게다가 그쪽에서 취한 행동도 조금 달랐습니다."

알란은 잠시 말을 멈췄다. 내게 말해도 될 정보와 안될 정보를 구분하는 중일 것이다. 나는 내가 조금 초조해한다는 것을 느꼈다.

 

"기밀 사항이라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만…누군가를 추적 중인 어떤 집단을 상정하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당신의 그 친구분…해커가 광산에 있었던 겁니까? 왜 온 것이죠?"

"전 아무런 대답도 드릴 수 없어요."

알란의 답답한 한숨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듣기만 하겠다는 것이 조건이었으니, 알란은 내게 더 묻지 않고 주제를 바꿨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를 해야겠군요. 마이클 핸슨에 대해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알란은 다음 주제도 아주 불편한 것을 가져왔다. 나는 이 주제에 대해서도 할 수 있는 말이 없어 입을 꾹 다물었다.

 

"이것도 계속 듣기만 하셔도 괜찮습니다. 마이클 핸슨은 이곳에서 태어나 더스크우드를 떠난 적이 없습니다. 그의 집은 이미 알고 계시겠죠?"

"네."

"마이클은 오로라를 운영하며 많은 사람들과 알고 지냈습니다. 젊은 친구들은 잘 몰랐겠지만, 제 또래나 그 이상 연령대의 주민들은 오로라에 종종 방문했죠.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뭔지 아시겠습니까?"

 

나는 알란의 의도를 고민하다 대답했다.

"그러니까 서장님의 말씀은……그들이 아는 마이클이라면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을 거란 거죠?"

"그렇습니다. 분명 많은 사람들이 그가 범인이라는 것을 믿지 않을 겁니다. 저도 그렇고요."

"그럼 왜 마이클을 범인으로 수사를 종결했죠?"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으니까요. 진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특히 이곳 더스크우드에서는요."

 

내게 말하는 알란은 화나 보였다. 진실이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도 그에겐 진실이 아니라 최선의 선택인 것 같았다.

"선생님은 모든 진실에 도달하셨겠죠. 그 진실을 가지고 한 최선이 선택이 그것이었을 거고요. 하지만 그 모든 행동에 책임질 수 있습니까?"

"……."

"선생님과 친구분들이 무엇을 숨기고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었죠.

하지만 최근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아십니까? 그게 만약 그 사건과 관련되어있다면, 그래서 미리 막을 수 있을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면……저는 당신들을 절대 용서하지 못할 겁니다. 아마 저 자신도 원망하게 되겠죠."

 

알란이 굳어진 표정으로 하는 말을 들으면서 나는 그에게 더 자세한 정보를 물었다.

"이상한 일이라는 게 뭐죠?"

"최근 동물 사체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인적이 드문 곳에 매달린 형태로 버려진 것이요. 절대 자연스러운 현상은 아닙니다."

"수상하네요."

"정식으로 신고가 들어온 것이 아니라 자세히는 모릅니다만, 민원이 들어온 것만 세 건이니 실제로는 더 많을 겁니다.

그리고 이건 제가 목격한 것인데, 곳곳에 피로 그린 표식이 생겨났습니다."

"……피로 된 표식이라고요?"

"예. 페인트나 물감이 아니라 실제 피였습니다."

 

알란의 말은 나에게 이주 전 내 현관문에 생겼던 문양을 떠올리게 했다.

나만 받은 게 아니란 말인가. 그가 원하는 건 뭘까. 복수? 진실을 밝히는 것?

그 어느 이유를 가져와도 알란이 발견한 표식을 설명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모든 원인은 나에게 있었으니까.

괴로워야 할 사람은 나 하나뿐이어야 했다. 만약 정말로 이것이 나 때문이라면, 내가 밝히지 않은 사실로 다른 피해자가 생긴다면…….

 

"선생님!"

어깨에 작은 충격이 느껴졌다. 나는 나를 부르는 사람에게로 눈을 굴렸다. 알란은 꽤 여러 번 나를 불러도 대답이 없어 내 몸을 흔든 것 같았다.

 

"괜찮으십니까?"

"그럼요."

"제가 발견한 표식은 선생님께서 우려하시는 것과는 다릅니다. 동양의 문자와 라틴문자가 무질서하게 섞인 형태였죠. 이것도 다른 전설을 모방한 것일 수 있어 말씀드리려던 겁니다.

더스크우드에는 이런 전설이 없지만, 그 사건과 동일범일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군요."

 

내 안에서 꽉 막혔던 숨이 단번에 빠져나갔다. 그리고 알란에게 내 생각을 말했다.

"그 표식을 남긴 사람은 납치범과 동일인이 아니에요."

"확실합니까?"

"네. 절대 같은 사람일 수 없어요. 믿으셔도 돼요."

범인은 이미 죽었으니까. 그리고 리치는 이런 일을 벌일 사람이 아니다. 정말 원망할 사람을 두고 다른 이들에게 나쁜 짓을 할 리가 없었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알란에게 다시 물었다.

"표식을 어디서 발견하셨나요? 알아볼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나는 알란에게 들은 장소를 휴대폰에 기록해 뒀다. 그리고 동시에 멀리서 성큼성큼 걸어오는 댄을 발견했다. 알란도 댄을 봤는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상담이요?"

 

갑작스러운 조언에 내가 되물었다. 알란은 댄이 듣기 전에 말하기 위해 대답을 서둘렀다.

"좀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전 마이클과 잘 알고 지냈던 사이입니다. 제니퍼 양의 사건도 제가 담당했었죠. 그리고 선생님은 지금……."

제니퍼를 잃었던 마이클과 비슷한 상태라는 건가.

 

나는 알란에게 끄덕이며 고려해 보겠다고 대답했다.

 

* * *

 

울릭의 상담실. 나는 들고 있던 찻잔을 테이블에 내려두며 말했다.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예요."

긴 이야기를 마친 나는 앞으로 쏠렸던 상체를 다시 소파에 파묻으며 몸에서 힘을 뺐다.

톡. 톡, 톡, 톡, 톡,

그리고 팔걸이의 딱딱한 표면을 손톱으로 두드리며 울릭의 말을 기다렸다. 울릭이 부드럽게 웃었다.

 

"잘하셨습니다. 지금은 기분이 좀 어떤가요?"

나는 질문을 듣고 내 기분이 어떤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우선 바닥에 놓인 히터의 열선이 주는 온기가 있어 마음이 편안했다. 숨겨야 할 정보가 많아 자세히 털어놓지는 못했지만, 타인에게 내 감정을 내려놓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나는 팔걸이를 천천히 다섯 번 두드리며 대답했다.

 

"훨씬 낫네요. 짐을 좀 덜어낸 것 같아요."

"하지만 미아, 당신은 여전히 많은 것을 혼자 책임지려 하는 것이 보입니다. 이곳에서 감정까지 떠안을 필요는 없어요.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이 방을 벗어나지 못하니, 좀 더 짐을 내려놓는 것이 어떤가요?"

하지만 나는 이미 이 방에서 울릭과 한나가 한 대화가 새어나간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울린은 아마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여전히 'LAULA'라는 비밀번호를 쓰고 있을 것이다.

나는 대답 없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경쾌하게 검지를 다섯 번 움직였다.

 

"충분히 도움이 되었어요. 남은 건 제가 소중해서 놓지 못하는 것뿐이에요."

"누군가에게 들려주지 못할 만큼 소중한가요? 그것이 당신을 힘들게 하더라도?"

"네. 전 욕심이 많아요. 내가 가져가야겠다 하는 것들은 꽉 잡고 놓아주는 법이 없죠. 그건 제 운명도 마찬가지예요."

톡. 톡. 톡, 톡, 톡,

나는 팔걸이를 두드리던 손가락으로 입을 살짝 가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 * *

 

상담을 마치고 광장에 나오자 두껍게 쌓인 눈이 뽀득이며 밟혔다. 나는 최근에 구한 숏패딩의 지퍼를 잠그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집으로 걷기 시작했다. 추운 날씨였지만 장시간 실내에 있었다 보니 상쾌한 공기가 반갑게 느껴졌다.

그러던 중 휴대폰의 진동이 느껴지고 벨 소리가 들렸다. 나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했다. 어머니로부터 온 전화였다.

"สวัสดีเมย์?"

태국어를 하는 것을 보니, 어머니는 태국에 계신 것 같았다. 나는 소리 내서 웃고는 마주 인사했다.

 

"오랜만에 전화하시네요. 잘 지내셨어요?"

"오랜만인 걸 알면 자주 먼저 좀 전화해. 설엔 어떻게 할 거야? 여기 올래?"

"설이요?……아."

 

나도 부모님도 모두 한국에 살고 있지 않았지만, 한국의 명절은 최대한 가족이 함께 챙기려고 했다. 그리고 이제 곧 설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의 다른 뜻을 떠올렸다. 음력 1월 1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파이브? 듣고 있어?"

나는 어머니가 나를 부르는 애칭을 듣고 대답했다.

"그때 바빠질 것 같아서 찾아뵙긴 힘들 것 같아요. 별일 없으면 전화할게요."

"그래, 그럼 나중에 보자."

 

나중에 보자. 나는 그 말을 곱씹으며 전화를 종료했다. 얼굴 없는 남자가 찾아올 날까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다음화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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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창의적인 페럿

    다음화가.. 필요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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