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Beloved Brother
And I will miss you, for all eternity…….
기차역에는 피부가 까무잡잡한 남자아이 하나가 나와 있었다. 요즘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장 차림을 하고 다니는 사람은 드물었기 때문에 몸에 맞지 않는 정장을 입고 있는 그 아이는 인파 사이에서 꼭 리암만큼이나 튀어 보였다.
그 남자애는 눈이 마주치자 자세를 바로 하고 리암에게 성큼성큼 걸어왔다. 리암은 그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게 아니라 그대로 지나쳐 기차에 탑승할 것 같다고 생각했고, 달라진 뉴헤이븐의 풍경을 감상하느라 손에 든 트렁크를 놓지 않았다. 그러나 리암의 기대와 달리 남자는 리암의 정면에 와서 섰다.
이제 막 성인이 된 듯한 얼굴이었다. 안녕하세요, 앵글로스 선생님. 들어드릴게요. 그렇게 말하는 아이의 숨결에서는 과일 껌 냄새가 났고, 그는 말을 제대로 마무리하기 전에 손을 뻗어 리암의 손에 들린 트렁크 손잡이를 빼앗아 갔다.
*
참 잘 됐어. 다음 주에는 네 형도 온다는구나.
못 보던 얼굴들이 많았다. 사용인들이 제 짐을 바삐 옮기는 걸 물끄러미 보고 있던 리암은 고개를 숙였다. 메릴슨은 집을 떠날 적보다도 왜소해 보였다. 나이가 있으니 확실히 예전보다 키가 줄어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리암의 코트와 목도리를 차례로 받아 다른 사용인에게 넘겼다. 옷가지를 받아 들던 사용인은 리암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숙이고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아침에 만났던 운전기사가 떠올랐다. 그는 리암의 트렁크가 비싸 보인다고 했고 캐딜락을 트럭처럼 몰았고 중간중간 창문을 열고 흥얼거렸다. 리암은 그에게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리암의 침묵이 불만을 뜻한다고 생각했는지 메릴슨이 괜스레 말을 덧붙였다.
지난주에 들어온 아이라 그래. 네가 연락했을 때 신문 공고를 냈거든. 왜, 네가 대학에 가고 나선 사용인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았으니까…….
상관없어. 저택도 언제까지고 그대로일 필요는 없지.
리암은 기계적으로 대답하며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보스턴에서 줄곧 느꼈던 저택에 대한 비정상적인 향수가 무색하도록 이곳에 오니 보스턴이 그리워졌다. 컨버스와 청바지를 입고 캠퍼스를 활보하는 젊은이들, 심심찮게 입에 오르내리던 록밴드와 소모적인 비디오테이프 같은 것들은 저택의 문턱을 넘기가 무섭게 다른 세계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러나 그 그리움마저도 곧 저택의 먼지 쌓인 흰 공기에 희석되어 사라졌다. 아버지는? 아마 방에 계실 거야. 그런데……. 메릴슨이 말꼬리를 흐렸다. 리암은 이어질 말을 듣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때 리암은 아버지를 존경하고 그의 관심을 갈구했으나 지금에 와선 그가 그저 저택을 떠나지 못하는 병자로 여겨질 뿐이었다. 시간의 흐름은 그토록 무정했다. 옛날 일이 더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나저나 에이든이 온다고, 그 한마디만큼은 제법 반가웠다. 리암이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동안 메릴슨은 약간의 거리를 두고 나란히 걸으며 그가 궁금해하던 소식을 전해주었다. 에이든은 결혼을 한다고 했다. 동반자로 맞이하고 싶은 여자가 생겼다고. 에이든을 이해해 주는 여자가 생겼다는 건 신기한 일이었다. 그야 그는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이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 저택 안에서의 이야기였다. 에이든은… 리암은 그의 뒷모습을 떠올렸다.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다만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에이든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멍한 기분을 느끼며 리암은 중얼거렸다.
그럼… 난… 조금 더 머물러야겠어.
그럴래? 그래, 집 정리는 언제 해도 괜찮으니까. 얼굴을 한번 보고 가렴. 그 애도 반가워할 거야. 왜 그때는 네가 몸이 많이 안 좋았으니까, 에이든이 많이 걱정스러워하지 않았니…….
메릴슨은 기뻐 보였다. 그러나 그녀의 바람대로 에이든이 리암을 반가워할지는 미지수였다. 어쩌면 그가 이미 자신을 잊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고, 문득 리암은 생각하면서, 지팡이의 은으로 된 손잡이를 어루만졌다. 리암에게 이 지팡이를 선물한 건 에이든이지만 정작 쓰는 모습은 보지 않고 떠났다. 그래서 리암은 에이든을 마중하고 싶었다. 먼저 뒤돌아보지 않는 뒷모습과 무심한 시선으로.
언젠가 그가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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