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과 책임은 맞닿아 있다던데⋯

캐해ㄱㄱ

Hotel California by gi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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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태워버릴 것 같던 불이 꺼지고, 열기가 사그라들자 그제야 겨우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을 기억해. 죄책감이 어떤 기분인지 잊지 못할거야.”

마르스의 저주가 메아리처럼 머릿속을 맴돌고, 속이 타오르듯 쓰라려 온다. 아아, 죄책감이란 이런 느낌인 걸까.

 

“우웁⋯!”

 

손 틈새로 액체가 뚝뚝 흘러내린다.

죄책감이라 생각했던 불쾌감이 단순 구토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일말의 죄의식도 없는 저 자신에게 헛웃음만 나온다.

 

“마, 마르스⋯ 나, 나는 정말⋯ 정말로⋯ 이⋯ 이렇게 될 줄은⋯⋯!”

 

불규칙한 심장 박동 소리가 귓가를 때린다. 무언가가 타다 만 매캐한 냄새는 여전히 공기 중을 부유한다. 세상이 빙빙 돌다 못해 까마득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런 것들은 참을 수 있다. 하지만 █████ 만큼은 참지 못하겠다.

 

설령 내가 느낀 죄책감이 거짓일지라도, 나는 마르스에게 사과해야만 한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거칠게 닦은 후, 내 진심이 전해지길 바라며. 어쩌면⋯⋯ 전해지지 않길 바라며 입을 연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너, 너한테 그래서는 안 됐는데⋯”

 

마르스가 쥐여준 지팡이를 그새 놓쳤는지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다. 그래, 저거라면 조금이나마 내 잘못에 책임을 질 수 있지 않을까.

치맛자락에 손을 닦고 기어가다시피 다가가 지팡이를 줍는다.

 

“이, 이거라도 받아줘. 물론 내 지팡이 따위 받고 싶지도, 쓰고 싶지도 않을 테지만⋯ 새 지팡이를 맞추기 전까지만이라도⋯⋯!”

 

마르스를 위하는 척하지만, 결국 나 좋자고 하는 말이었다. 스스로의 이기심에 아득해지지만⋯ 지금 당장은 이게 최선일 것이다. 아니, 최선이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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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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