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죽으면 별이 된다
20240203 *사람은 죽어도 별이 되지 않습니다.
사람은 죽으면 별이 된다.
사람은 아주 오래전부터 서로를 위로하고 싶어 했다. 울지 않았으면 했다. 그 사람이, 혹은 자신이. 그리하여 인간은 신을 창조하고 전설을 지어내며 이야기를 속삭인다. 이를테면 사람은 죽으면 별이 된다든가.
글쎄, 어쩌면 그들도 무언가 깨달았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남긴 건지도 모른다. 아무튼 확실한 건-
사람은 정말로, 죽으면 별이 된다.
허무맹랑한 이야기! 수많은 사람이 그렇게 말했지만, 놀랍게도, 현대 과학이 밝혀낸 사실이 그러했다. 태양이 아니라 지구가 돌았던 것처럼, 빛이 입자도 파동도 아니었던 것처럼, 미시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불확정했던 것처럼, 사람은 죽으면 별이 되는 거였다. 그것이 ‘과학적’인 결론. 정확히는 비선형계를 구성하는 수소 구름이 응축하기 위한 중력장을 발생시킬 질량 코어의 생성이 양자 레벨에서 인격의 소멸로 인해 발생하는 특정한 힘에 영향을 받는다는 건데… 어려운 이야기는 그만두자. 쉽게 말해, ‘확률적’이라고 생각해 왔던 현상이 사실은 인간의 죽음에 의해 확정적으로 발생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니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는 이야기와는 조금 다르다. 그보단 사람이 죽으면 별이 생긴다는 말이 옳겠지. 하지만 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고 말하기를 좋아했다. 그쪽이 조금 더…
위로가 되니까.
우스운 일이다.
죽은 사람이 ‘말 그대로’ 별이 되는 것조차 아니다. 단지 누군가의 죽음이 별의 탄생을 ‘촉발할’ 뿐이다. ‘별을 낳는다’고 하면 조금 더 낭만적으로는 들리겠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애초에 어느 별이 누구의 죽음으로부터 탄생했는지도 알 수 없는데.
게다가 별이란 것은 한순간에 생겨나지 않는다. 인간들은 종종 망각하는 사실이지만 우주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과는 전혀 다른 규모로 흐른다. 그렇게 생겨나고서도 충분한 질량을 얻지 못해 왜성이 되어 버리거나, 눈으로는 볼 수 없을 만큼 미약한 빛밖에 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설령 아주 밝고 찬란한 별이 생겨났다 해도 그 빛이 지구에 닿기 위해서는 거리만큼의 세월을 필요로 한다.
그러니 백 년을 채우지 못하는 일이 흔한 인간이, 자신이 알던 누군가의 죽음으로 생겨난 별을 볼 수 있을 리 없다.
그러니 그런 건 위로가 될 수 없다.
그러면 너는 가만히 듣더니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을 것이다. 나는 네가 답하지 않는 게 이상해서 슬쩍 미간을 찡그렸겠지. 그럼 너는 따뜻한 레몬 티를 한 모금 마시고서는 맑고 나직한 목소리로 속삭였으리라. 하지만 인간은 무엇에라도 위로받을 수 있잖아. 나는 그 말을 듣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반박한다. 그러니까, 무의미하다는 이야기야. 마약성 진통제와 다르지 않잖아. 너는 나의 눈을 빤히 바라본다. 그렇지 않아. 인간은 언젠가 위로받지 않으면 안 되는 순간이 와. 갑자기 그런 이야기야? 네 말대로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무의미할지도 몰라. 하지만 누군가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보다 고귀한 건 없어. 그래서 나는 너도-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또다시, 광공해와 대기오염으로 흐려져 별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밤하늘을 보고 있었다.
이쪽으로 가려는 사람들과 저쪽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나를 사이에 두고 갈라져 걷는다. 주황색 가로등이 뒤에서부터 빛줄기를 뻗쳐 와서 시야의 한구석이 밝게 흐려져 있다. 입김이 희다. 간판들은 갖가지 색으로 반짝이며 퇴근길의 손님들을 끌어모으고 사람이 가득 들어찬 버스는 전조등을 반짝이며 느릿하게 구른다.
하늘은 맑다. 그러나 밤하늘은 반짝이는 대신 새카맣기만 하다. 몇 분이고 바라보고 있자면, 나를 우주로 빨아올려 어딘가 멀리 보내 버릴 것만 같아서.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기분이 든다. 어딘가 먼 곳으로, 인간의 수명으로는 닿을 수 없을 만큼, 무한에 가깝도록 먼 곳으로.
춥다. 코트의 앞여밈 사이로 찬 바람이 날카롭게 파고든다.
머리 위에는 단 하나의 빛만이 새겨져 있다.
인공위성의 조명일지도 모른다. 금성이나 목성일 수도 있다. 설령 별이라 해도 아마 오리온자리 같은 별자리의 밝은 별 몇 개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무심코, 그 빛이 너의 별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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