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미와 유우가 연인이 되기까지에 관한 썰
- 나나미가 주술사로 복귀한 시점 이후~백귀야행 이전이라 생각하고 썼지만 그거랑 별개의 세계관으로 봐도 무관
이건 누가 봐도 사랑일 텐데 종일 함께면 질릴 텐데
나 돌아서도 온통 너인 건 아무래도 사랑인가 봐
한창 자신과 유우가 서로 가진 감정들에 고민하던 시기의 나나미가 보고 싶다.
하필 이때 계속되는 임무에다 추가 업무들이 자꾸 추가돼서 피곤한 시기겠지. 임무 할 때는 그나마 임무 자체에 집중하다 보니 괜찮지만, 앉아서 하는 보고서 작성 같은 일을 하다 보면 몸이 덜 피곤한 일이라 그런지 그 ‘고민’으로 머리가 가득 차겠지. 일에 집중도 안 되는 수준으로 (사실상 보고서에 진전이 없는 수준) 머릿속은 시간이 지날수록 복잡했지만 가는데 이상하게도 짜증 나거나 거슬리는 것이 없는 나나미. 자지도 못하고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눈은 뻑뻑해지고 목도 뻣뻣해지니까 눈 위에 손수건을 얹고, 눈을 감고서 쉬고 있을 듯, 그런 나나미 눈앞에서 그려지는 건 온갖 유우의 모습이겠지.
예전에는 긴장감에 파리해져서 쓰러질 것 같던 유우가 이제는 제게 익숙해진 건지 아니면 정말 제 생각대로 나나미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어서인지, 쭈뼛거리더라도 수줍게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부터 떠올리기 시작할 듯. 그러다가 제게 질문이 있다면서 느리지만 조곤조곤 말을 거는 작은 입술과 제 대답을 받아쓰느라 바삐 움직이는 가는 손가락이 생각나겠지. 그 손에서 나온 정갈한 글씨체도 괜히 생각나고 대화가 멈추고 각자 할 일을 하다 독서하는 제 모습을 흘금 바라보더니 눈이 마주치게 되면 그런 적 없다는 듯 허겁지겁 시선부터 내리는 그녀의 모습이 머릿속을 가득 채울 거 같다. 처음에 만났을 땐 정말 이상한 사람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만화경처럼 이런저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유우를 만나는 것이 내심 기다려졌겠지. 하지만 나나미는 그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고 있었을 듯.
그도 그럴 것이, 유우는 비주술사인데다 그녀가 말한 것처럼 자신을 단순히 ‘뮤즈’로서 호감을 느낀 것일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나나미는 입안이 씁쓸해졌음. 워낙 글 쓰는 일에 열정을 가진 사람이다 보니 목숨이 위험했던 사건 직후에도 제게 뮤즈가 되어달라고 했었으니까. 제게 보이는 호감도 어쩌면 자신이 아끼는 뮤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겠지. 보통의 사람이라면 바로 연애 감정이라고 생각할 만한 행동들도 워낙 특이한 그녀니까, 라고 생각해 보면 확신할 수 없었음. 그래서 나나미를 바라보는 그녀의 마음에 대해서 확신하지 못했겠지.
그러다 보니 나나미는 자꾸 유우에 대한 모습 하나하나 곱씹는 것도 ‘그저 그녀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나는 그에 대해서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나나미의 상태는 이전과 아주 달랐겠지. 임무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유우한테서 다른 질문이나 약속에 대한 연락이 오지 않았을까 제 휴대전화를 보는 것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부터 시작해서 일이 정말 바쁘거나 고죠가 옆에 있지 않는 이상() 최대한 유우의 연락은 받아준다던가, 어느 순간부터 유우와 만나지 않는 휴일이 어색해지기 시작했다든지. 나나미의 일상에 유우는 이미 깊게 스며든 상태였을 듯. 나나미는 일을 마저 해야 한다고 눈을 뜨고 모니터를 바라봤지만, 또 유우에 대해서 곱씹어 보게 될 듯.
유우가 어느 순간 연락을 하지 않았을 때 나나미가 먼저 연락했던 그날을 떠올렸을 거야. 한참 그녀의 연락을 기다리다가 처음으로 그녀에게 먼저 연락을 한 그날. 생각해 보면 유우는 그날도 유달리 떠는 목소리로 말했던 거 같아. 하지만 이전까지 무섭고, 긴장돼서 떠는 목소리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겠지. 어딘가 먹먹한 그날의 목소리가 유달리 신경 쓰여서 몸이 아팠다는 이유를 듣고 나서도 괜히 마음이 좋지 않았었던 걸 떠올릴 거 같다. 그러고 이후론 그런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을 때의 안도감도 생각났겠지. 나나미는 핸드폰 화면을 보며 날짜를 확인하겠지. 이제 사흘밖에 안 남은 약속 날짜가 캘린더에 떠 있었어. 다시 화면을 끄고 손을 움직여 업무를 하는 나나미는 스스로에게 다짐할 거야. 유우를 보는 그날 제 마음을 확실히 정해야겠다고.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어. 어느 정도였느냐면 결국 잔업을 제 시간 안에 끝내지 못해서 유우와 만나기로 한 카페에 조금 늦게 도착할 거 같다고 연락까지 한 상황이겠지. 원래라면 이런 실례를 끼칠 자신이 아니었는데 유우에 대한 생각을 떨치지 못한 탓이 있었겠지. 하여튼 나나미는 혹여나 그녀가 오래 기다릴까 봐 걸음을 서둘렀어. 나름 서두른 덕이었을까 약속 시간에서 10분 정도 늦은 시간에 나나미는 약속 장소인 카페에 도착했을 거야. 카페 앞에 도착했을 때 나나미는 숨을 살짝 고르고 들어가 유우를 찾았을 거야. 나나미는 유우를 발견했지만, 그녀는 나나미를 발견하지 못했던 거 같아.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무언갈 하느라 바쁜 모습이었겠지.
유우는 창가 옆자리에 앉아 있었어. 그리고 그 창가 너머를 바라보며 꼼질꼼질 손을 움직이고 있었겠지. 밖에서 자신을 찾는 건가, 싶어 말없이 바라보던 나나미는 금방 유우가 뭘 하고 있는지 알아차렸을 거야. 유우는 거울 대신 창문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며 머리 정돈을 하다던가 옷차림을 살피는 등 제 모습을 단장하고 확인하고 있었어. 그런 그녀를 말없이 바라보다 나나미는 유우가 놀라지 않게 인기척을 살살 내어 다가갔겠지. 그 인기척을 알아차린 유우는 언제 그랬냐는 듯 창가에 시선을 돌리고 나나미를 올려다봤어. 그때 나나미 눈에 담긴 건 홍조 진 뺨에 수줍은 미소가 사르르 번진 유우의 모습이겠지. ‘오랜만에 뵙네요. 잘 지냈어요?’라고, 말하는 유우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만 들리고 카페의 다른 소리는 귓가에서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을 거야. 나나미는 자신이 유우에게 푹 빠져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
나나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꿈에도 몰랐던 유우는 제 앞에 마주 앉은 나나미를 무언가 결심을 다 잡은 듯한 표정으로 바라봤겠지. 나나미 역시 유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감도 안왔을 거야. 사실 생각해보면 유우는 나나미의 생각 저 너머의 행동들을 하곤 했으니 (당장 첫만남도 정상적이지 않았으니까) 더더욱 저 표정을 읽을 수 가 없었겠지. 결심을 다잡은 표정과는 다르게 유우는 입술을 달싹이더니 심호흡을 하고는 한결 차분해진 얼굴로 말을 꺼냈을 거야.
‘사실 나나미씨를 좋아하고 있어요.’ 라는 아주 심플한 고백이 나나미에게 던져졌지. 그러고는 나나미의 대답을 아직은 들을 생각이 없었는지 뒤어어 바로 말이 이어졌겠지. ‘하지만 저와 사귀어 달라는 건 절대 아니에요.’ 라고. 그러더니 유우는 이런 마음을 품게 되었는데 계속 그에게 숨기게 되면 뮤즈로서 도와주고 있는 나나미에게 실례라고 생각했다고 말하겠지. 그런 마음을 보여주듯 유우는 차분하게 말하는 것과 달리 손을 유달리 꼼질꼼질 바삐 움직이고 있었어. 하지만 이내 개운한 얼굴로 나나미를 바라보고는 그동안 많은 고민을 했고 역시 이렇게 밝히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배시시 웃었을 거야.
하지만 유우의 예상과 다르게 나나미는 그 말을 들으면서 고백에 대해 답할 준비를 하고 있었겠지. 그도 그럴 게 자신이 올 것을 기다리며 단장을 하던 모습과 제 인기척이 느껴지자 기다렸다는 듯 수줍은 미소를 보이던 유우의 얼굴이 자꾸 생각나서였을 거야. 그리고 뒤이어 ‘그래서 그랬구나.’, ‘나는 이 사람을 정말 많이 귀여워하고 있었구나.’라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기분이 들었겠지. 나나미는 유우가 이제야 개운해졌다며 제 애정을 정리할 기회 같은 건 만들게 두지 않았겠지. 어떤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것도 제게 사랑한다고 고백까지 한 그런 사람을 놓치려 들겠어.
나나미는 평소와 같은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겠지. ‘저도 당신과 같은 마음입니다.’라고. 누구보다 침착하게, 마치 오늘 저녁 메뉴를 의논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는 나나미를 앞에 두고 유우는 매우 놀라 두 눈이 왕방울만 해졌겠지. 나나미는 그 모습을 보고서야 이내 만족스럽다는 듯 살며시 미소 지었어. 맞아. 이 사람은 항상 이렇게 제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던 사람이었지, 라는 생각에 나나미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을 거야. 유우는 나나미의 그런 미소에 어쩔 줄 몰라 하더니 귀 끝부터 손끝까지 달아오른 상태가 되었겠지.
나나미는 다시 낮은 목소리로 유우에게 말을 걸었어. 저는 당신과 연인이 되고 싶은데, 나카모리 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아무리 생각해도 연인이 될 생각 같은 건 하지 않았다는 유우의 말에 장난스러운 고백을 한 것이겠지. 유우는 그런 모습을 한 나나미는 처음인 데다 자신이 상상도 못 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으니 입을 벙긋거리는 것밖에 할 수 없었어. 하지만 나나미가 유우를 놓치기 싫었던 것처럼 유우도 마찬가지였겠지. 그래서 유우는 눈을 꼭 감고 제 솔직한 대답을 꺼냈겠지. ‘나나미 씨의 연인이 되고 싶어요.’라고. 그렇게 연인이 된 두 사람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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