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페스] 비 오는 날
원하는 형제로 상상하고 봐주세요
비 오니까 생각나는 거 하나 있다. 형제틴으로 보고 싶은데 이건 무슨 형제지.
외출한 동생과 집에 있는 형. 동생은 친구 본다고 일찍이 나갔고 약속 없는 형은 늦잠 자고 일어남.
형 저녁에 라면 먹으려고 룰루랄라 신나게 물 올림. 면도 다 익어가서 먹을 준비 다 해뒀는데 걸려 오는 전화. 물이 끓는 소리와 함께 들리기 시작한 빗소리. 불길한 예감이 들어. 확인해보니 동생이라 전화를 받긴 했는데...
형. 나 데리러 와주라
어? 너 어딘데
나 ㅇㅇ인데 우산이 없어
거기 집 근처잖아
비 오잖아
이정도는 맞아도 돼...!
비 맞기 싫어
그냥 뛰어오면 안 되겠니?
어 안돼
하... 기다려봐
맛있게 익은 라면을 두고 떠나야 하는 형... 느리게 움직일 수록 라면은 더 불어가니 후다닥 옷 갈아입고 우산 들고 뛰어감. 창밖으로 볼 때도 그랬지만 나와서 맞아보니 역시 얼마 안 오고 있는 비. 멀뚱멀뚱 정류장 아래 서 있는 동생 보자마자
야 비 얼마 안 오잖아!!!
하고 소리침.
이정도면 많이 오는 거지!
이게 뭐가 많이 오는 거야 옷만 좀 젓고 말겠구만
나한테는 많아
아 진짜... 나 라면 끓이고 있었단 말이야...
얼마나 끓였는데? 가서 마저 해 먹어
다 끓였는데 니가 전화했잖아 이 자식아
아하...
내 라면... 김치까지 다 꺼내뒀다고...
어쩔수 없어 그냥 먹어
다 불었을 거 아니야 딱 먹기 좋게 익었다고
버릴 수도 없잖아
니가 뛰어왔으면 안 그럴 수 있었다고!
어 그건 미안한데 비가 왔잖아
우씨... 내 라면...
...
진짜 잘 익었는데...
...
...
...
라면...
아 그만 좀 얘기해! 나중에 새로 끓여주면 되잖아
지금은 불어있잖아...
하이고...
이러고 집 와서 퉁퉁 불은 면을 마주한 형 절망함. 동생은 옷 갈아입으러 방에 들어감. 형 힝힝 거리면서 호록호록 먹긴 해. 맛은 있는데 어딘가 빠진 느낌임. 면 식감이 달라... 그래도 다 먹긴 함.
다음날 동생이 아주 기깔나게 잘 끓여줬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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