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스1999] 마르쿠스 개인스

TTL02 孤鸟或灰白犬

Island, or a Gray Dog | 섬이거나, 혹은 회색 개거나

개인 백업 by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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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의 두사람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고, 놀라움과 불안함이 금세 넘쳐흘렀다.

—이 장면은 깊이 있는 것을 간추려야만 하는 칼럼니스트가 대처하기엔 감당하기 힘든 종류일 것이다.

마커스 아… 내가 뭔가 잘못 말한 걸까? 내가 너무 나만의 세계에 빠져서 먼 길을 온 이 손님을 소홀히 했기 때문인 걸까…. 노크를 몇 번 했는지조차 모르겠어. 두 번, 세 번, 다섯 번…. 아니, 어쩌면 더 일찍 왔을지도 모르겠어…. 이 문은 질감도 너무 별로고, 소리도 보통 문보다 훨씬 음울한데, 어쩌면 데니히 씨에게 편지를 보내 원고료의 일부로 초인종을 사달라고 요청해야 할 것 같아…. 하지만 섬까지 오는 길이 쉽지 않아서, 우체부 아저씨 말고는 아무도 이곳에 오고 싶어 하지 않는데….

—그녀의 생각이 점점 더 멀리 떠돌았고, 부러 내뱉은 기침이 그녀를 현실로 끌어당겼다.

조사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마커스양. 우리 조사에 따르면 당신은 꽤 오랫동안 플래넌 제도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마커스 네, 맞아요….

조사관 솔직히 말해서 귀하의 그 행동은 등록 업무에 많은 어려움을 야기했습니다. 미등록 마도학자들은 대부분 왕립 박람회나 애든버러 페스티벌 같은 곳에 나타나죠. 넬리 멜바(*오스트레일리아의 가수, 1861-1931)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는 유럽과 호주 전역의 극장에 울려 퍼지고 있으며, 하이랜드 게임(*스코틀랜드의 축제)에는 매년 수만 명의 관중과 운동선수가 모여들고 있습니다. 가장 지루하다는 동료들조차도 그것을 축하하며 며칠을 보내곤 하죠. 수많은 아름다움이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마커스 양, 당신은 더 큰 곳을 보셔야 합니다.

마커스 저는….

—그의 떠들썩한 입에서 연이어 쏟아져나온 명사들에 마커스는 현기증이 났다.

마커스 혹시 이 사람이 열병에 걸렸나? 아니면 내가 섬에 너무 오래 있어서…. 바깥 사람들이 다 이렇게 말이 많은지 모르는 걸까? 진정해, 마커스. 이 일은 내가 정리할 수 있어….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혼자 속삭였다.

마커스 지금 상황은 ‘사교 예절 입문 수칙’에서 제안해준 것과 일치하는 것 같아…. 신사들은 특정 주제에 대해 자신의 무지를 직접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대화 기술을 능숙하게 사용해 양측 모두에게 더 익숙한 방향으로 화제를 이끈다고 했지. 이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주제는…. 아, 알았다!

—상대방이 끝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틈을 타서 실낱같은 지푸라기를 붙잡았다.

마커스 제가 고아원에 있을 때, 재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어요…. 마도학자들을 모으러 다니는 거죠? 특히 아이들 말이에요. 그들이 원하느냐 원하지 않느냐와는 관계없이….

조사관 …?

마커스 아이들은 모두 재단 사람들이 친구를 납치하는 것을 직접, 두 눈으로 봤다고 이야기 했어요….

—그녀가 또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상대방의 낯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불행하게도 이것은 『사교 예절』어디에도 쓰여있지 않았다.

—마침내, 이것은 마커스가 읽을 수 있는 한 페이지가 되었다.

조사관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마커스 양. 지금은 좋은 시대입니다. 모두가 개인의 발전을 중시하죠. 이성, 과학, 자유…. 그리고 물론 트렌드에 맞는 약간의 유머 감각도 필요합니다. 당신의 지나치게 진보적인 유머 감각은 이해하지만, 그런 경멸과 비방은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특히 당신이 재단의 입회 절차를 끝내지 않았을 때는 더더욱 그렇죠.

마커스 아뇨, 아뇨…. 이건 루마니아에서 일어난 일이며, 당신이나 동료의 사무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생각해요.

—유감스럽게도 책에 나온 방법을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는 없다.

—동시에 의도하지 않게 무시된 특정 단어는 분명 마커스에게 더 큰 상처를 주었다.

마커스 잠깐만요, 조사관 님…. 방금 재단에 가입하라고 말씀하신 건가요?

조사관 네, 뭐가 문제죠?

—그는 마치 평범한 인사 임명을 발표하듯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마커스 저, 저, 저는….

조사관 마커스 양, 심장 박동이 좀 빠른 것 같군요. 혼란스러운 것을 이해합니다. 많은 동료들이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재단은 완벽한 의료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마커스 조사관 님, 잠시만요….

—마침내 기회를 찾은 그녀는 떨면서 말을 꺼냈다.

마커스 여러분의 도움 덕에 재단의 중요성이나, 사람들 사이 재단의 인기를 이해하게 됐어요…. 초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저는 아직 끝내지 못한 일들이 있어요. 제… 이상에 관한 것들이죠.

—마커스는 돌아서서 문 너머의 집필 공간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조사관 아, 이상이라—! 마커스 양, 당신의 이상은 무엇이죠?

—조사관은 이 사실에 전혀 놀라지 않는 듯 노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커스 저는, 더 많은 사람들이 플래넌 제도를 이해해서 더 이상의 마도학 세계가 낯설지 않아지기를 바라요….

조사관 아주 고상한 이상이네요.

—그는 앞으로 걸어가며 끝없는 바다를 향해 손을 뻗었다.

조사관 마커스 양, 이 섬에만 머무르지 마세요! 이 위대한 세계를 바라보세요, 얼마나 많은 수수께끼들이 우리가 탐험하고 발견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지—— 이것이 바로 재단의 이상입니다! 인류의 복지와 세계의 진보에 기여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마커스 아뇨, 확실히…. 제 생각과 꽤 비슷해요. 다만….

—그녀는 입을 열고, 끝나지 않은 말을 삼켰다.

—문득 훑어본 상대방은 마치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

조사관 오! 네, 물론입니다. 당신은 잘 알려진 작가이고, 당신의 멋진 이야기를 기대하는 수많은 독자들이 있겠죠….

—마커스는 급히 손사래를 다. 귓가에 홍조가 번졌다.

마커스 아니요…. 저는 미성숙한 칼럼니스트일 뿐이에요. 아직 개선할 부분이 많아요.

조사관 아직 잘 모르시겠지만, 재단은 세계 각 지역의 중요한 서적들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인간의 것이든 마도학자의 것이든 말이에요. 재단에 가입한 후 열람 신청서를 작성하면, 담당자 승인을 거쳐 행정 심사의 단계에 도달하게 됩니다. 통과하면 쉽게 열람하실 수 있죠. 재단은 어떤 작가에게든 거절할 수 없는 선택이어야 합니다.

마커스 전…. 아직…. 플래넌 제도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제가 미처 쓰지 못한 이야기들이…. 중요한 건, 섬에 있는 듀카트 씨, 마셜 씨, 도날드 씨…. 모두 제가 그들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길 기대하고 있어요. 제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그녀는 마침내 가슴을 막고 있던 반석을 덜어낸 듯 숨을 헐떡였다.

조사관

—그는 실망감을 숨기지 않고 눈살을 찌푸렸다.

조사관 알겠습니다, 당신의 선택을 솔직하게 보고하죠—

마커스 선택이요…?! 아뇨, 아직 결정을 못 했어요…. 제게 시간을 주세요. 믿어주세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거의 애원에 가까워진 말투가 형식주의자의 마음을 에둘러 울린 모양이다. 그는 정중하게 목청을 가다듬고 자비롭게 입을 열었다.

조사관 좋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재단에 가입할 수 있는 정원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좋은 때를 놓치면, 당신은 사무실 입구에서 한동안 기다려야 하겠죠. 결정하셨다면 엘리안 젤로(Elian Thiel)에게 편지를 보내주세요. 주소는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재단이라고 남기기만 하면 말이죠.

—상대방은 회색과 흰색의 체크무늬가 인쇄된 편지를 마커스의 손에 밀어넣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선 떠났다.

—제 자리에 남아 있던 사람의 형체가 휘청거리더니 마침내 주저앉았다.

—손에 쥐어진 텅 빈 편지는 무수한 고민의 주름을 더했다.

마커스 재단은 명성도 높고, 그 중에는 저 같은 마도학자도 많아서 자료 수집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조사관님 말이 맞아. 재단엔 마도학을 소게하는 책…. 그리고 인간에 관련된 책도 많을거야. 하지만 『데이드림 포스트』의 독자님들도 플래넌 제도의 이야기를,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데니히 씨도 내 글에 큰 기대를 걸고 계셔. 성급하게 떠나면 분명 더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게 될거야. 현재의 『플래넌 제도의 역사』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고, 이걸 읽어주는 사람들은 틀림없이 마도학에도 상당한 흥미를 가지겠지….

마커스 아… 도와줄 사람 어디 없나요?

—도와달라는 희미한 외침은 멀리까지 닿지 못했다.

—옆에서 다시 울리는 노크 소리조차 덮을 수 없었다.

‘똑똑——!’ ‘똑똑——!’

마커스 …?

마셜 안녕, 마커스—! 드디어 일어났구나! 우리는 네가 또 문 밖에서 자고 있을거라고 생각했어. 열세번째지!

도날드 그리고…. 너는 아직도 눈을 뜨고 있구나.

—또 다른 목소리는 마커스의 현재 상황을 적절하게 수식했다.

듀카트 그건 정상이야, 이 사람들아…. 우리 꼬마 마커스가 잘하는 게 이거였지. 상자에 자신을 통째로 집어넣어서… 그걸 뭐라고 불렀더라, 아, “읽기”!

마커스 아, 안녕하세요, 마샬 씨, 도널드 씨, 그리고 듀카트 씨.

마샬 슬프다, 마커스. 우리가 오는 소리를 못 들은 거야?

—마커스는 곁눈질로 공중에 떠 있는 나머지 세사람의 투명에 가까운 발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마커스 …죄송합니다, 여러분.

마샬 장난은 이쯤 하고, 듀카트, 그 편지를 마커스에게 전달해줘. 빨리. 어쩌면 독자들이 보낸 또 다른 편지일지도 모르잖아? 또 입이 닳도록 칭찬하고 있겠지.

—마커스에게 더 친숙한 무늬가 인쇄된 편지가 도착했다.

마셜 걱정하지마, 마커스. 우리는 너와의 약속을 지켰어. 지난번 그 우체부 아저씨가 배에서 물에 빠진 생쥐가 된 뒤론…. 겁쟁이 도널드가 증명해 줄거야, 우린 다시 우체부 앞에 나타나지 않았는걸!

도날드 난…. 나는 그들을 놀라게 하지 않았어. 마셜도 그들을 향해 얼굴을 찌푸리지 않았고. 하지만 그 우체부들은 멀찍히 떨어져선 편지를 던지고 가버렸지…. 뭔가를 두려워하는 걸까?

듀카트 사람들은 당연히 여기를 두려워 해. 이곳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 바로 그렇기 때문에, 『플래넌 제도의 역사』가 필요한 거야. 외부의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을 없애야 하니까. 이게 바로 우리 꼬마 마커스가 하고 있는 일이지!

마커스

듀카트 무슨 일이야, 꼬마 마커스.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데. 봉투에 뭔가 이상한 게 묻은 거야?

마커스 이건…. …이건 『플래넌 제도의 역사』 제 15장에 대한 거절 편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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