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롤 타로 백업
W. 구리님
백영과 유영의 영화를 상영합니다.
-서로를 동정하고 연민해. 하지만 영혼을 이끄는 것 또한 서로야.
이 영화는 상처입은 시대, 상처입은 영혼과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강하고 끈끈하게 연결된 두 인물은 후천적인 선택으로 가족이 됩니다. 시간이 지나도 이 관계를 끊어내고 싶지 않지만 그 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유영을 데리고 보호하게 된 백영이었겠네요. 백영은 자신의 위치나 자산을 통해 유영을 보호하려 듭니다. 그에게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입니다.
전반적인 연출이나 분위기는 희망적인 편입니다.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는 거의 없습니다. 플롯에서 나타나는 위기나 꼭 필요한 폭력적인 장면이 아니고서야는, 평범한 영상입니다. 노란색에서 갈색까지 난색을 아우르는 벽돌이 인상적인 도시에서 사람들은 살기 위해 일하고 오가길 반복합니다.
두 인물의 카드를 보면 백영은 위의 배경처럼 이미 자리잡은 곳이 있는 사람인 동시에, 그 성격은 신중하고 차분합니다. 무언가 일이 있다면 홀로 조사하거나 연구한 뒤 얻은 결론을 통해 행동하는 식으로 움직입니다. 자산가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반면 유영은 확실히 더 어린, 백영과는 입양된 양녀 관계로 보이는 사람입니다. 유영은 세상물정을 몰라 백영이 많은 것을 가르쳐주게 됩니다. 배울 의지는 있으나 겉으로는 참 자유로운, 세상 일과는 관련 없는 듯한 분위기를 띱니다.
무역의 본거지는 아니지만 배나 사업가가 무조건 오가는 중간 지역과도 같은 도시. 백영은 그곳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업가입니다. 설령 그게 중개업이라 하더라도 사업은 사업이죠. 백영은 지금까지의 실패나 불황을 딛고 여기 정착하게 된 것에 기뻐하고 있습니다. 전쟁 이후 다양한 손실이 있었으니까요. 이곳은 간접적으로 큰 피해를 입은 상징적인 지역이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정체 모를 유영이라는 아이를 데려오게 된 거겠죠. 이런 시대에 홀로 떠돌아다니는 아이에게 사정이 있음은 분명하니까요. 유영이 갈 곳이 없었던 건 정확한 판단입니다. 그는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이를 거절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 할 필요는 없겠네. 하면서 솔직하게 운이 좋았다고도 말할 것입니다.
백영은 일을 하며 유영을 사무실에 두거나 거래 장소에 데리고 다니기도 하는데, 거의 24시간 떨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게 맞겠습니다. 어깨 너머로 배우라는 의도도 있었지만 역시 과보호죠. 한 번쯤 맘대로 돈을 쓰는 건 상관 없지만 홀로 멀리 나가는 건 안 되는 식의... 아마 백영과 유영을 몇 년째 지켜보던 사업가 동료들도 몰래 유영에게 '저 녀석은 너무 빡빡하잖아' 식으로 말했을지도 모릅니다.
유영은 나이를 먹을수록 영리해져, 몰래 제멋대로 원하던 일을 하기도 하지만 모두 들키지 않을리는 없습니다.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매일 밥을 같이 먹는 것도 좋지만 사소한 일에서 부딪히는 일이 늘어갑니다. 유영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하지만 그게 온전히 이 도시를, 백영을 떠나는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유영은 모든 것을 가볍게 말하고, 백영은 모든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식의 일상이 계속됩니다. 물론 서로의 대화와 깊은 감정 공유, 협상 등으로 이전처럼 불만이 생길 법한 환경은 아니게 되었습니다. 뭐랄까, 이제 연인으로 오해받을지도 모르는 모습이 되었네요. 유영은 백영의 일에 여러 도움을 줄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요. 결혼해도 그렇게 자기한테 했던 것처럼 24시간 붙어 있을 거냐는 뼈아플 농담도 던질 수 있겠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와 별개로 도시의 사업과 나라의 정세, 또 다른 위기는 계속 표현됩니다. 혹시 또 전쟁이 나려나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순간 백영은 유영에게 선택지를 줍니다. 자신의 재산을 일부 떼어줘도 상관 없으니, 원하는 곳이 있으면 가도 된다고요. 유영이 살면서 무엇들을 바라왔는지 모르는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장면입니다.
그렇게 영화의 막바지가 되면, 이들의 이야기가 실화였던 것처럼 약간의 나레이션이 화면에 띄워집니다. 백영과 유영은 그 뒤로 다시 일어난 전쟁에서 사람들을 구하거나 이주를 도와주는 일을 했고, 함께 살던 도시를 떠난 뒤에는 사업가 부부로 알려졌다고요. 그것이 실제로 결혼해서인지 아이들을 입양해서 세간에 소식이 그렇게 퍼진 것인지는... 영화가 아니라 역사가 알 것입니다.
실제 일화라면, 이러한 기록이 생기고 영화가 된 배경이 있다면 유영이 인터뷰나 자서전을 남기는데 적극적이었을 것 같아요. "서로의 영혼을 이끈 사람이니까, 기자 여러분이 저희의 관계를 어떻게 쓰든 상관 없어요." 그런 말이 유명해졌을지도.
영화를 통해 표현되는 것이 있다면 사실 명백한 결핍들이에요.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전개되지만 삶에 느껴지는 부족함과 아쉬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두려움 등은 조연들에게서도 드러납니다. 그렇지만 희망을 안고 살기에 이 도시에는 배가 들어올 수 있게 됩니다. 백영과 유영은 서로 맞춰가는 과정을 많이 보여줬어요.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은... 영화가 잔잔하고 감정적으로 과격하지 않았던 탓인지 오히려 감동을 느끼고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꽤 있었다는 듯해요. 시대 배경이나 가족애에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들도 있었을 겁니다. 흥행 영화라 하긴 어렵지만 계속 다시 떠오르고 찾아보게 되는, 그런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Q1. 시대 배경의 연도는?
거의 세계대전 때가 아니려나 싶네요...? 역사에 남은 전쟁이 있을... 그게 아니어도 내전이 있다거나 한 근대 즈음...
Q2. 영화 ost는 어떤 느낌일지…
분위기 등 전체적으로 잔잔하다 했는데, 음악이 감정을 설명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 같네요. 항상 음악이 많이 깔린다기보다 감정적인 장면에서 짧게 삽입된다거나 악기의 소절로 대사를 덮어버린다거나... 이런 식으로 음악이 활용되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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