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신화

당청

망상창고 by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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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표네,명데스| 그리스 로마신화에 박식하지 않아 거의 이름만 빌려쓴 내용입니다| 페르세포네 : 호칭, 당보: 이름

“그 인간 얼굴이 얼마나 흉악한지 , 아직도 지하에 쳐 박혀 있다지?”

부채로 입을 가린 여신이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여신에게 말을 걸었다.

“어, 아직도 그렇더라. 내가 저번에 봤어. 그 시커먼 가면 쓰고 산책 나온거.”

“도대체 얼굴이 얼마나 흉하면 아무도 안 만나고 자기 혼자만 그렇게 지하에 머물러 있담,,”

“야, 그만하자 그래도 12신이고 명계의 주인이야 혹시나 귀에 들어가면 어떡해 ”

“맨날 지하에 밖혀있는 인간이 어떻게 듣겠냐,, 그래 알았어~”

이름 모를 두 여신이 히히덕 거리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 어디론가 걸어 갔다.

두 여신의 머리위에는 까마귀 한 마리가 빙글 빙글 돌더니 마치 원래부터 없었던 것 처럼 사라졌다.

아직 신을 믿는 사람이 있고 신들이 인간과 접촉하던 그때에는 떠돌던 소문이 있었다.

「명계의 왕, 하데스는 얼굴에 눈이 세개고 입은 두개며 코는 뾰족한게 보기 몹시 흉해 마치 괴물과 같다.」

그 조차도 자신의 얼굴이 부끄러워 검정 가면을 쓰고 사람들이 보이지 않고 어두 컴컴한 날에만 밖을 거닌다.

항상 가면을 쓰고 다녔기 때문에 그의 진짜 얼굴을 아무도 본적 없지만 누구나 그를 괴물이라 믿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한치의 의심도 없이 믿곤했다.

청명과는 정반대의 평가를 받고 있는 신이 있었는데 데메테르의 자식인 당보였다.

모두에게 아름다움의 화신이라고 칭송받는 당보는 청명에 관한 소문을 듣고 그냥 그러러니 했다.

다른 신들처럼 그의 얼굴에 대한 궁금증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가 12신에도 불구하고 지하에만 머문다는 사실이 안타까운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당보가 청명에게 관심이 없던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자신을 아름답다 칭송하는 것들 앞에서 그들이 원하는 모습을 지키는 것 만으로도 벅차고 지친다.

‘그런데 굳이 ,, 그런 인간한테 내가 관심을 가져야 할까’

당보는 오늘 아침에 친구들에게 들었던 청명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뒹굴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번뜩 산책을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당보는 풀어해친 머리를 올려 묶고 어머니가 있는 방문을 벌컥 열었다.

“어머니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데메테르는 황당한 눈으로 자신의 침소에 처들어온 아들을 쳐다보았다.

지금 하늘에는 천둥번개가 치고있다, 그냥 번개도 아니고 제우스가 바람핀걸 또 헤라한테 들켜 부부싸움을 하는가 생각이 들정도로 아주 무시무시한 천둥번개가.

“어딜가기는 어딜가? 날씨도 이런데 그냥 집에 있어.”

당보는 씩 웃으며 이야기 했다.

“어머니 자식이 여간 아름다운게 아니라 . 이런 날씨가 아니면 편하게 나돌아다니기 어려운지라”

데메테르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그의 아들을 쳐다 보았다.

”허. 허.. 그래,, 조심히 다녀오렴 날이 안 좋다. 이런날에는 명계의 왕이 산책하러 지하에서 나온다지.“

“어머니 저는 그런 흉한 인간 관심도 없습니다. 그럼 이만 다녀 올게요”

“내가 너 고집을 어떻게 꺽니 에휴,,”

데메테르는 옷자락을 사부작 거리며 나가는 아들의 뒷 모습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내 자식이지만 도통 행동을 예측할 수 없어,,’

‘오늘은 다른 곳으로 가볼까,, 매일 매일 같은 곳에서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지루하다,,’

당보는 평소에 사람들로 왁자지껄한 곳에서 곧 잘 주인공이 되곤 했지만 그날은 뭔가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고 싶었다.

‘어쩌면 지친걸까 나도 이런 생활에’

그는 속으로 중얼거리고는 거칠게 몰아치는 바다를 마주보고 털썩 앉아 멍하니 앞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의 어머니 데메테르가 보면 이게 무슨 짓이냐고 놀라 넘어질 행동이긴 했지만 뭐 어때 어머니는 집에서 주무시고 계실텐데 어차피 이곳에 누가 올 일 도 없고,,

거친 파도가 몰아치고 차가운 바람이 부는 바다에는 아무런 소리도 인간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 지루하다 너무 지루해”

당보는 데메테르의 자식으로 항상 모두에게 아름답고 바른 모습을 보여야 했기에 이런 말을 입밖으로 꺼낸게 처음이었다.

누가 처음은 어렵지만 시작하면 쉽다 했던것 처럼 당보의 입에서는 쉴새 없이 불만이 터져 나왔다.

“아니 내가 항상 왜 그래야 되는 거야,.,.??? 아름다우면 단가..?”

“어머니는 항상 아름다움에만 집착한다니까 세상에 더 많은게 있다는걸 몰라”

당보의 말은 메아리치다가 바스라지고를 반복했다.

그는 슬슬 오한을 느끼고 하늘을 쳐다 보니 어느샌가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고 있었다.

이제 가볼까 생각하던 찰나 무섭게 치던 파도가 갑자기 잠잠해지더니 한 남자가 튀어나왔다.

말그대로 파도를 쩍 가르고 검은 옷자락을 휘날리며 바다 속에서 저벅저벅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당보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에,,??? 저게 뭐야’

검은 머리를 대충 풀어 해친 한 남자가 황금색과 검정색이 섞인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의 검정 가면은 너무 검정색이라 모든 것을 그대로 삼켜 버릴 듯 했다.

그는 이내 터벅 터벅 걸어 나와 모래사장에서 머리를 대충 틀어올렸다.

어느샌가 단정해진 모습에 당보는 이 남자가 신임에 틀림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저런 신이 있었나?’

어머니한테 들은 지식과 친구들이 떠들던 말속에서 이 남자를 찾기 위해 빠르게 머리를 굴리고 있을때였다.

검정 가면의 남자가 먼저 말을 꺼냈다.

“너 뭐야,,?”

당보는 화들짝 놀랐다.

‘저 치는 내가 해야할 말을 자기가 하고 있네’

원래 잘 모르는 사람한테는 예의를 갖춰야 하지만 뭐 저쪽이 먼저 말 놓았으니까.

“그야 말로 그쪽은 누구신데요”

그 알수없는 사람은 황당하단 얼굴로 대답하며 가면을 벗어 옷 자락 속에 집어넣으면서 이야기 했다.

“명계의 신 하데스다.”

“예?”

당보는 그토록 아름다운 사람을 처음 봤다, 주변에 반짝반짝 빛나고 아름다운 신들이 한가득이었지만 그토록 처연하며 아름다운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제서야 그는 친구한테서 전해 들은 명계의 왕에 대한 소문이 떠올랐다.

다들 못생겼다 흉하다 해서 눈도 못마주칠 메두사같은 인간이겠거니 짐작했는데 세상에 , 그의 어머니 만큼 아니 그이상 아름 다웠다.

멈춰있던 그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 진짜 내 취향이다.’

“하데스 님을 데메테르의 자식인 페르세포네가 뵙습니다.”

그들의 인연의 실타래가 시작된 순간이었다.

당보와 청명이 만나기 얼마전 청명은 명계에서 혼자 뒹굴 거리고 있었다.

“아, 지루하다.”

다른 신들과 사람들이 그를 욕하고 무시해도 그냥 그러려니.

12신이며 벌을 줄 능력이 충분히 넘쳤지만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너무 오래동안 지하에 혼자 있어서 그런거겠지.”

청명은 중얼 거리며 자신의 신력이 담긴 진흙 인형을 만지작 거리며 자세를 고쳐 자리에 앉았다.

이 인형들은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뭐가 즐겁다고 종종 걸음으로 돌아다니고 있다.

오늘 아침 까마귀가 자신에게 전해 준 이야기를 들으며 그는 생각했다.

‘이 인간들은 할일이 없나,, ’

아무도 없는 명계에서 그저 불만만 투덜투덜 토할뿐이었다.

명계에서 유일하게 밖을 볼 수 있는 창문을 멍하게 보고 있던 청명은 오랜만에 산책을 하러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람이든 신이든 그닥 만나고 싶지 않았던 그였기에 항상 누군가를 만나거나 명계를 벗어나면 가면을 쓰고 나갔다.

“내 가면 어디 놔뒀지,,”

안나간지 꽤 오래된지라 그는 한참을 뒤적뒤적거리다가 먼지가 묻은 가면을 쓰고 밖으로 터덜 터덜 걸어나갔다.

다시 지금으로 돌아와서 청명은 당보를 빤히 보다가 퉁명스럽게 한 마디 했다.

“너는 그럼 데메테르의 자식이구나,, 근데 여기는 명계로 가는 대문이 있는 곳인데 무슨일로 여기에 있니?”

당보는 잠시 고민하는 얼굴로 침묵하다가 이내 말을 꺼냈다.

“어머니에게 듣기로는 이 근처에 아주 아름다운 수선화가 핀다고 해서 구경왔는데 없네요 . 다 거짓말이었나 봅니다 하데스님”

청명은 황당 했다.

‘얘는 지금이 겨울인데 수선화를 찾는 거야,,? 데메테르의 자식이 바보였나?’

그러면서도 자신이 오래동안 공들여 키운 수선화를 보러왔다는 당보를 모른채 할 수는 없었는지라.

아니 어쩌면 외로워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여기는 수선화가 지금 없고, 명계에는 수선화 밭이 있는데 보러 갈 생각이 있냐?”

당보의 아름다운 얼굴에 그의 아름다움을 더 돋보이게 하는 미소가 걸렸다.

“대지의 신인 어머니의 자식으로서 이땅에 자라는 모든 것들을 보는건 제 즐거움이자 기쁨이죠”

당보는 옷자락을 휘날리며 청명에게 달려가 팔짱을 꼈다.

청명은 너무 오랜만에 느껴보는 온기에 어색해 삐그덕 거렸지만 어째서인지 이 녀석을 조금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럼 가지”

그의 짧은 산책은 예상치 못한 손님과 함께 명계로 돌아가는 것으로 끝났다.

깊고 깊은 바다로 걸어갈수록 발을 푹푹빠지고 몸도 푹푹 빠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차갑다기보다는 아주 오래전 그리워했던 그런 포근함이 들었다.

‘와 , 이게 뭔 느낌이람’

당보는 속으로 중얼중얼 거리면서 앞만 보고 걸어 갔다.

청명은 그를 흘긋 보더니 이야기 했다.

“원래 명계로 가는 길이 그렇다. 명계로 가는 사람들 마다 느끼는 기분이 다르다고 하지 너는 어떻게 느껴지는지 모르겠군 난 차갑기만 한데”

“따뜻하고 그리운 느낌이 나는데요”

청명은 당보를 의외라는듯 쳐다보고 다시 둘 사이에는 정적이 흘렀다.

시간이 모호해지고 공간이 모호 해질쯤 그들은 명계의 입구에 도착했다.

“여기가 명계다 들어가지”

차가운 철제 문을 열고 그들은 명계로 향했다.

문은 삐거덕 소리를 내며 열렸다.

‘이거이거 영영 못 나오는건 아니겠지,,’

속으로 걱정하는 당보였다.

철문을 열고 들어간 곳에는 생각보다 그렇게 으스스 하지는 않았다.

‘엥 뭐야 망자들이 사는 곳인지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네’

오히려 그곳은 봄같은 날씨에 온갖 꽃과 꽃나무들이 만발한 천국같은 곳이었다.

오히려 밖이 더 명계와 같은 어두침침한 날씨였다.

“뭐예요 , 이런 곳에 혼자 살던거였어요? 왜 굳이 이런 곳에서 혼자 살던거에요?“

당보는 청명에게 물었다.

청명은 잠시 고민하더니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나는 사람도 싫고 말많은 신들도 싫어 그냥 이렇게 사는게 즐겁다“

당보는 황당해서 청명을 쳐다보았다.

이 인간을 보기 전에는 머리에 뿔이 세개는 달리고 눈은 한 열개쯤 되는 괴물일거라 생각 했는데 웬걸 자신 뺨치는 미모에 이런 곳에는 사람이었다니.

‘와 정말 최곤데’

당보는 종알종알 거리면서 청명의 정원을 돌아다녔다.

돌아다니다가 묘한 빛을 내는 꽃이 당보의 눈길을 끌었다.

”와 이건 뭐예요?”

“그건 내가 만들어낸 품종이다. 신이 아닌 사람이 이 꽃을 보면 미친다고 해서 광화초라고 이름 지었지”

“아,,,”

‘이 인간 뭐 이런걸 만들어 키우고 있는거야?’

당보는 잠시 멍때리더니 이곳에 왜 왔었는지 생각해냈다.

“그 수선화는 어디있나요 하데스님”

청명은 말 없이 당보를 앞서나갔다.

“같이가요!!”

딩보는 옷자락을 휘날리며 그의 뒤를 종종걸음으로 따라갔다.

한참을 걸었을까 그의 침소와 가까운 곳에 있는 한 정원에 도착했다.

아까 있던 곳은 봄과 같은 분위기 였다면 그곳은 달이 동그랗게 떠있는 정원이었다.

“와 여기는 또 분위기가 완전 다르네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다“

청명은 당보에게 들릴 듯 말듯 중얼 거렸다.

”네? 못 들었어요. 한번 더 말 해주세요“

”아니다 들어가자“

청명과 당보는 정원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엄청 노랗고 마치 스스로 빛을 내는 듯한 수선화가 만발해 있다. 달빛과 수선화가 함께 빛나는 모습은 당보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와,,,“

당보는 정신을 놓고 이리저리 옷자락을 팔락 거리면서 돌아다녔다.

그의 하얀 옷자락도 달빛을 받아 묘하게 빛나는듯 했다.

그런 당보를 청명은 멍하게 쳐다보았다, 그는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평생 빛이 든적 없는 곳에서 살던 그가 태어나서 처음 빛을 본 아이 처럼 당보를 쳐다보고 있었다.

멍하면서도 빛이 나는 눈빛이었다.

그런 청명의 눈빛을 알아 보았던 걸까 당보는 수선화를 보던것을 멈추고 청명에게로 향했다.

”하데스님, 배고픈데 먹을거 없나요?“

청명은 당보를 빤히 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눈으로 청명은 당보를 잠시 보다가 이야기했다.

”명계에서 뭘 먹으면 다시는 못 돌아가는데 알고 있니?“

당보는 잠시 침묵하더니 그를 다시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제가 그걸 모를까요. 데메테르의 자식인데 “

그는 당돌한 눈으로 청명을 쳐다보았다.

청명은 왜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는 이 어린신의 치기가 좋았다.

”명계에는 모든 음식이 있는데 어린신은 무얼 좋아하는가?“

”저는 석류를 가장 좋아합니다“

청명은 그 긴 눈을 곱게 감으며 발그랗게 웃었다.

아마도 그의 첫 웃음일지 모를 웃음이었다.

”그래? 잠시만 기다리게, 아 그리고 편하게 부르지 그래 우리 이곳에서 꽤 같이 오래 있을듯 한데 언제까지 하데스님 하데스님이라 할건가“

당보는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제 이름은 당보입니다. 하데스님의 이름이 무엇인지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청명은 당보가 귀엽다는 듯이 씩 웃었다.

“내 이름은 청명이다. 편하게 부르고 싶은 걸로 부르도록”

“그럼 형님이라 부를까요 나이많은 12신의 이름을 함부로 불렀다가 큰일 나요. ”

“그러던가 난 석류를 가져 올거니 기다리도록”

“네 형님~”

명계에서 청명과 당보가 그들의 사랑을 시작하고 있었을때 지상에는 데메테르의 진노가 공기 하나하나 느껴질 정도 퍼지고 있었다.

”내 사랑하는 자식이 명계로 잡혀갔다고?“

전말은 이랬다.

‘페르세포네 님이 명계로 가셨다는데?’

’하데스 님도 같이 있었다는데?‘

’하데스님이 페르세포네 님을 데리고 명계로 갔다는데?‘

’하데스님이 페르세포네 님을 명계로 잡아 끌고 가버렸다고 하는데?‘

말하기 좋아하는 님프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말이 왜곡되면서 청명이 당보를 명계로 잡아갔다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었다.

하데스가 자신의 자식을 잡아갔다고 생각한 데메테르의 분노는 온 대지를 타고 퍼지기 시작했다.

꽃이 피어야 할때 꽃이 안피고 곡식을 수확해야할때 곡식이 수확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하나 둘 죽고 대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황폐해지기 시작했다.

숭배할 사람들이 없으면 더 이상 신일 수 없었기에 신들은 위기를 느끼게 되고 방법을 찾기 위해 모여서 회의를 시작했다.

그 회의에서 페르세포네가 자신의 발로 명계에 간 사실을 알게된다.

“이를 어떡한담”

“제발로 간 이를 어찌 다시 데려온단 말인가”

“하데스에게 부탁하면 어찌 안되겠는가?”

신들은 머리를 쥐어짜면서 고민했지만 방법을 찾지 못했다.

결국 최고신인 제우스는 모든 책임을 지고 자신의 형제인 하데스를 보러 명계로 향했다.

제우스는 자신의 형제인 청명이 있는 명계로 향해 그를 마주 했다.

“청명, 지금 대지가 어떤지 아는가?”

청명은 자신의 형제를 빤히 바라보았다.

단하나의 죄책감도 분노도 담겨져 있지 않는 공허한 눈으로 형제를 바라보는 청명을 보던 당보는 그들의 위압감에 몸서리가 쳐졌다.

드디어 생각 정리를 끝낸 청명은 말을 꺼냈다.

“내가 어찌 모를까, 너희들이 나를 명계에 쳐 밖아 놓고 배려라고 뚫어 놓은 곳을 창문 삼아 매일매일 보고있지”

“하루 같이 황폐해지더군”

제우스는 자신의 형제 이토록 잔혹 했는가 생각했다.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삐뚤어진거지’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곳은 명계 청명에게 밉보이면 자신조차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왜 아직도 페르세포네를 데리고 있지? 사람들이 죽고 있다 데메테르의 진노가 온 땅에 퍼져나가고 있어, 모든 신들이 신력을 잃어가고 있다.”

청명은 제우스를 뚱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까먹었나본데 너희들은 숭배할 사람이 없으면 안되지만 나는 가만히 있어도 매일 매시간 명계로 사람이 오기에 상관 없는 일이다”

제우스도 알고 있었다, 자신들과 다르게 청명은 명계의 왕이기에 숭배하는 사람이 없어도 문제 없었다.

오히려 최근들어 사람들이 수 없이 죽었기 때문에 아마 청명은 날이 갈 수록 강해졌을 것이다.

‘이거 큰일이군’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도 사람들이 죽는다 . 신의 의무를 다해야 하지 않는가 형제여?”

“뭐라는건지 모르겠군. 내 의무는 망자에게만 다하면 다인걸”

청명은 제우스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은 듯 입을 내밀고 부루퉁한 얼굴을 지었다.

당보는 두 형제들의 싸움을 보다 답답한듯 말을 꺼냈다.

사실 답답한건 둘째치고 그들의 위압감과 중압감에 정말 기절할 것 같았다.

“제우스님 , 제가 여기에 스스로 왔는걸 하데스님에게 왜 그러십니까, 어머니를 데리고 와주세요 . 제가 설득해보겠습니다”

“곧 데메테르를 데리고 오지”

명계에 벼락이 치더니 제우스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 저 인간 몇 천년이 지나도 성격은 그대로야.”

“형님, 다음부터 제우스님과 싸울때는 저 없을 때 싸우세요. 기세에 기절 할뻔 했습니다.”

청명은 그런 당보가 귀여운듯 사랑스럽게 쳐다보았다.

“그럴게”

벼락과 함께 사라진 제우스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른 걸음으로 데메테르를 만나러 그녀의 신전으로 향했다.

언제나 따뜻하던 …그녀의 신전은 명계보다 차갑고 서늘한 것이 그 추위에 최고신인 제우스 마저 몸서리가 쳐질 정도였다.

“데메테르, 하데스를 만나고 왔네”

풍요와 대지의 여신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아름답게 휘날리던 머리는 부스스하고 눈동자에는 어둠이 가득찬 데메테르가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 그 이가 뭐라고 하던가요”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은 뭐라 표현할 수 없어 그걸 가르키는 말 조차 없다.

제우스조차 그녀의 심정을 헤아릴 수 없었다.

“당신을 데리고 오라고 하던데”

제우스의 말을 듣고 난 후 대지의 여신의 분노는 그녀의 신전을 휘감고 안 그래도 쎄한 공기는 피부가 아릴 정도로 아파왔다.

“아. 남의 자식을 데려가놓고 이제 그 어미인 나를 오라는 건가요 , 가줘야지 오라는데”

한참을 몸을 돌보지 않은 그녀가 휘청거리며 일어났다.

휘청거리는 몸을 주변의 시종들이 겨우 부축해 그녀는 제우스와 눈을 똑바로 마주보고 섰다.

제우스는 데메테를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데메테르 , 당신이 잘못 알고 있는게 있는데 오라고 한건 당신 자식 페르세포네요. 하데스가 아니라.”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뭐?“

그녀는 황당하고 어이가 없고 이게 현실인지 자신이 인간인지 신인지 조차 헷갈리기 시작했다.

‘내 아름다운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 이럴 수가 있나, 내가 자기를 얼마나 ,, ’

데메테르가 혼란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동안, 제우스는 한숨을 내쉬더니 데메테르를 데리고 명계로 향했다.

“명계로 가지”

그 시간 명계에는 사랑이 넘치는 중이었다.

누가 알았을까 그 괴물 같은 인간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아가고 누구보다 따뜻해 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걸

“이것도 먹어봐라, 내가 제배한 석류다.”

빨갛고 윤기나는 석류를 청명은 당보의 손에 쥐어주었다.

“와, 진짜 맛있네요. 이런 석류는 처음 먹어봐요.“

청명은 귀엽다는 듯이 미소지으며 답했다.

”당연히 누가 제배했는데 맛있지.“

둘이 종알종알 거릴 때 였다.

”쾅“

명계의 철문이 박살나는 소리가 명계 가장 안쪽에 있는 그들의 귀에까지 들려 왔다.

”엥 , 뭔소리에요?“

”당보 네 어머니가 오신거 같구나, 가볼까?”

둘은 데메테르를 만나러 걸음을 옮겼다.

청명은 손을 휘휘 흔들면서 데메테르에게 인사했다.

“여 ~ 데메테르 오랜만이네”

데메테르는 청명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로 당보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어머니”

방금 전 까지 청명과 장난 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던 당보는 온데간데 없고 데메테르의 자식인 페르세포네만이 그의 어머니를 마주했다.

“가자 , 여기는 너가 있을 곳이 아니다.”

당보는 단호한 어머니의 얼굴을 처다보다가 생각 정리를 마친듯 이야기를 꺼냈다.

”어머니 저는 못갑니다.“

데메테르는 지금 당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가 없었다.

그런 그녀의 머리속을 불현듯 스친 생각이 있었는데

“너 여기 음식에 입댔니?”

당보는 웃으면 안되는 상황임이 분명했음에도 웃으면서 대답했다.

“네, 어머니 ”

왜 자기가 웃는지 당보 그도 알 수가 없었다.

웃음이 자꾸만 실실 나왔다.

평생을 억압당하다가 마침내 자신의 뜻을 온전히 어머니에게 말해서 일까?

이곳에 있으면 행복할 자신의 모습이 생각나서 일까?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는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뭐?”

데메테르는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 기분이 들었다.

신조차 깰 수 없는 몇개의 불문률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명계의 음식을 먹은 자는 다시는명계를 벗어날 수 없다.

명계를 밝히고 있는 촛불대가 흔들흔들 거리더니 하나 둘 픽픽 꺼지기 시작했다.

‘다 무너지겠네 이러다가’

두 모자의 격전을 보고 있던 청명은 더 있다가는 명계가 무너져 내릴 것 같아 중재에 나섰다.

“그 데메테르 그만하지 그래 다 무너지겠다.”

청명의 말은 당연하게도 그녀의 귓등에도 닿지 못했다.

”이게 아닌가“

그런 청명을 제우스는 한심한 듯 쳐다 보고는 그의 지팡이로 바닥을 내리쳤다.

귀를 찢는 굉음이 명계 전체를 흔들고 모두가 제우스를 쳐다 보았다.

“데메테르 진정하게 적어도 당신 자식을 위에서 보고 싶다면 이런식으로 나와서 해결될건 없네”

데메테르는 겨우 분노를 진정시키고 말을 꺼냈다.

“지금 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 방법이 있다는건가요?”

제우스가 꺼내 놓은 묘책은 이랬다.

‘당보는 명계에서 6종류의 음식만 먹었기 때문에 한 음식 당 한달로 쳐서 총 여섯달은 지상에서 6달은 명계에서 보내기로 하자’

청명은 자신의 형제가 하는 말을 가만히 듣다가 당보를 한번 데메테르를 한번 번갈아 쳐다보더니 이야기했다.

“난 싫은데 왜 그래야하지”

아무리 묘책이 있어도 명계의 왕이 거절하면 그걸로 끝이다 뭐 어쩌겠는가 집주인이 싫다는데.

순식간에 분위기는 가라앉고 곧 지상과 명계의 전쟁이 일어날 듯이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가장 어린 신인 당보는 그들의 기운에 기절할 것 같았지만 그 나름대로는 용기내서 말을 꺼냈다.

“아 제가 낄 자리는 아닌것 같지만 한 마디만 할게요.”

“제가 생각 하기에도 제우스님 말을 따르는게 좋을 거 같아요,,,”

당보는 제우스가 제시한 방법에 대해서 조곤조곤하지만 조리있게 자신의 의견을 계속이야기 했다.

청명은 당보의 눈을 마주보며 가만히 있었다.

분명 명계의 주인은 자신이고 자신이 거절하면 끝날일임에도 자신의 의견을 말해본적이 없는 당보가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 하는게 너무 사랑스러워 보여 감히 말을 끊을 수도 끊고 싶지도 않았다.

어느새 당보의 이야기가 끝나고 청명을 제외한 세명의 신들은 청명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결정을 바라는 눈이었다.

천명의 망자들의 다음생을 결정하는 것보다 이 일이 청명에게는 더 어렵게 느껴졌다.

“아 진짜 어쩔 수 없네, 하지만 명심해 내가 페르세포네를 놓아주는건 페르세포네의 이야기를 듣고 놓아주는 것이지 지상것들이 예뻐서 놓아주는건 아니라는걸“

그의 말이 끝나자 당보는 그제서야 안심한듯한 표정을 지었고 제우스와 데메테르의 표정은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만족한 얼굴을 했다.

“6개월이 지났는데도 페르세포네가 돌아오지 않으면 그때는 전쟁이야 알지?”

제우스는 그런 청명을 쳐다보며 한숨 지었다.

“그래. 약속은 약속이니 이만 가보겠다.”

번개가 번쩍치고 제우스가 사라졌다.

당보는 홀로 명계에 남아있을 제 애인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왔다.

그라고 해도 왜 떠나고 싶을까 신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고 자신을 숭배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자신의 어머니도 자신도 온전히 살아갈 수 있기에 어쩔수 없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형님, 6개월만 기다리면 곧 다시 돌아 올게요.”

그는 그의 머리에 꼽혀져 있던 작은 나뭇잎 모양의 장신구를 빼고 청명의 손에 쥐어주었다.

작은 장신구가 초록빛을 내며 달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뭐야?”

당보는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다음에 다시 올때까지 잘 가지고 있으면 내가 지상에서 다른 것도 가지고 올게요.”

청명은 그런 당보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너가 없는 6개월 동안 명계에서 널 내 신부로 만들 준비를 해야겠다, 너가 좋아하는 것들로 온통 채우고 지상 만큼 밝은 달빛으로 이곳을 환하게 빛나게 해 다시 돌아 오고 싶은곳으로 만들고 있을게”

“네, 형님”

둘은 손을 한 번 쥐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물론 당보는 데메테르와 함께 명계를 나가며 엄청 혼이 났다.

당보가 없는 명계는 다시 조용해졌지만 예전처럼 죽음이 가득하고 깜깜한 곳은 아니게 되었다.

봄을 기다리는 겨울은 다시 돌아올 봄을 기다리며 오늘도 기다리고 있다.

“당보 언제 오지”

그의 신력이 담긴 당보를 닮은 진흙인형 몇몇이 청명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다.

진흙인형은 당보처럼 옷을 펄럭이며 소리내면서 돌아다니고 있다.

“형님!!” “형님!!”

한참 진흙인형을 빤히 보던 청명은 주먹을 쥐었다 폈다.

이내 진흙인형은 다시 진흙으로 돌아갔다.

“당보야,,”

청명은 당보가 돌아오면 그와 혼인할 준비를 벌써 마치고 매일 같이 몰려오는 망자들을 처리하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결혼식을 위해 청명은 당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생각하며 명계를 꾸몄다.

‘당보가 좋아하던 수선화, 당보가 좋아하던 석류, 당보가 좋아하는 ,, ’

잠시 여유가 생기자 청명은 속에서 한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 욕심은 아니겠지?‘

당보와 함께 있을 때에는 그의 모든게 좋고 그와 있는 시간이 그와 같이 있는 깜깜한 명계가 좋았지만 그가 떠난 곳은 다시 조용해졌고 혼자서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니 문득 든 생각이었다.

“이 결정을 나는 후회하지 않을까?”

청명은 멍하게 바닥에 앉아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당보가 돌아오기까지 일주일이 남았다.

수천명의 사람들의 명부를 보면서 지낸 일주일은 생각보다 금방 흘렀다.

“형님!!!!”

당보는 6개월만에 보는 형님이 너무 반가워 옷자락을 흩날리면서 철문을 밀고 들어왔다.

달빛이 환하게 비치고 노란 수선화가 피어있는 명계는 다시봐도 아름다웠다.

“엥, 형님?”

당연히 마중 나왔을거라 생각 했는데 청명은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당보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청명을 찾아다녔다.

’와 이것도 생겼네.‘

’와 이건 뭐야 이따 형님 찾으면 물어봐야겠다.‘

당보가 그를 찾은 곳은 분수대 앞이였다.

대리석에 옥으로 장식된 분수대는 달빛을 받아 초록빛이 돌고 있었다.

”형님!! 저 왔어요!“

청명은 당보의 목소리를 듣고 당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얀 그의 얼굴에는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당보는 청명의 얼굴에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서 달려가 그의 옆에 앉았다.

”왜 울어요? 울지마세요 형님 , 반가워서 우는거에요?“

청명은 울어서 붉게 된 눈으로 당보를 바라보다가 말을 꺼냈다.

”너를 여기에 묶어 두는게 내 고집일까? 생각했어 . 너같이 빛나는 사람은 태양 아래에서 살아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했어.”

’아,어쩜 좋아 형님.’

당보는 명계의 왕이 이렇게 마음이 여리고 사랑스러울 수 있나 생각했다.

길고 하얀손이 청명의 얼굴을 감싸고 청명은 당보의 손에서 온기를 느꼈다.

따스하고 태양아래 있는 기분이 들었다.

“형님, 저는 평생을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 속에서 살다가 이제서야 페르세포네가 아닌 당보로 있을 수 있게 되었는데 뭐가 형님 고집이랍니까”

“고집이라면 제 고집이죠, 그리고 제 고집은 1년 내도록 이곳에 있고 싶어요,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당보의 말에 청명은 잠시 멍해지고 이내 곧 그는 다부진 손으로 얼굴에 묻은 눈물을 쓱쓱 닦아내더니 당보의 손을 잡았다.

“그래도 될까?”

“물론”

당보는 환하게 웃었고 그제서야 청명도 안심한듯이 환하게 웃었다.

”우리 이제 결혼하러 갈까요 형님? 준비 다 해두셨을거라 믿어요“

”그래, 가자“

둘은 손을 맞잡고 수선화가 가득핀 정원으로 향했다.

유난히 반짝반짝 빛나는 초록빛의 나뭇잎의 나무가 수십그루 있는 그곳은 더 이상 외로운 곳이 아니다.

그 해 겨울은 유독 따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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