犬も歩けば棒に当たる
UDI 武 黑 – MIU 津波 颯
제 이름 앞의 한자가 세 개에서 하나로 줄어, 적을 때 획순과 방법을 떠올리지 않게 된 지 벌써 10년 흘렀다.
미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할 사람은 없다. 모조리 실종됐거나, 몇은 근 5년 사이 조각난 채로 트렁크 안에서 발견됐으니까. 이제 남은 흔적이라곤 색 하나 쉽게 건져낸 쿠로라는 이름이라던가, 까짓것 눈을 가로지른 흉 뿐인데 그것조차 밴드 떼어내 미련을 떨쳐냈다. 떨쳐내고 버리다 보면 마음이라도 비워지겠지 싶었는데 그러면서 쌓이는 건 목표에 대한 열의와 아집 뿐인지라 세상 모든 일이 등가교환 식으로 이루어진다고 여기게 됐다. 개도 걷다가 보면 봉을 받거나, 봉에 얻어맞는다고 한다. 시체가 파도에 떠밀려오면 그 사이에 마모된 유리조각 있는게 아니라 알던 이의 일부가 나온다. 아무 일도 없길 기원하며 향을 피우고 흰 두부를 그릇 위에 올려 손을 맞대면 다음 해엔 야박할 정도로 어떠한 소식도 들려오지 않아, 무심코 남의 죽음을 기원한다. 만날 수 없다면. 마주칠 수 없다면. 어디에서도 당신을 발견할 수 없다면 차라리 시체가 되어 백에 담겨 오길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조차 그 가방에 담겨 어디론가 흘러가기를. 마을을 가로지르던 물줄기 끝자락에서 동그란 살덩이 웃으면서 담그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면 차라리 시작도 중간도 아닌 선에서 묶여 마침표 찍기를. 하지만 사람 마음은 야박하고 의지 보단 고집이 더 강한지라 오늘도 매스를 든다. 내일도. 그 다음 날에도. 교체되는 칼날 만큼 마음도 무디어지길 반복한다.
기억하던 몇 년 전의 매니큐어 그대로 발견되던 어느 날, 아는 사람이란 걸 티 냈다간 그대로 사인이 지워질 게 뻔하니 악착같이 볼 안쪽 살 씹어가며 감정을 다스리던 날. 입 안에 피 낼 자신은 없단 무의식 따라 목 긁어대다 손목이 턱 잡히면 순식간에 현실로 끌려 나온다.
“츠나미 씨.” 부른다.
“너…” 이름으로 답이 오질 않는다.
“지금 이러는게 정상 같아? 너, 자해하고 있어.”
“츠나미, 지금 네가 잡은게 더 아파.”
힘이 줄어들지언정 붙든 것을 놓지 않는 상대를 바라본다. 푸른 머리칼 사이로 난 눈썹은 딱딱해졌고, 낯도 그런 형태를 지닌다. 마른 입술에 침을 바르며 변명과 질색 사이의 반응을 고르고 있자니 침묵 비집고 소리가 꽂힌다.
“이걸 하면 네 마음이 조금 편해질 지는 몰라도…”
“… 츠나-“
“널 다치게 하는 건, 너 자신이라도 허락 못해.”
“… 미.”
낭패다. 손잡이 돌아간 호스를 막을 길이 보이질 않는다. 막혔다가 터진 말이라던가. 혹은 이 와중에도 말과 시선 하나 떨지 않고 자길 올곧게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는. 어쩌면 그런 것으로도 말을 하는 상대를 바라본다. 코타츠 아래의 다리가 서로 닿기만 하면 괜스레 소름이 끼쳐 도망치고 싶어진다. 바삭 마른 입은 몇 번이나 침을 묻혀도 말랑해지질 않는지라 고개를 떨군다. 손가락 끝에 묻어난 피를 엄지로 밀어내며 틱, 틱. 제가 저지른 일도 까먹은 채 손톱끼리 밀어내고 부딪히길 반복한다.
“타케시 쿠로.”
“느닷없이 풀네임으로 부르지 마. 놀란단 말이에요.”
“너 지금, 손.” 턱짓 한 번.
“…” 추욱. 손가락에 들어간 힘조차 풀어버린다.
열 한 살이나 어린 연인에게 뭐라 야단 치면서 빠져나가자니 면이 살지 않고, 또 한편 추잡스러운 짓이다 싶어 머리 안에서 선택지를 지운다.
“상처부터 치료할게요, 츠나미 씨.”
“내가 해줄게. 구급 상자는 어디 있어?”
“밖에 나가서 작은 방. 왼쪽 선반의 첫 번째. 열면 바로 있어.”
“… 그 사이에 또 긁으면 안 돼. 분명히 말 했어. 허락 못 했다고.”
양 손 얌전히 바닥에 내려둔다. 끈으로 묶이면 죄인이고 셔츠 덮으면 어엿한 직장인. 그렇다면 아무것도 걸리지 않은 사람은 무엇이든 될 수 있는가. 혹은, 무엇도 될 수 없어서 비었는가. 빚어진 음이 없으니 나오는 건 숨이고. 또 남는 건 기다림이다. 피로 탓에 감은 눈꺼풀. 다가오는 걸음. 그 위로 떨어지는 입맞춤 세례에 의도와 다르게 웃음이 터져 나온다. 강아지도 너보단 더 얌전히 굴겠어, 츠나미. 어쭈. 지금 마메스케랑 날 비교한다는 거지. 네 연인은 아아아주 속이 좁아서, 남이랑 비교되면 기분 나빠하거든? 하하, 강아지에게 뭘 질투하고 그러는 거야! 피부 따끔거리는 통증을 대가 삼아 생각을 씹어둔다. 걷다가 봉에 얻어맞다 보면 언젠간 익숙해져서 캥, 하고 놀란 소리 뱉지 않고 걸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가도. 짐승 마음이라는게 참 얄팍해서, 그 사이사이에 보상이나 온정이 있길 바라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겠거니. 입을 맞춘다. 그리고 고한다. 노력해볼게…
그 날 타케시는 츠나미에게 여기서 관계를 정리해도 괜찮다고 말을 꺼냈으며, 20분 지난 뒤 하야테라고 열 번 넘게 부르면서 미안하다며 달래줘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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