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별을 향하여
앨버트 오키프->요한 마틴
https://youtu.be/nbwn21TU4ec?si=GJh_GU1wNTnDsImy
낮에는 태양이 떠 있어 별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여 낮 동안 하늘에 별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별은 언제나 천체의 원칙을 따라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존재이니. 세워진 질서를 어기는 법이 결코 없으니.
태양은 고꾸라진 지 오래이며, 하늘에는 밤의 장막이 덮였다. 초승달은 태양의 자리를 앗았으나, 희미한 달빛이 정오의 햇빛처럼 어둠을 몰아낼 수 있을 리 없다. 그러나 이 길고 어두운 밤에도 별은 달을 떠나지 않았다. 여전히 스스로를 태워 달과 함께 하늘을 밝힌다.
태양을 짓누르는 힘은 태양을 달군다. 그 열로 태양은 자신을 불태운다. 싸늘하게 식은 달에서 이글거리는 태양으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나를 짓누르고 달구어줄 것이 필요하기에, 나는 당신을 붙잡는다. 팔을 뻗어 내게 건네진 프로메테우스의 불씨를, 배짱 좋게도 제 궤도를 이탈한 별을, 이제 시말서를 쓰게 생긴 전직 모범생을 끌어안는다. 그 어떤 허락도 받지 않고 멋대로 당신을 쓰다듬는다.
당신이 푸석하다고 이야기한 머리칼은 내가 느끼기에는 고운 잿더미처럼 부드럽고 따스하다. 코트 자락에 담배 연기가 옅게 밴 듯싶으나, 그것 역시 불의 흔적이라는 생각을 하자 그 향이 싫지 않다. 타오르는 별을 있는 힘껏 감싸자, 추위의 바다와 폭풍의 대양에 불이 옮겨붙는다. 달의 고원으로 화염이 번진다. 언제나 그림자였다는 달의 남극 지대마저도 어둠을 잃는다. 회빛만을 알던 위성은 빛을 건네받은 행성이 되었으며, 이제는 스스로 끓어오르며 빛을 내는 항성이 될 것이다.
"… 요한, 이번에는 사람을 멋대로 끌어안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말할 거야?"
질문과 함께, 마침내 나는 웃음을 터뜨린다. 아, 나는 당신에게 완패하였으나 불행하지 않다. 승리가 내게 쥐여주었을 허황된 전리품보다 이 패배가 내게 안겨준 다정한 불명예를 원하므로. 나는 처형을 위해 십자가에 못박혔으나 고통스럽지 않다. 내가 가장 추악한 순간에도 나를 외면하지 않고 곁을 지키는 사도가 있으므로. 서임식이 있던 밤은 끝나간다. 아무리 길고 어두운 밤일지라도, 그 끝에는 필시 새벽이 밝기에. 겨울밤 빛나는 오리온자리를 보며 나는 나의 은빛 활을 내던진다. 마침내 태양이 떠오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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