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르다

앨버트 오키프->요한 마틴

https://youtu.be/2PZ71PPm0Ys?si=4NQxP4kW65cuqhu3

종종 생각했다. 아주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을.

아침이면 내리는 비를 뚫고 투덜대며 출근을 하는 직장인을 상상했으며, 점심이면 식재료의 값을 흥정하는 데에 성공한 주부를 떠올렸고, 저녁이면 귀가하는 길 마주친 옆집 사람에게 늘 그렇듯 안부를 묻는 이웃을 그렸다. 밤이면 나를 옳지 않다고 규정한 이 세상을, 내 머릿속의 사람들이 한껏 비웃어 주는 것을 생각했다. 그런 뒤 나는 그들과 함께 웃음을 터뜨린다. 10년 전의 한 소년처럼, 아주 오랫동안. 그 누구도 나에게 송곳니를 감추라고 야유하거나 나더러 입을 다물라고 외치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 나는 내가 웃음을 지을 줄로 알았다. 나 자신조차 듣고 싶지 않은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니. 나 자신조차 알기 어려운 내 감정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으니. 아주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세상을 비웃어주고 있으니. 그런데도 웃음은 나오지 않았다. 눈에서 쏟아지는 뜨거운 물은 이미 번들대는 뺨을 더욱 축축하게 했으며, 벌어진 입술 사이로는 제대로 된 말은커녕 우는 소리나 새어 나올 뿐이었다. 분명 기쁠 줄 알았는데, 행복할 줄 알았는데. 왜 나는.

녹색 눈의 괴물, 그것은 무어인 오셀로를 향하는 말이다. 그는 그 말대로 질투에 제 마음을 내어주고, 괴물이 되어 정숙한 아내 데스데모나를 죽이는 자다. 오셀로는 아내를 살해하기 직전 침실로 향하며 독백한다.

"타오르는 촛불 꺼 버린다 해도 그 일 뉘우치면 이전의 빛 살릴 수 있으나, 조물주가 밝힌 그대 빛 되살릴 프로메테우스의 열기 어디에 있을 텐가."

무어인은 아내의 침대맡에 섰으며, 촛불은 꺼졌다. 잘못된 세상을 향한 너의 비웃음은 곧 잘못된 나를 향하기도 해서, 나는 고개를 깊게 숙인다. 바닥으로 쏟아지는 눈물이 떨어지는 촛농 같았다. 이전의 빛을 살리고 싶어 하는 촛대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뉘우침이다.

손안의 온기가 프로메테우스가 인류에게 건넸다는 그 불씨처럼 느껴졌다. 아주 오래전 인간을 창조했다는 그 신이 다시 이곳에 있다. 그저 흙에 불과하던 미물은 마침내 사람이 되고자 한다. 이 불씨가 이미 식은 화로를 다시 타오르게 할 마지막 기회일 테다. 이 순간 용서를 비는 것이, 언젠가 세상을 마음껏 비웃을 수 있는 길일 테다…. 나는 나를 태우고자 하는 불길로부터 도망치거나 몸을 숨기는 대신, 그것을 마주한다.

"… 그래도 좋아. 마음껏 찔러넣어. 그건 네게 적을 물리치라고 줬던 검이니까. 분명 앨버트도 그걸 원할 거야. 네가 그 검으로 다이애나를 쓰러트리는 게, 앨버트의 평화를 찾아주는 길일 거야…. 잘못했어, 요한. 실망하게 해서 미안해."

불사조의 이름을 한 기사의 앞에, 그 적은 무릎을 꿇는다. 저 일렁이는 녹색 불이 나를 태우면, 비로소 나는 잿더미 속에서 새로이 태어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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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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