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childhood's end
앨버트 오키프 7학년->성인 리뉴얼 로그
https://youtu.be/ro9QAtTnihc?si=cv7KmQ1h3P_p_rcg
“늑대는 할머니의 옷을 입고, 두건을 쓰고 침대에 누워 커튼을 친 뒤 빨간 모자를 기다렸습니다.”
짧은 빨간 머리카락의 소녀는 할아버지의 품에서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곳곳이 희끗희끗한 빨간 머리카락을 가진 노년의 남자는 말을 이었다.
“빨간 모자는 할머니의 침대로 다가가서 커튼을 젖혔습니다. 거기에는 할머니가 모자를 아주 깊게 눌러쓰고 누워있었습니다.”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숨을 죽이는 아이를 보며, 할아버지는 소녀의 어깨를 슬쩍 붙들었다.
“빨간 모자는 물었습니다. 할머니, 눈이 왜 이리 커요? 할머니는 답했습니다. 너를 더 잘 보기 위해서지. 빨간 모자는 물었습니다. 할머니, 손이 왜 이리 커요? 할머니는 답했습니다. 너를 더 잘 안아주기 위해서지. 빨간 모자는 물었습니다. 할머니, 입이 왜 이리 커요? 할머니는 대답했습니다.”
가느다랗고 여린 빨간 모자의 목소리가 낮고 음산한 늑대의 속삭임으로, 카랑카랑한 늑대의 목소리가 빨간 모자의 겁먹은 속삭임으로 바뀌는 동안, 빨간 머리 소녀는 할아버지의 품을 파고들며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그건 바로, 너를 더 잘 잡아먹기 위해서지! 늑대는 침대에서 뛰어나와… 그 불쌍한 빨간 모자를 잡아먹었습니다!”
할아버지는 품 안의 아이를 잡아먹는 시늉을 하며 뺨에 연신 입을 맞췄다.
“안 돼! 싫어! 이 못된 악당 같으니라고! 어서 할머니와 빨간 모자를 뱉어! 기사단장님, 나쁜 늑대를 혼내주세요! 빨리 불쌍한 빨간 모자를 구해주세요, 네?”
“우리 꼬마 기사님, 그럼 이 기사단장님이 이 늑대에게 사냥꾼을 보내마.”
빨간 머리 소녀는 물었고, 할아버지는 미소 지으며 답했다.
ALBERT O‘KEEFFE
OCTOBER 8. 1930
JULY 9. 1998
그 이야기가 어떻게 끝났더라. 늑대에게 찾아간 사냥꾼이 늑대를 해치우고 빨간 모자와 할머니를 구해냈던가, 혹은 늑대가 사냥꾼마저 잡아먹었던가. 아마 나쁜 늑대는 벌을 받았겠지. 결말은 기억나지 않아도, 그때 내가 터트린 웃음소리만은 선명하게 떠오르니까.
그때 웃음을 터뜨리던 소녀의 자두처럼 발그레한 뺨은 어디로 갔을까. 묘비의 돌이 비추어내는 볼은 그저 창백할 뿐이었다. 아무리 감추려 들어도 드러나는 송곳니가 뾰족하고, 눈은 굶주린 맹수처럼 희번덕대며, 터무니없이 마른 손은 죽은 나무의 앙상한 가지를 닮은 여인에게서 붉은색이란 이제 그 머리카락만이 남았다.
할아버지는 이런 나를 안쓰러워했다. 쇠한 몸을 이끌고 자두 갈레트를 구워 주었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보름달이 떠오르는 날이면 손녀가 늑대의 이빨에 갈기갈기 찢기기라도 한 듯 슬퍼했고, 다음 날 아침 내가 앞발 대신 손을 가진 인간으로 되돌아오면 그제야 죽은 아이를 되찾은 듯 기뻐했다. 거의 모든 날 나를 향하는 그 사랑이 황홀할 정도로 기뻤으며, 달에 한 번 그 사랑을 빼앗겨야 할 때는 끔찍하게 슬펐다. 나는 언제나 여기 있는데. 보름달이 뜨는 날에도 나는 당신의 곁에 있는데. 나를 갉아먹는 듯 끔찍한 맛의 약을 몇 번이고 견뎌봤자 내가 누군가에게 온전히 사랑받는 일은 없으리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 같았다. 아, 나를 안쓰럽게 만드는 것은 나를 안쓰러워하는 당신이었는데. 내가 괜찮지 않은 것은 내가 괜찮지 않다고 생각하는 당신뿐이었는데.
빨간 모자는 갈레트와 버터를 들고 할머니를 찾으러 갔다고 했다. 숲속으로 들어간 소녀가 늑대를 마주치지 않았다면 할머니는 무사했을 것이다. 지금처럼 할아버지는 무덤 속에 누워 있고 나는 빗속에 서 있는 대신, 우리는 얼굴을 보고 마주 앉아 갈레트에 버터를 발라 나누어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할아버지가 이런 내 모습마저 사랑해 줄 수 있었다면. 털이 복슬복슬한 나의 앞발에 놀라지 않았다면. 내가 활짝 미소 지을 때 보이는 송곳니를 사랑하고, 이 충동적인 눈동자 속에서 반짝임을 알아봐 주었다면. 아무리 입 대신 주둥이를 가진 늑대라도, 갈레트의 맛을 모르지는 않는걸….
어쨌거나 나는 이제 할아버지의 이름을 입고, 할아버지의 일을 하며, 할아버지가 살던 곳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할아버지의 행세를 하는 늑대가 되어, 숲속에서 길을 잃어 돌아오지 못하는 빨간 머리 소녀를 그리워하리라. 하지만, 도대체 어떤 결말을 위해서. 할아버지가 보내주기로 했던 사냥꾼의 손에 내 죗값을 치르기 위해? 기억나지 않는 그 이야기의 끝을 더듬으며, 빨간 머리의 얼굴 위로 새겨진 이름과 생애에 나는 속삭였다.
“할아버지, 저는 무엇에 맞서기 위해 뾰족한 송곳니를 가졌나요. 할아버지, 제 눈은 무엇을 보기 위해 밝은가요. 할아버지, 제 손은 누구를 보듬어주기 위해 큰가요…. 아, 애초에. 제가 정말로 약한 자들을 지켜낼 운명을 타고난 게 맞긴 할까요. 지금의 저는 저조차도 지키지 못하고 있는걸요, 할아버지….”
빨간 머리는 물었으나 할아버지는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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